작은 운명

작은 운명 (89)

김주덕변호사 2021. 2. 9. 08:56


작은 운명 (89)

그래서 이혼한 다음에도 대체로 그런 스타일의 남자를 만났다. 하지만 전생에 무슨 잘못을 많이 했는지, 만나는 남자마다 시간이 지나면 실망스럽고 미경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자해를 했다.

그리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때려부셨다. 그런 남자들은 법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지 성질대로 살고, 잘못되면 감방에 가도 좋다는 배짱이었다. 미경은 쉽게 그런 남자들을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었다. 미용실을 크게 하고 있는 공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한번 이혼한 다음에는 더욱 그랬다. 남자 때문에 사회적으로 남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대개 몇 달 사귀다 헤어졌다. 그리고 한 동안은 굳게 결심을 하고 죽을 때까지 남자 친구를 두지 않기로 했다. 몇 번이고 다짐했다. ‘앞으로 한번 더 애인을 두면 내 성을 갈겠다.’

미경은 언젠가 사주역학을 잘 보는 사람에게 찾아갔다. 가까운 여자 친구와 둘이서 사주관상을 봐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용하다는 역학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전생에 남의 첩으로 살았어. 그때 자네 때문에 본처가 제명에 못죽었어. 그래서 지금 벌을 받고 있는 거야. 지금까지 만났던 남자들이 다 놈팽이고, 건달이었을 거야. 그렇지? 뻔해. 내 눈은 못 속여.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놈들만 나타날 거야. 조심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제명에 못 죽어.”

미경은 놀랐다. 지금까지 여러 사람을 만나서 자신의 사주와 관상, 과거와 미래에 대해 물어보았고, 들어보았지만, 지금처럼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정확하게 진단하고 맞추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남자를 만나면 안 되는 거예요. 그냥 평생을 혼자 살아야 해요?”

역학자는 잠시 눈을 감고 무엇을 따져보는 듯 했다. 그러더니 미경의 일행을 밖에 나가 있으라고 했다. 한 30분 정도 역학자는 방안에서 혼자서 큰소리로 기도를 하는 것같았다. 딸랑거리는 소리도 나고, 무언가 부르짖는 소리도 들렸다. 그런 다음 다시 미경을 들어오라고 했다.

“금년 가을에 괜찮은 사람이 나타날 수 있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 자네하고 잘 맞아. 그 사람을 놓치면 안 돼. 잘 잡아. 그 사람은 키가 작을 거야.”

미경은 이 말이 뇌리속에 박혔다. ‘금년 가을. 키 작은 남자!’ 무언가 운명의 기적소리가 들리고, 백마 탄 왕자가 몸을 단정하게 한 공주를 찾아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것을 감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