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정지된 시간
김주덕변호사
2021. 3. 8. 09:16
<정지된 시간>
들리지 않는 음성을 들으며
외치지 않는 함성을 외치며
우리는 청각을 상실한다
의미 없는 소음 속에서
사랑도 덧없이 떠내려간다
빛을 발하지 않는 촛불을 켠 채
떨어지는 촛물로 편지를 쓴다
아무도 밟지 않았던 처녀림을 헤치며
발산하지 않았던 청춘의 씨앗을 뿌린다
시간이 지나면
남겨진 슬픔들이 길을 가로막는다
보이지 않는 글씨를 보며
지워지지 않는 기록을 꿰뚫은 채
우리는 수채화로 알몸을 그린다
다시 가로수의 열정을 따라
하늘 높이 치솟았던 불꽃이 곤두박질친다
그 길에
우리 사랑도 멈춰졌으리라
봄이 오는 길목에는
봄비가 밤새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