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왜 아픈가?
사랑은 가슴에서 잉태된다. 정신으로 성장한다. 눈물로 소멸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별이다. 이별은 사랑이 긴 여정을 마치고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이별은 종착역에서 두 영혼이 갈라서는 것이다.
하얀 눈이 가득 쌓여 있는 설원(雪原)을 지날 때 기차는 행복했다. 꿈속에서 달리는 것처럼 눈꽃을 바라보며 가슴 설레이는 시간을 보냈다. 창밖에 펼쳐지는 무지개빛 환상들을 가슴에 품고 마시던 한 잔의 커피는 지상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그런 사랑이 어느 날 사라진다. 어디론가 증발된다. 사랑을 잃어버린 남자는 여자를 찾아 다시 눈이 쌓인 곳으로 떠난다. 눈 속에서 길을 잃고 끝내 다시는 도시로 돌아오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이별의 안타까움을 노래한 고려 가요가 있다. ‘가시리’라는 이 노래는 귀호곡(歸乎曲)이라고도 한다.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난/ 바리고 가시리잇고 나난/ 날러는 엇디 살라 하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나난/ 잡사와 두어리마나난/ 선하면 아니 올셰라/ 셜온님 보내압노니 나난/ 가시난 닷 도셔 오쇼셔 나난> (가시리 가사 중에서)
가시리는 헤어지면서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애통함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떠나가는 님에게 다시 돌아올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고려 시대의 가요인 가시리의 전통을 이어 받아, 김소월도 이런 이별의 한을 진달래꽃에서 애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2010년 2AM이 다시 ‘죽어도 못 보내’라는 노래로 이별의 안타까움을 강렬하게 노래하고 있다.
‘어려도 아픈 건 똑같아/ 세상을 잘 모른다고 아픈 걸 모르진 않아/ 죽어도 못 보내/ 내가 어떻게 널 보내/ 가려거든 떠나려거든 내 가슴 고쳐내’(2AM,죽어도 못 보내, 가사 중에서)
일찍이 임희숙은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에서 이별의 슬픔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젠 그 누가 있어
이 외로움 견디며 살까
이젠 그 누가 있어
이 가슴 지키며 살까>
(임희숙,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 가사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이별을 통해 헤어지고, 아픔과 슬픔을 경험한다. 이별이 아픈 이유는 정말 사랑했기 때문이다. 사랑의 깊이 만큼 이별의 아픔도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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