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 성문화의 변화와 성범죄 양상

 

Ⅰ. 글의 첫머리에

우리 사회 성풍속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일반인의 성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성추행이나 성폭력과 같은 성범죄 양상도 많이 달라지고 있고, 그에 관한 법과 제도도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간통죄와 혼인빙자간음죄는 이미 폐지되어 역사적 유물로 사라졌다.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면서 성에 관한 법적 규제 및 대응방안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2010년 4월 1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성폭력을 예방하고 성폭력피해자를 보호·지원함을 목적으로 하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me -too 운동 때문에 고위공직자, 사회저명인사 등의 숨겨졌던 성범죄가 세상에 드러났다. 거의 사문화되었던 위계간음죄도 다시 살아났다. 동의 없는 간음죄 신설도 논의되고 있고,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개념이 판결에 등장했다.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이 크게 이슈화되고, 부부 간에도 강간죄가 인정된다.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제도 및 신상등록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n번방 사건에서 보듯이 인터넷 때문에 성범죄는 무시무시한 파급효를 보여주고 있다. 피해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성매매도 예전의 공창에서의 윤락행위는 사라지고, 인터넷을 통한 조건만남과 같은 방식으로 은밀하게 행해지고 있다. 오피스텔을 얻어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에 관한 문화 및 풍속의 변화상을 이해하고, 또한 성범죄에 대해 알아둠으로써 자녀들이 성범죄에 휘말려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성범죄의 피해를 예방하며, 성범죄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는 성범죄에 관한 전반적인 검토를 하고, 성범죄 처벌법규의 내용과 실제 수사와 재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Ⅱ.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과거에는 별로 사용되지 않았는데, 요새는 ‘성적 자기결정권(性的 自己決定權)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종전에는 강간죄를 부녀를 폭행 또는 협박하여 간음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여자의 정조를 침해하는 범죄로 처벌하였다.

 

그러나 그 후 법을 바꾸어서 강간죄는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강간죄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여자의 정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자나 여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자세하게 알 필요가 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이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성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사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은 자신과 관련을 맺는 성적인 문제에 대해 본인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는 개인이 사회적 관행이나 타인에 의해 강요받거나 지배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지나 판단에 의해 자율적이고 책임 있게 자신의 성적인 행동을 결정하고 선택할 권리를 의미한다.

 

성적 자기 결정권은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근거로 하며, 인간은 자기 결정권의 주체로서 성에 대해서도 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적 자기 결정권은 간통죄 폐지나 부부 간의 강간 등에 중요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성적자기결정권이라 함은, 개인이 사회적 관행이나 타인에 의해 강요받거나 지배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지나 판단에 따라 자율적이고 책임 있게 자신의 성적 행동을 결정하고 선택할 권리를 말한다.

 

여기에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성행위를 결정할 권리라는 적극적 측면과 함께 원치 않는 성행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이 함께 존재한다. 위계에 의한 간음죄를 비롯한 강간과 추행의 죄는 소극적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도3341 판결).

 

옛날 자료들을 보면, 잘 나가던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유명한 사람들이 유부녀나 유부남과 간통을 했다는 이유로 수갑을 차고 감방에 간 뉴스가 많이 나온다. 사람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해서 재벌 회장 부인이 외간 남자와 간통을 해서 그 좋은 자리에서 내쫓기고, 감방에 가서 비참한 생활을 해야 하는가?

 

인기가 하늘을 치솟던 유명 탤런트가 가수가 간통죄로 연예계에서 은퇴하고 해외로 가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을까? 많은 것이 궁금했다. 그리고 과연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남자와 여자의 성관계를 문제 삼아 징역을 보내는 것이 정당한 국가형벌권의 행사인가?

 

간통죄는 외국처럼 형사처벌대상으로 하지 말고 폐지하자는 주장이 옛날부터 나왔다. 필자는 1990년 법무부 검찰국에서 근무하면서 ‘형사법개정특별위원회’ 간사로서 형법개정작업에 관여해왔다. 당시 어느 일간지에서 내용을 잘 모르고, 사회면 톱기사로 ‘간통죄폐지’라는 제목을 달아서 곧 간통죄가 폐지될 것처럼 보도를 했다.

 

내용은 형사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 간통죄를 폐지할 것인지, 아니면 법정형에 벌금형을 추가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신문에 난 커다란 제목만 보고, 간통죄가 폐지된 것으로 잘못 알 소지가 있었다. 그래서 필자가 해당 기사를 쓴 기자에게 강력하게 항의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다음 간통죄는 위헌판결을 받고 역사에서 사라져버렸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 2월 26일 형법 제241조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는 간통죄는 “헌법상 보장되는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한다.”라며 7대 2로 위헌 판결하였다.

 

Ⅲ. 추행의 의미와 강제추행죄의 처벌

‘성추행’ 관련 뉴스를 많이 보게 된다. 지하철에서 남자가 여자의 신체를 접촉하여 성적 추행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고위직 공무원도 지하철 성추행으로 현행범 체포된 사례도 있다.

 

형법은 제2편 제32장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를 규정하고 있다. 이 장에 규정된 죄는 모두 개인의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이고, 기본적 구성요건은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이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298조).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구체적인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피해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도3341 판결).

 

기습추행의 경우 추행행위와 동시에 저질러지는 폭행행위는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기만 하면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

 

피고인이 피해자와 춤을 추면서 피해자의 유방을 만진 행위가 순간적인 행위에 불과하더라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행하여진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추행행위라고 평가될 수 있는 것으로서,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어 강제추행에 해당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강제추행죄는 정범 자신이 직접 범죄를 실행하여야 성립하는 자수범이 아니다. 처벌되지 아니하는 타인을 도구로 삼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는 간접정범의 형태로도 범할 수 있다. 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피해자의 신체를 이용하여 추행행위를 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의 간접정범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6도17733 판결).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협박하여 겁을 먹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나체나 속옷만 입은 상태가 되게 하여 스스로를 촬영하게 하거나, 성기에 이물질을 삽입하거나 자위를 하는 등의 행위를 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들을 도구로 삼아 피해자들의 신체를 이용하여 그 성적 자유를 침해한 행위이다. 그 행위의 내용과 경위에 비추어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형법 제302조는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성년자추행죄는 미성년자의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미성년자추행죄는 미성년자와 같이 판단능력이나 대처능력이 일반인에 비하여 낮은 사람은 낮은 정도의 유·무형력의 행사에 의해서도 저항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범죄의 성립요건을 보다 완화된 형태로 규정한 것이다.

 

‘위력’이란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며, 폭행·협박뿐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심신미약자추행죄의 범죄사실을 보면 다음과 같다. “갑은 을에게 필로폰을 제공하여, 약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빠진 을이 제대로 저항하거나 거부하지 못한다는 사정을 이용하여 추행하기로 마음먹고,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던 을에게 자신의 신체 부위를 빨게 하고, 을의 항문에 손가락을 넣고, 샤워기 호스의 헤드를 분리하여 그 호스를 항문에 꽂아 넣은 후 물을 주입하였다. 이로써 갑은 약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심신미약자 를 위력으로 추행하였다.”

 

Ⅳ. 업무상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행위

직장의 상사가 부하 직원을 간음하거나 추행하는 사례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상급자의 지위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 특수한 관계가 아니라면, 여자의 입장에서 나이 많은 남자가 마음에 들지도 않는데, 남자가 술을 먹자고 해서 따라갈 이유도 없고, 갑자기 허벅지를 만지는데 가만히 있을 리도 없다.

 

심지어 상급자가 갑자기 성교를 하자고 할 때 단호하게 거절할 것이다. 그런데 직장의 상하관계에 있고,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열악한 입장에 있는 여직원은 하는 수 없이, 위력에 눌려서 간음을 당하거나 추행을 겪기도 한다. 이런 경우 법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 등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이다.

 

판결에 나타난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편의점 업주인 갑은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를 보고 연락한 을을 채용한다는 빌미로 술집으로 불러내 의사를 확인하는 등 면접을 하고, 이어서 을을 갑의 집으로 유인하여 을의 성기를 만지고, 을에게 갑의 성기를 만지게 하였다. 법원에서는 이러한 갑의 행위가 채용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위를 이용하여 을의 자유의사를 제압하여 을을 추행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5646 판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관한 처벌 규정인데, 제1항에서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 ‘위계’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피해자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였다면 위계와 간음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간음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위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구체적인 범행 상황에 놓인 피해자의 입장과 관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고, 일반적·평균적 판단능력을 갖춘 성인 또는 충분한 보호와 교육을 받은 또래의 시각에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힘을 말한다.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고 폭행·협박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필요는 없다.

 

어린 아동에 대한 간음죄사건을 보면 다음과 같다. 갑은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알게 된 14세의 피해자 을에게 자신을 ‘고등학교 2학년학생’이라고 거짓으로 소개하고 채팅을 통해 교제하던 중 자신을 스토킹하는 여성 때문에 힘들다며 그 여성을 떼어내려면 자신의 선배와 성관계를 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을에게 이야기하고, 갑과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갑의 제안을 승낙한 을을 마치 자신이 갑의 선배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간음하였다.

 

법원은 14세에 불과한 아동·청소년인 피해자 을은 36세나 되는 갑에게 속아 자신이 갑의 선배와 성관계를 하는 것만이 갑을 스토킹하는 여성을 떼어내고 갑과 연인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오인하여 갑의 선배로 가장한 피고인과 성관계를 하였고, 을이 오인에 빠지지 않았다면 갑과의 성행위에 응하지 않았을 것인데, 을이 오인한 상황은 을이 갑과의 성행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하였다.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는, 아동·청소년은 사회적·문화적 제약 등으로 아직 온전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지적·심리적·관계적 자원의 부족으로 타인의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아동·청소년이 외관상 성적 결정 또는 동의로 보이는 언동을 하였더라도, 그것이 타인의 기망이나 왜곡된 신뢰관계의 이용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Ⅴ. 강간죄는 어떠한 경우에 성립하는가?

강간죄는 정말 죄질이 나쁜 성범죄다. 구체적인 사안을 보면 다음과 같다. “피고인 갑은 20세의 친딸인 피해자의 성기에 생긴 증상을 확인해준다는 등의 명목으로 집요하게 회유와 압박을 한 끝에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비비기만 하기로 약속하고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간 다음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고 피해자를 강간하였다. 그 이후 피고인은 여러 차례 자살을 하겠다거나 피해자의 남자친구를 죽이겠다는 등의 위협을 하고, 가위를 들고 자살을 시도하는 것처럼 행세하거나, 나아가 칼을 들고 위협하면서, 자살을 하지 않을 테니 성관계를 해달라고 요구하다가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면 완력을 사용하여 반항을 억압하고 피해자를 강간하였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20도6965, 2020전도74 판결).”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간죄에서 구성요건행위는 강간으로 그 특별한 행위양태는 ‘폭행 또는 협박’이다. 객체는 사람이다. 구성요건적 결과는 간음이다. 간음이란 넓게는 위법한 성적 욕구 충족행위를 말한다. 여기에서는 남자 성기와 여자 성기의 삽입을 의미한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가해자가 폭행을 수반함이 없이 오직 협박만을 수단으로 피해자를 간음 또는 추행한 경우에도 그 협박의 정도가 위와 같은 정도의 것이었다면 강간죄 또는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 협박과 간음 또는 추행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더라도 협박에 의하여 간음 또는 추행이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면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혼인한 여성에 대하여 정조의 가치를 특히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감안할 때 혼인 외 성관계 사실의 폭로 자체가 여성의 명예손상, 가족관계의 파탄, 경제적 생활기반의 상실 등 생활상의 이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아가 폭로의 상대방이나 범위 및 방법, 예를 들면 인터넷 공개, 가족들에 대한 공개, 자녀들의 학교에 대한 공개 등에 따라서는 그 심리적 압박의 정도가 심각할 수 있다.

 

단순히 협박의 내용만으로 그 정도를 단정할 수는 없고, 그 밖에도 협박의 경위, 가해자 및 피해자의 신분이나 사회적 지위, 피해자와의 관계, 간음 또는 추행 당시와 그 후의 정황, 그 협박이 피해자에게 미칠 수 있는 심리적 압박의 내용과 정도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도5979 판결).

 

형법 제297조가 정한 강간죄의 객체에는 법률상 처가 포함되고,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뿐만 아니라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여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한다.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는, 폭행 또는 협박의 내용과 정도가 아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 남편이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혼인생활의 형태와 부부의 평소 성행,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상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도14788,2012전도252 전원합의체 판결).

 

Ⅵ. 준강간죄란 무엇을 말하는가?

준강간죄라는 매우 어려운 법률 용어다. 강간죄는 쉽게 이해가 가지만, 준강간죄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준강간죄에 해당하는 범죄사실을 보면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일자 생략) 22:30경 자신의 집에서 피고인의 처,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다음 날 01:00경 피고인의 처가 먼저 잠이 들고 02:00경 피해자도 안방으로 들어가자 피해자를 따라 들어간 뒤, 누워 있는 피해자의 옆에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음부를 만지다가, 몸을 비틀고 소리를 내어 상황을 벗어나려는 피해자의 입을 막고 바지와 팬티를 벗긴 후 1회 간음하여 강간하였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준강간죄(準强姦罪)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한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준강간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3257 판결 등 참조).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는 피해자인 사람에게 존재하여야 하므로 준강간죄에서 행위의 대상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다.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그러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것이다.

 

준강간죄는 그 특별한 행위양태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미성년자 등에 대한 간음죄(제302조)는 객체가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이고 그 특별한 행위양태가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죄(제305조)는 객체가 13세 미만의 사람이고 그 범행수단으로 폭행이나 협박, 위계나 위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성립한다는 점에서 형법 제32장의 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인 강간죄와 그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달리한다.

 

형법 제29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범죄이고, 여기에서 ‘이용하여’라 함은 행위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을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 때문에 간음이 용이하게 되었음을 말한다.

 

준강간죄에서 행위의 객체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고 보아야 한다.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야 하므로 행위의 객체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Ⅶ.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피고인은 (일시 생략) 자신의 자취방에서, 술에 취한 피해자(여, 12세)를 들고 침대로 데려가 옷을 강제로 벗기고 몸으로 누르는 등의 위력을 사용하여 피해자를 1회 간음함으로써, 13세 미만의 여자인 피해자를 위력으로 간음하였다.

 

피고인은 (일시 생략) 자신의 자취방에서, 할 말이 있으니 오라는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그곳에 온 피해자를 갑자기 침대 위로 끌어당긴 후 반항하는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고 피해자의 옷을 벗긴 후 강제로 1회 간음함으로써, 13세 미만의 여자인 피해자를 강간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9. 6. 19. 선고 2009노861 판결).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청소년 강간 등)죄에 있어서의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협박뿐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력’으로써 간음하였는지 여부는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 내지 이용한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2의 예에 의한다(형법 제305조 제1항). 미성년자의제강간·강제추행죄를 규정한 형법 제305조가 “13세 미만의 부녀를 간음하거나 13세 미만의 사람에게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8조,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2의 예에 의한다.”로 되어 있어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미수범의 처벌에 관한 형법 제300조를 명시적으로 인용하고 있지 않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형법 제297조, 제298조의 강간 또는 강제추행의 죄와 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형법 제297조, 제298조와의 균형상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도2001 판결).

 

13세 미만의 아동에 대하여는 간음 또는 추행에 대한 동의능력을 인정하지 아니한다.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남자)인 피고인이 교실에서 남학생인 피해자의 성기를 4회에 걸쳐 만진 행위는 비록 교육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여도 교육방법으로서는 적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없고, 그로 인하여 정신적·육체적으로 미숙한 피해자의 심리적 성장 및 성적 정체성의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현재의 사회환경과 성적 가치기준·도덕관념에 부합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305조에서 말하는 ‘추행’에 해당한다(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도6791 판결).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아동이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기인한 것인지 가려보아야 한다.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죄에 있어서 설령 아동 자신이 동의하였더라도 유죄가 인정된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도6480 판결 참조). 아동·청소년은 사회적·문화적 제약 등으로 아직 온전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지적·심리적·관계적 자원의 부족으로 타인의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Ⅷ. 알코올 블랙아웃과 심신상실 상태

술에 취한 여자를 추행한 경우 법에서는 어떻게 취급할까?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갑은 (일자 생략) 02:45경 모텔방에서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을(여, 18세)을 침대에 눕힌 후, 을의 상의와 브래지어, 팬티를 벗기고 을에게 키스하고 손으로 을의 가슴을 만져 을의 심신상실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을 하였다.”

 

준강제추행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그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을 말한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의학적 개념으로서의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은 중증도 이상의 알코올 혈중농도, 특히 단기간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 그 알코올 성분이 외부 자극에 대하여 기록하고 해석하는 인코딩 과정(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행위자가 일정한 시점에 진행되었던 사실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

 

음주 후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당하였음을 호소한 피해자의 경우, 범행 당시 알코올이 위의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에 비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여,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행위 역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데도,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Ⅸ. 카메라 불법촬영범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의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보면 다음과 같다. “피고인 갑은 (일자 생략) 07:31경 지하철 ○호선 □□역 에스컬레이터에서 휴대전화기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성명불상의 여성 피해자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였다. 이를 비롯하여 피고인은 그 무렵부터 OO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18회에 걸쳐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또 다른 피고인 을은 여자 화장실에 불법 촬영용 카메라를 설치하고, 칸막이 위로 카메라를 올려 여자들이 용변 보는 모습을 촬영했고, 촬영물을 소지했다. 도대체 그는 왜 그랬을까? 일반적으로 화장실은 용변을 보기 위해서만 들어가지, 일부러 들어가지는 않는다. 용변을 보는 행위 자체가 아름답지 않고, 화장실은 불결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법원에서는 징역 2년의 실형(實刑)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 관련 기관에 대한 취업제한 3년을 명령했다. 이처럼 법에서는 여자의 신체에 대해 불법적으로 촬영하는 것을 처벌하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촬영행위뿐만 아니라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이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유포됨으로써 피해자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를 감안하여, 죄책이나 비난가능성이 촬영행위 못지않게 크다고 할 수 있는 촬영물의 유포행위를 한 자를 촬영자와 동일하게 처벌하기 위해서이다(대법원 2018. 8. 1. 선고 2018도1481 판결).

 

Ⅹ. 성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의 정도

성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피해자다 당한 범죄사실과 그로 인해 인정된 피해상황을 살펴보기로 한다. “가해자는 자신의 성기를 손과 입으로 애무해 줄 것을 강요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게 하고, 피해자의 성기에 가해자의 성기를 삽입하여 간음하였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그 전에는 연애 또는 성경험이 전혀 없었는데, 가해자로부터 성추행 및 성폭행을 당한 이후 반복적인 악몽과 수면장애, 식욕상실 등 신체증상을 호소하였다. 또한 자신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심한 죄책감 및 자책감, 자살충동 등을 느꼈다.

 

강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기억력 장해, 학업수행이나 일상적인 일들에 대한 집중력 저하, 가족 또는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 관계를 회피 등 사회적 위축, 남자에 대한 회피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곤란하다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해 진단을 받고, 정신과 상담 및 약물 치료를 받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제정 양형기준상 특별감경인자인 ‘처벌불원’이란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진심으로 뉘우치고 합의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피해에 대한 상당한 보상이 이루어졌으며,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법적·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면서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20도6965 판결).

 

성범죄로 인한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고소를 하였는데, 수사 결과 가해자에 대해 무혐의결정이 확정된 경우, 피해자는 무고죄에 해당하는가?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참조).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 내지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하여, 그 자체를 무고를 하였다는 적극적인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처하였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하였을 것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점 및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관한 변소를 쉽게 배척하여서는 아니 된다.

 

갑과 을은 혼인신고를 한 부부이다. 갑은 혼수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발로 을의 허리 등을 차서 폭행하였고, 부부싸움을 하다가 갑이 을을 밀쳐 넘어뜨리고 을의 머리를 눌러 마룻바닥에 이마를 부딪치게 하여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두피부 등의 다발성 좌상을 가하였다.

 

검사는 위 사건을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여 가정법원에 송치하였다. 서울가정법원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7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보호처분을 할 수 없거나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해당함을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처분을 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와 고소인이 항고하지 않아 위 불처분결정은 확정되었다.

 

가정폭력처벌법 제37조 제1항 제1호의 불처분결정이 확정된 후에 검사가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다시 공소를 제기하였다거나 법원이 이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더라도 이중처벌금지의 원칙 내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7. 8. 23. 선고 2016도5423 판결).

 

Ⅺ. 스토킹범죄는 어떻게 처벌되는가?

스토킹이라 함은 특정인에게 지속적으로 접근하거나 연락함으로써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주어 법적으로 규제되는 불법적인 행위를 말한다. 스토킹은 상대방의 자유로운 생활을 침해하고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폭력에 해당한다. 생활 반경에 물리적으로 접근하는 행위뿐 아니라 전화나 이메일, SNS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행위도 스토킹에 포함된다. 스토킹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것이 특징이다.

 

피해자는 불안과 공포 등 정신적으로 심한 압박을 받으며 자유로운 일상을 침해받는다. 스토킹은 폭행이나 협박, 살인까지 발전하는 사례도 많다. 스토킹(Stalking)이란 '접근하다, 몰래 다가가다’라는 뜻의 ‘스톡(Stalk)’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남을 스토킹하는 사람을 '스토커(Stalker)'라고 한다.

 

최근에 젊은 스토커에 의해 세 모녀가 무참하게 살해되었다. 정말 끔찍한 범죄다. 살인행위도 무섭지만, 그에 못지않게 스토킹행위는 대단히 죄질이 나쁘고, 피해자로 하여금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만든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스토킹범죄로 인한 피해사례가 있었지만, 정부에서는 법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 국회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지만 매우 미흡한 상태이고, 게다가 시행일이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이라고 하니, 아직 한참 남았다. 무엇 때문에 시행일을 그렇게 많이 남겨두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법은 스토킹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하고 있다. 이것은 아주 잘못된 입법이다. 최근의 성범죄는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 없이 처벌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 형법에서도 성범죄는 과거의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에서 이를 바꾸어 비친고죄로 하고 있다.

 

스토킹범죄는 그 자체로 무거운 범죄행위이고, 그로 인한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심대하기 때문에 이를 반의사불벌죄로 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법은 스토킹범죄의 정의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피해자에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고 하고 있다.

 

여기에서 ‘지속적 또는 반복적인 행위’로 규정한 것은 문제다. 처음 몇 번의 스토킹범죄로도 범인을 신속하게 체포하여 처벌해야 이번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은 살인죄, 강간죄, 납치감금죄 같은 스토커에 의한 흉악범죄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국회를 통과한 스토킹법은 실제로 스토킹을 당해보지 않는 국회의원들이 현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입법한 것으로서 매우 미흡하기 짝이 없다. 하루 빨리 개정해야 할 것이다.

 

Ⅻ. 성범죄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하라!

성범죄가 문제가 되면, 남자는 패가망신한다. 성범죄는 남자와 여자가 단 둘이 있는 폐쇄된 공간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제 수사와 재판에 있어서는 당사자 두 사람의 말밖에 다른 증거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해자는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가해자는 동의를 얻고 한 애정행위라고 주장한다. 이와 같이 극과 극을 달리는 상반된 두 사람의 반대되는 진술을 놓고, 판사는 칼로 무를 자르듯이 오직 한 가지만의 판단을 해야 한다. “강간인가? 화간인가?”를 단호하게 결정해야 한다.

 

판사가 “강간인지, 화간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신이 아닌데, 어떻게 두 사람 사이에 오래 전에 은밀한 공간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상황에 이루어진 일을 확신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느냐?”라고 판결을 회피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판사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사실심리를 한 다음, 증거법에 따라 “강간인지, 화간인지” 명확한 결론을 내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것이다.

 

기본적으로 남자는 밖에서 여자를 만날 때 아주 조심해야 한다.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평소에 남자의 행동과 말을 조심해야 한다. 단 둘이 은밀한 공간에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욕정이 발동하고 참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애당초 그런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성범죄에 관한 법은 날이 갈수록 무섭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는 여자의 정조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성범죄의 영역이 넓어지고, 처벌도 강화되고 있다. 그러므로 성범죄의 문제가 생겨나지 않도록 사전에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학교폭력의 처리방법에 관하여

학교폭력은 기본적으로 형법상 처벌 대상이 되는 폭력행위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그러한 범죄행위가 학교 내에서, 학생 상호 간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고, 특별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처리된다는 것이다.

물론 학교폭력이 살인사건이나 강간사건, 방화사건 등과 같이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경찰에 의해 형사사건으로 입건되어 처리된다. 형사미성년자에 의한 형사사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와 같이 중대한 범죄가 아닌 범위에서의 학교냐 폭력행위는 원칙적으로 학교폭력에 관한 법에 의해 처리된다.

문제는 학교폭력은 반드시 학교 내에서 학교폭력법에 의해 처리되어야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피해자의 학부모가 있다. 그래서 학교폭력사건이 학교 내에서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아도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의하여 문제에 대한 확실한 해결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인터넷 댓글로 명예훼손을 하는 경우

 

인터넷에 기사가 게재되면, 그러한 기사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단다. 이런 경우 그러한 댓글에 대해서 피해자가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이유로 형사고소를 하면, 고소를 당한 사람은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일반인은 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인터넷에 실명을 사용하지 않고, 닉네임으로 댓글을 달면 별 문제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도 수없이 타인을 비방하는 댓글을 달고 있기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다 형사고소를 할 수 있겠느냐고 쉽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단 피해자가 댓글을 단 사람들 가운에 특히 그 정도가 심한 사람만 골라서 특정하여 고소를 하면, 댓글 단 사람은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된다. 여기에서는 실제로 대법원까지 문제가 되었던 댓글사건에 관해 살펴보면서 인터넷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검토해 본다.

 

갑은 인터넷 포탈사이트의 피해자 을에 대한 기사란에 을이 재벌과 사이에 아이를 낳거나 아이를 낳아준 대가로 수십억 원을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실이 있는 것처럼 댓글이 붙어 있던 상황에서, 추가로 “지고지순이 뜻이 뭔지나 아니? 모 재벌님하고의 관계는 끝났나?”라는 내용의 댓글을 게시하였다.

 

갑이 이와 같이 인테넷 기사에 추가로 댓글을 달아서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을 한 행위는 형사처벌이 되는 것인가? 검사는 갑에 대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죄를 인정하여 기소하였다.

 

갑은 인터넷 포탈사이트 미디어 다음(www.media.daum.net)의 피해자에 대한 기사란에 ‘OO’라는 닉네임으로 게시한 댓글은 떠도는 소문에 대한 의문제기 정도에 지나지 않아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사실의 적시란 반드시 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에 한정할 것은 아니고,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에 의하더라도 그 표현의 전 취지에 비추어 그와 같은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고, 또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의 구체성이 있으면 족한 것이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0다37647 판결).

 

따라서 위와 같은 댓글이 이루어진 장소, 시기와 상황, 그 표현의 전 취지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을 통하여 위와 같은 허위 사실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암시하는 방법으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갑은 자신이 게시한 내용은 연예정보를 다루는 모든 방송, 신문, 잡지 등에서 다루어진 내용이기에 공연성이 없는 것이라고도 주장하였다.

 

법 제61조 제2항 위반죄에 있어서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적시된 사실이 이미 사회의 일부에서 다루어진 소문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적시하여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행위를 한 때에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대법원 1994. 4. 12. 선고 93도3535 판결).

 

갑이 게시한 댓글은 해당 인터넷 포탈사이트를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이 쉽게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위와 같이 인터넷 포탈사이트의 기사란에 댓글을 게재한 행위는 당연히 공연성이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법 제61조 제2항 위반죄에 규정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으로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6도648 판결).

 

피고인이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1도7095 판결).

 

갑이 떠도는 소문만 듣고 그 진위를 확인하지도 아니한 채 앞서 본 바와 같이 인터넷을 통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내용의 댓글을 단 이상, 갑에게 비방의 목적이나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2422 판결).

개인 블로그 비공개 대화의 명예훼손죄 해당 여부

 

피고인 갑은 인터넷 블로그(http: 이하 URL 생략)에서 'AAA'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을과 대화를 나누었다. 갑은 을과의 대화에서 제3자인 ‘병’에 대한 허위사실을 기재하였다.

 

을은 갑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했고, 이 때문에 피해자인 병은 갑을 상대로 명예훼손죄로 형사고소를 하였다.

 

이 사안에서 갑의 행위는 전파가능성이 있었는가, 그리고 갑이 자신의 명예훼손행위가 유포될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는가 하는 것이 쟁점이 되었다.

 

원심은 피고인 갑이 을과 사이에 나눈 공소사실과 같은 대화는 피고인의 인터넷 블로그(http: 이하 URL 생략)에서 이루어진 일대일 비밀대화로서 공연성이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검사가 원심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를 하여 다투었다. 대법원에서는 검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즉 공연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른바 전파가능성을 인정하여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

 

원심이 판시한 위 일대일 비밀대화란 피고인이 을의 인터넷 블로그의 비공개 대화방에서 을과 사이에 일대일로 대화하면서 그로부터 비밀을 지키겠다는 말을 듣고 한 대화를 일컫는 것으로 보이는데, 위 대화가 인터넷을 통하여 일대일로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그 대화 상대방이 대화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 을이 비밀을 지키겠다고 말하였다고 하여 그가 당연히 대화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므로, 원심이 판시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 대화가 공연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원심으로서는 피고인과 을이 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 을과 피고인 및 피해자 사이의 관계, 그 대화 당시의 상황, 위 대화 이후 을의 태도 등 제반 사정에 관하여 나아가 심리한 다음, 과연 을이 피고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검토하여 공연성의 존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공소사실과 같은 대화가 인터넷 블로그에서 이루어진 일대일 비밀대화라는 이유만으로 공연성이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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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죄와 모욕죄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남과 다투거나 싸움을 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가 워낙 나쁘게 나오니까 하는 수 없이 싸우게 된다. 성인군자가 아니기 때문에, 인격적으로 수양이 덜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물리적인 폭행, 상해사건이 많았다. 성질을 참지 못하고 다툼이 생기거나 기분이 나쁘면 주먹부터 나갔다. 발길질부터 나갔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은 당연히 따라나가는 반찬과 같았다.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같은 곳에서 집단패싸움도 적지 않았다. 사소한 이유로 젊은 사람들이 맥주병으로 찌르고, 의자로 머리를 치고, 심지어는 칼로 배를 찌르기도 했다. 그러다가 공동상해죄, 특수상해죄로 조사를 받고 징역까지 살았다.

 

피해자도 아주 사소한 문제로 감정싸움을 하다가 칼로 찔려 중상해를 입거나 목숨을 잃기도 했다. 나중에 생각하면, 가해자나 피해자나 얼마나 한심했을까? 그리고 생각보다 폭행상해사건의 후유증은 쌍방에게 매우 가혹하고 무겁다.

 

그런데 요새는 법보다 가깝다는 주먹은 잘 사용하지 않고, 대신 말과 글로 싸우는 분위기다. 특히 인터넷 때문에 다른 사람을 욕설하고 비방하고, 펜으로 죽이려고 한다.

 

옛날에는 몇 사람 있는 장소에서 그냥 말로 욕설을 하고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으로 그쳤지만, 지금은 인터넷이나 유투브를 통해 공개적으로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행위를 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 지구상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책이나 신문, 유인물을 통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가중처벌했지만, 지금은 그런 책자나 신문이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을 통한 전파력은 달나라에 가있는 우주선안에까지 즉시 날아간다. n번방 사건을 보면 즉시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아직 수많은 명예훼손행위, 타인에 대한 모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피해자가 고소를 하면 경찰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고, 벌금을 내기도 한다. 중한 사안의 경우에는 정식으로 재판에 회부되어 집행유예를 받거나 실형을 살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명예훼손죄는 무엇인가? 어떤 경우에 명예훼손죄에 해당하고 처벌을 받게 되는가? 언론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때로 명예훼손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는 어떤 것인가?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행위를 처벌하는 법은 무엇인가? 이에 관한 우리 법과 제도를 살펴보고,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에 관한 대법원판례를 모두 검토해보기로 한다.

 


청소년의 성보호문제

우리나라 청소년에 관한 법률은 청소년의 범위를 획일적으로 만 19세 미만의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만 19세 미만의 경우에는 발육의 정도나 지적 능력의 수준 등을 일체 고려하지 않고 청소년으로 보아 특별한 성보호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만 17세 이상만 되면 일반 성인과 외모나 신체적 발육상태, 지적 수준 등이 거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범죄에 있어서는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범죄인의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특별법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가 아주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법의 취지나 내용을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서 법의 무지로 인해 가중처벌되는 사례가 없도록 할 필요도 있다.

특히 성매매의 경우 이런 것이 문제가 된다. 만 17세 또는 18세의 여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성매매의 제의를 하고, 남자가 이에 응했을 경우, 남자 입장에서는 여자의 주민등록상 정확한 나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여자가 만일 20세가 넘은 성인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남자는 이를 그대로 믿고 성매매를 했을 경우, 미성년자 즉 청소년의 성을 산 행위로 무겁게 처벌되는 것이다.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중에 있다. 이 법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의 처버로가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또한 성범죄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청소년을 위한 구제 및 지원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청소년을 성범죄자로부터 보호하고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청소년을 강간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청소년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 제252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해당 성범죄로 피해를 당한 아동·청소년이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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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에 대한 보호처분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矯正)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소년법에서 “소년”이란 19세 미만인 자를 말하며, “보호자”란 법률상 감호교육을 할 의무가 있는 자 또는 현재 감호하는 자를 말한다.

소년부 판사는 심리 결과 보호처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결정으로써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처분을 하여야 한다.
1.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 위탁
2. 수강명령
3. 사회봉사명령
4. 보호관찰관의 단기 보호관찰
5. 보호관찰관의 장기 보호관찰
6. 아동복지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보호시설에 감호 위탁
7. 병원, 요양소 또는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
8. 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
9. 단기 소년원 송치
10. 장기 소년원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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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조정절차

 

수원지방검찰청에 가서 형사조정절차에 참석했다.

내가 아는 피의자는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데

상대방은 전혀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하면서

상해진단서를 떼서 제출한 사건이다.

 

물론 조정절차는 불성립으로 끝났다.

하지만

쌍방간의 주장을 하는 과정에서

180도 다른 주장을 하게 된다.

 

그런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분명 진실은 하난데,

왜 그렇게 한쪽은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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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죄란 무엇인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한다.

 

적시된 사실은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이다.

 

사실의 적시라 함은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한다.

 

사실의 적시란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비평하면서 사용한 표현이 평균적인 독자의 관점에서 문제 된 부분이 실제로는 비평자의 주관적 의견에 해당하고, 다만 비평자가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이해된다면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1562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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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강간죄의 공소시효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은,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또는 2명 이상이 합동하여 형법 제297(강간)의 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2호는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15년의 기간의 경과로 공소시효가 완성된다.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의 기간에 관한 제249조는 20071221일 개정되었다.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15년으로 변경되었다.

 

위 형사소송법 규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2017122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하기 이전에 범한 죄에 대해서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 즉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15년이 아니라 10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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