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에서

너는 멀리서 오고 있다.
기차소리가 들린다.
‘봄비’ 노래도 들린다.

물안개 피는 호수에서
너를 맞으러 나간다.
백조 한 마리가 떠있다.
사랑을 입에 물고
물가로 다가온다.
잔잔한 물결이 너의 미소 같다.

너는 밤새 달려왔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그동안 흘렸던 눈물을 말리러왔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깊이 박혔을까?
떠오르는 해 앞에서
삶의 가시를 빼내어
동해 바다에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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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약속

봄비에 젖은 길을 걷는다
고개를 숙인 채
네가 걷던 길을 따라
오래 걸었다

길가에 개나리꽃이 펼쳐진다
작은 꽃잎이
네가 속삭이던 언어처럼 깔려있다

높은 나무 위 둥지에
작은 새가 졸고 있다
비온 뒤 강물이 파랗다
사랑이 물결을 따라
우리 앞으로 다가온다

너의 따스함에 가슴이 녹아
연한 아지랑이를 일으킨다
손가락을 걸고 약속한다
서로 아프게 하지 않기로
마음과 마음을 꼭 붙잡아 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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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

눈이 내린다
하얀 눈을 맞으며 너를 떠올린다
그리움, 애틋한 그리움에 눈물을 글썽인다

조용한 멜로디를 따라 어디론가 떠난다
가슴을 파고드는 선율
우리는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먼 길을 떠나 마침내 북극에 닿는다

쌓였던 정이 빙하에 부서지고
연약한 형체가 무너지면서
구슬 같은 얼음을 만지며
뜨거운 사랑을 껴안는다

밤이 새도록
찬란한 백야의 꿈을 꾸면
너의 연한 미소에 취해
펭귄처럼 비틀거리며
한 송이 붉은 장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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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랑

지난 세월
불나비처럼 맹목적으로 쫓았던
사랑이 까맣게 타버렸다

재로 변한 옛사랑의 흔적을 껴안고
가을바람에 눈물을 흘린다

사랑은 허망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원한 것도 아니니
나그네는 낙엽을 밟으며
한 잔 술에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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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진실

가을 바람에 낙엽이 뒹군다
삶의 처연한 모습이
발가벗은 채로 쓰러져있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는 인생
우연히 마주친 인연 앞에서
왜 이렇게 가슴 아플까

술에 취해 하늘을 본다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호숫가에 작은 새를 따라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한다

은행잎이 너무 진하다
사랑한다면서 믿지 못하고
믿는다면서 사랑하지 못한 채
바람 따라 흔들리는 갈대처럼
어둠이 내릴 때 달빛에 젖었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알 수 없는 너의 진심 앞에서
언어의 의미를 잡으러 먼 길을 걷는다

하나 밖에 없는 진실을 찾으려
지친 나그네는 드디어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밤 12시에 무인도를 향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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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처

밤이 깊어
풀벌레소리도 숨을 죽이면
사람들은 강물에 가슴을 담근다

사랑을 찾아 나섰던 사람들은
낯선 도시에서 상처를 받고
술병을 손에 든 채 잠이 들었다

꿈을 심었던 정원에는
고독한 철학자가 남긴 슬픔만이 있을 뿐
해마다 찾던 철새도 발을 끊었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사랑을 나누던 사람들은
허망한 게 사랑이라며
고개를 저었고
아직도 삶에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사랑해야 살 수 있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개 너머로 달이 기울면
어제 배달된 세월의 편지를 읽는다
긴 세월 속에 쓰여진 편지에는
행복과 불행도, 기쁨과 슬픔도
모두 색이 바랜 채
역설로 반기를 들었다

상처 주기 보다는
상처 받는 것이
미워하기 보다는
미움 받는 것이 나았는데
술에 취해 바라보는 별들과
가슴이 훵해 쏘아보는 나무들은
우리에게 그 무엇이란 말인가

바람을 따라 다가온
그리움은 우리를 슬프게 하고
바람을 따라 가버린
이별은 우리를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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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고독>

 

봄날이 올 때

우리 청춘은 뜨거웠지

열정을 가슴에 담고

냉정을 머리에 넣고

숨이 차도록 뛰어갔어

 

너의 무게에 짓눌리고

너의 눈빛에 얼어붙었어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다시 너를 껴안아도

시간은 정지하고

풍차는 멈출 거야

 

봄날이 갈 때

벚꽃은 눈물을 흘리고

목련은 피를 토했어

가슴에 새긴 문신은

빗물에 더욱 선명해졌어

 

기차는 저 혼자 떠난 거야

바람을 따라 가는 길에

무거운 쇳소리는

사랑을 짓누르고 있어

 

그림자는 언제나 동행하지 않아

너를 찾아 나선 밤에

진한 고독이 몸부림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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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켜질 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네가 없었던 시간으로
아주 처음으로 돌아갔다

오랫 동안
너 때문에 가슴이 뜨거웠다
머릿속은 텅 비었고
너에게로 가는 길에서 만난
작은 새는 비틀거렸다

봄날이라 아팠다
벚꽃이 떨어져 쌓인 벤치에서
실종된 사랑의 언어를 찾아
밤새 헤맸다

너라는 존재 앞에서
삶은 빙점으로 추락하고
통토를 건너가는 순록처럼
슬픈 촛불이 강변에 켜진다

# 이 시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썼다.
Speak Softly, Love · David David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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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

칠흙의 어둠 속에서
작은 배에 올랐다
오늘 밤에도
고독을 짓밟고
밤새 노를 저어야 한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도 못한 채

네가 잠든 곳에는
목련이 무섭게 피었다
봄비에 젖어
하얀 우윳빛이
버려진 사랑처럼
바닥에 널려있다
마시지도 않은 술에 취해
꽃잎을 모아 가슴에 담는다

앞서가던 배는 정지했다
파도가 일고
바다 가운데서의 방황은
수채화처럼 화폭에 담겨진다
아직은 너의 미소가
빠렛뜨 안에서 맴돌고 있다

무엇을 쫓고 있었던 걸까
호수 주변에는
날쎈 사냥개들이
병들어 비틀거리는 짐승을 향한다
물어뜯기기 전에
사랑은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가랑비가 내린다
작은 노트를 꺼내
봄날의 시를 쓴다
물에 젖은 채 움직이는 붓은
첫날 처음 다가갔던
너의 애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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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는 온다고 했지>

겨울 기차가 떠나는 시간
너는 손수건을 건네주었어
고드름 같은 정을 남기고
뜨거운 눈물을 숨긴 채
봄날을 기약했어

라일락이 피면 온다고 했지
밤을 새우면서 기다렸어
커피와 함께 등불을 켜면
꽃향기에 젖은 네가 올 거야

목련꽃 때문에 변치 않을 거야
그리움에 물들은 옷깃을 여미고
너의 미소를 떠올리고 있어
가슴이 아픈 건
봄바람 때문이야
손끝이 아린 건
너 때문이야

네가 없는 곳에
물안개가 가득 피었어
네가 앉았던 풀밭에
너의 그림자가 자리 잡았어
네가 오기 전까지는
봄날은 가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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