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이었을까
너를 향해 달려갔던 그 길에는
풍선 같은 가벼움만이
붉은 꽃잎으로 뿌려져 있었다
가슴을 쥐어짜는 애절함으로
너에게 다가갔던 그 밤
풀벌레소리 조차 듣지 못한 채
나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함께 미소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
내 몸의 열기는
성난 들소를 불태울 수 있었지만
끝내 너의 거부로
다시 빙하 속을 헤매고있다
우리는 하나이었을까
의미를 알 수 없는
낯선 표정들이 가면으로 덮어지고
남은 것은 갈라진 바위조각뿐
독수리의 차가운 응시와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