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 두 여자를 마음대로 사랑하는 천재 대학생 이야기

 

현재범(33세, 가명)은 나채양(40세, 가명)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 사장님 따님이 베이커리 카페를 차렸어요. 나보고 그 카페에서 같이 일을 하자고 하는데, 어떨까요?”

 

“내가 한번 그 카페를 가보고, 어드바이스할 게요.” 채양은 재범이 일을 하겠다는 <우울한 봄날의 카페>를 찾아갔다. 채양은 혼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사장인 엄정순이 들어왔다.

“아니, 정순이 아냐! 여기는 어쩐 일이야?”

“응, 내가 하고 있는 카페야.”

 

채양은 놀랐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채양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엄정순(37세, 가명)이 <우울한 봄날> 카페 주인이라니! 세상이 아무리 좁다고 해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채양은 옛날 대학교 다닐 때 일을 떠올렸다. 오래 전 일이지만, 아직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바로 엊그제처럼 생생했다. 경제학과 4학년 복학생 민선수를 놓고, 애정의 삼각관계에서 채양은 아주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그때 선수가 정순 때문에 채양을 배신했고, 채양은 선수와 헤어져야했다. 결국 엄정순도 민선수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채양은 선수와의 관계가 깨어진 것은 직접적인 원인은 정순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때의 악연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현재 채양이 연애를 하고 있는 현재범(33세, 가명)과 같이 <우울한 봄날> 카페에서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채양이 대학교 4학년 때였다. 소개팅에서 만난 경제학과 4학년 민선수(27세, 가명)을 만나 열심히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선수는 공부도 잘 했지만, 사회주의에 심취해있었다. 자유민주주의의 폐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선수는, 생산 수단의 사적 소유와 소수 관리에 반대하고 공동체주의 행복 실현을 최고 가치로 하는 공동 이익 인간관을 가지고 있었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며 생산수단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협동 경제가 이상이었다. 모든 국민은 근로의 대가로서 정당하고 평등하게 분배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우이웃돕기 한번 하지 않으면서, 몇십억원 하는 강남 아파트에 살고, 자녀 모두 해외유학 보내고, 아들 군대 면제받게 하고, 자녀 부정청탁해서 공기업에 취직시키는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쟁이, 위선자야.”

 

채양은 민선수의 말을 듣고 있으면 기분이 맑아지고 상쾌했다. 다만, 그는 무신론자였다. 그게 문제였다.

 

“채양은 교회 다니지 마. 그건 허구야. 하나의 신화에 불과해. 하나님은 있을 수 있지만, 예수는 하나님이 아냐. 하나의 인간에 불과해. 성경에 많이 나오는 수많은 선지자 중 하나라고 생각해야 해.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라든가, 오병이어 기적을 베풀었다든가, 십자가에 못박힌 다음 사흘 만에 부활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야.”

 

채양은 선수가 좋으면서도 자신의 신앙심이 흔들릴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채양은 선수에게 정을 느끼기 시작했고, 어느 날 선수와 첫경험을 했다. 선수는 육체적으로 채양을 원했다. 그래서 자주 만나 몸을 섞었다. 그렇게 8개월이 지난 상태에서 정순이 나타났다.

 

정순은 당시 대학교 2학년이었다. 정순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선수가 과외지도를 했다. 선수는 정순과도 성관계를 맺고, 채양과 정순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선수는 왼쪽 다리는 채양에게 걸어놓고, 오른쪽 다리는 정순에게 걸어놓고 있었다. 월요일은 채양과 몸을 섞고, 금요일에는 정순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채양과 정순은 이런 사실을 동시에 알게 되었다. 채양과 정순은 모두 속은 상했지만, 두 사람 모두 선수를 독점할 자신은 없었다. 채양과 선수의 관계는 결혼을 전제로 한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었다.

 

선수는 한번도 채양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채양은 가끔 선수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했다. 그때마다 선수는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그냥 멍하니 채양을 쳐다보고 있거나, 몸으로 사랑을 표현할 뿐이었다.

 

선수에게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는 말은 믿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에게 있어 사랑은 오직 섹스였다. 섹스라는 동물적 행위, 행동을 통해서만 사랑을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것 같았다.

 

선수는 섹스에 있어서도 결과물인 사정을 특별히 중요시했다. 사정을 하지 않으면 섹스를 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여성의 가임기라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될 경우에는 절대로 섹스를 하지 않았다.

 

만일 채양이 정순의 존재 때문에 선수에게 항의를 하거나 정순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할 권리도 없어보였고, 만일 선수에게 그런 의사를 표시하면 선수는 그 즉시 채양과의 관계를 단절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이러한 상황은 선수와 정순과의 관계에서도 똑 같았다. 아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선수는 정순을 고등학생일 때와 똑 같이 대했다. 학생과 선생과의 관계였다. 섹스를 할 때에도 선수는 정순을 지도했다. 이상하게 정순은 이런 선수에 길들여져 있었다.

 

선수는 어디에서 배웠는지, 여성의 신체와 생리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산부인과 의사 수준이었다. 정순에게는 오르가즘에 오르는 법도 가르쳐주었고, 성관계를 할 때 여자가 취해야 할 마음가짐과 신체적 반응, 심리상태까지 일일이 알려주었다.

 

특히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는 정욕은 죄악이라고 늘 강조했다. 그래서 정순은 채양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도 <선생님>인 선수가 하는 일에 대해 그 어떠한 참견도 할 입장이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172. 성폭력범 피해자 남자 친구가 악질이라 거액을 뜯어내려고 하다

 

하지만 그건 너무 심하잖아요? 술 취해서 잠깐 한 건데, 내가 처녀도 아니고, 술병으로 사장님 이마를 까서 피를 많이 흘렸어요. 그러니까 그냥 5백만원 정도 받고 합의할까 봐.”

 

아니, 미쳤어? 이왕 당한 거, 단단히 배상을 받아야 해. 그래야 그 사람도 두 번 다시 강간을 안 할 거야. 그리고 지금 뭐라고 그랬어? 처녀 아니니까 이놈 저놈과 해도 좋다는 말이야? 그럼 너는 지금까지 나를 데리고 놀았던 거야?”

 

정확은 갑자기 스텔라의 뺨을 때렸다. 스텔라는 화가 나서 곧 바로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12시에 전화가 왔다.

 

화내서. 미안해,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야. 화풀어. 빨리 합의금을 받아서 빌려줘. 사실은 급한 일이 생겼어. 도와줘.” “무슨 일이 생겼어?” “요새 문제가 되고 있는 <소녀방> 텔레그램사건에 연루되었어. 경찰에서 출석하라는 연락이 왔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해.”

그게 무슨 일인데? 변호사 비용은 얼만데?”

 

내 사건은 설명해도 이해하기 어려워. 억울하게 엮여서 잘못하면 구속될 수 있어. 최근에 옷벗은 검사 출신 변호사가 틀림없이 불구속해줄 자신이 있대. 전과예우 때문에 착수금은 3천만원이래. 나를 살려주는 셈 치고, 빨리 합의금 받아서 빌려줘. 사랑해.”

 

몹시 다급한 목소리였다. 애원하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스텔라는 세상을 잘 아는 여자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소녀방> 텔레그램 사건이 뭐야?”

그것도 모르고 있었어. 그건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해서 어린 여자 얼굴 나오는 나체사진을 올려놓고 돈을 내고 가입한 유료회원들에게 성착취동영상을 보내주는 아주 악질적인 인간 말종들이 하는 짓이야.”

 

아니, 그런 게 다 있어? 그럼 왜 어린 여자들은 자신의 나체사진을 그런 텔레그램에 올려놓은 거야?”

 

고등학생 여자 아이들은 세상을 잘 모르잖아. 그러니까 나쁜 사람들이 어린 여자 아이들을 아르바이트를 시킨다고 돈을 조금 주고 자신의 나체사진이나 성적으로 학대하는 사진을 일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텔레그램에 올리도록 한 다음, 여자의 신상을 털어서 공개한다고 협박해서 계속해서 성노예처럼 학대하고, 그러한 동영상을 돈을 받고 유포시켰던 거야.”

 

정말 나쁜 인간들이네! 그런 인간들은 징역을 얼마쯤 산대?”

그건 모르지.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런 텔레그램에서 <소녀방> 비슷한 것을 운영했던 사람들도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전 국민이 난리를 치고 있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런 악질적인 사이버성착취범죄를 특별수사해서 엄벌하라고 했대. 그래서 지금까지 남의 일처럼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던 경찰이나 검찰, 법원에서 정신 차리고 특별단속하고 무겁게 처벌할 모양이야. 한심한 사람들이지. 그 어린 미성년자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딸이었다고 생각해 봐. 지금까지 가만 있었겠어?”

 

그런 소녀방 텔레그램 성착취범죄는 me too 운동과는 다른 거야?”

“me too 운동은 주로 고위공직자나 유명연예인, 대학 교수, 시인이나 소설가, 가수, 정치인 등을 중심으로 해서 성추행을 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을 하는 사람들의 권력형 성범죄를 노출시켜 처벌하자는 것이야. 그런데 이번 소녀방은 아주 나이 어린 여자들을 상대로 신상을 공개해서 매장시키겠다고 협박해서 계속해서 악마들이 노예처럼 성적 학대를 가하고, 전세계적으로 성착취동영상을 유포하고, 그로 인해 돈을 번 거야. 죄질 자체가 아주 달라.” “그렇다면 그 나이 어린 여자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거야? 그런 성착취동영상이 인터넷에 평생 남아 있으면 어떻게 해?”

 

이번 텔레그램 소녀방에서 제작되어 유포된 성착취물 피해 여성은 모두 70명이라고 해, 그중에서 미성년자는 14명이고. 현재 수사기관에서 신원을 확인한 피해자는 18명이래. 피해자들이 창피하니까 수사기관에 나오는 것을 꺼려하는 모양이야. 그런데 여성가족부 산하기구인 디지털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성착취물 삭제와 차단작업을 지원한다고 해. 피해자센터는 피해 사실 접수 즉시 동영상이 올라온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하거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성착취물을 삭제 차단하도록 요청한다는 거야.”

 

그러한 피해자지원센터가 공익단체라면, 왜 굳이 피해자의 신고가 있어야 성착취 동영상을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일을 하는 걸까? 정부에서는 아예 경찰 산하 기관으로 디지털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따로 만들어서 상시 모니터링을 해서 성착취물이거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음란물, 또는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음란물은 즉시 직권으로 삭제하고 차단하는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네 말이 맞아.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 대한 음란물 삭제가 국제공조를 필요로 하는 만큼 쉽지 않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국제화시대에는 반드시 해외에 있는 사이트를 감독하는 외국의 공적 기관과 긴밀히 협조하여 성착취물 같은 해악성이 아주 강한 동영상은 즉시 삭제하고 차단하는 성과를 내야 할 것 같아.”

 

스텔라는 자신의 남자 친구인 정확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도 이번 n번방 사건에 연루되어 경찰에서 조사를 받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확도 인간이 아니라, 양의 탈을 쓴 악마인 것이다. 스텔라는 지금 악마의 마수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다.

 

정확은 n번방 운영자를 도와서 어린 여성 피해자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면서 운영자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서 돈을 받았다. 그리고 정확도 n번방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해서 성착취동영상을 계속해서 다운받아 보관하면서 수시로 보았다. 그러한 동영상은 정말 가학적이었고, 너무 지저분했다. 보기에 역겹고 구역질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도 정확은 시간이 가면서 익숙해지니까 자신도 모르게 점점 그런 동영상에 중독이 되었고, 성적 취향도 달라졌다. 정상적인 성관계에서는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최근에 스텔라와 관계를 하면서도 많이 달라지고 있었다. 아주 어린 미성년자와 관계를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심지어는 동성애자를 만나고 싶은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n번방 사건이 크게 터져 수사망이 좁혀와서 곧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징역을 가게 된 것이었다. 변호사 비용이 급했는데, 마침 애인으로 지내는 스텔라에게 강간피해자로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생긴 것을 알고, 정말 하나님이 자신을 버리지 않고 도우시는구나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했다.

 

더군다나 강간 당한 현장에서 정확 자신이 범인을 잡았고,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으며, 강간범인은 돈이 있어 보이는 술집 사장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적게 받아도 최소한 3천만원은 기본으로 생각하고 스텔라에게 빨리 합의금을 받아서 애인인 자신에게 빌려달라고 했던 것이다.

 

171. 강간죄의 가해자측에서 피해자측을 만나 합의를 시도하다

 

국홍은 술집에서 스텔라와 그 짓을 했다는 것이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짧은 순간에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어렴풋이 기억은 나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스텔라의 치마를 걷어올리고 팬티를 국홍이 벗겼는지, 스텔라가 자진해서 내렸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자신이 사정을 한 사실도 명확하지 않았다. 너무 짧은 시간에 있었던 일이라, 국홍의 하체에서 밖으로 배출된 액체가 정액이었는지, 소변이었는지도 명확하게 구별이 가지 않았다.

 

성적 쾌감을 느꼈다고도 할 수 없었다. 극도의 흥분상태, 최고도의 불안상태에서 잠깐 동안 치러진 의식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스텔라도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행위나 행동에 대해 잘 분별이 되지 않았다. 원래 술에 취하면 사람들의 행동은 대체로 그렇다.

 

복자는 화가 무척 나기도 했지만, 평소 국홍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측은하고 불쌍했다.

 

지금 저 사람은 얼마나 힘이 들까? 구속되어 있는 것 자체가 힘이 들 것인데, 술집도 문을 닫아야 하고, 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얼마나 힘이 들고, 죽고 싶을까?’

 

이런 생각이 드니까 복자는 더 이상 국홍을 힘들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상담을 하고, 진행상황을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나이 든 변호사는 복자를 직접 만나주지 않았다.

 

사무실에 찾아가면, 변호사는 재판에 갔다고 하고, 아니면 중요한 사건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회의를 한다고 했다. 미리 전화를 해서 사전에 변호사를 만날 약속을 정하려고 하면, 사무장은 변호사님은 지방 출장 가서 며칠 후에 온다는 것이었다. 늘 사무장이 전화로 사건에 관해 설명하거나 만나서 대답을 해주는 것이었다.

 

복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가보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변호사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 밑에서 일을 하는 사무장은 어떤 자격을 가지고 있고, 변호사가 어떻게 남편을 석방시키는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사무장은 인상이 마치 악덕 사채업자 같았다. 뺀질뺀질 생긴 것이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아주 차가운 냉혈동물처럼 보였다. 그러면서 사건을 맡겼으면 변호사 사무실에서 알아서 해줄텐데, 왜 자꾸 찾아오냐는 것이었다. 그래도 복자는 가슴이 답답하면 변호사 사무실밖에 찾아갈 곳이 없었다. 사무장은 늘 똑같은 대답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변호사님이 판사와 검사와 아주 친해요. 틀림없이 빼낼테니 조금만 참고 기다리세요.”

우리 아빠는 언제나 나올 수 있어요? 미치겠어요.”

 

글쎄요. 워낙 강간죄가 무거운 범죄라서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 변호사님이 형사전문변호사이고 사람 석방시키는데 탁월한 실력이 있어서 곧 나올 거예요.”

 

모든 게 엉터리였다. 강간죄를 어떻게 빼낼 수 있을까?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 때 참석해서 몇 마디 한 것 이외에 특별히 하는 일이 없었다. 사무장은 더욱 내용도 잘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허한 말만 무책임하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

 

변호사는 국홍에 대한 접견도 가지 않고 있었다. 구속적부심으로 빼낸다고 큰소리쳐놓고, 변호사는 구속적부심도 청구하지 않았다. 복자는 구속적부심이 무엇인지 용어조차 모르고 있었다.

 

검사는 국홍을 정식으로 재판에 회부했다. 그러자 변호사는 복자에게 잘못하면 징역을 많이 살 위험성이 있으니, 빨리 피해자와 합의해 오라고 했다. 복자는 스텔라를 만났다. 스텔라에게 사정을 했다. 스텔라는 약간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 스텔라는 남자 친구인 정확을 만났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잘 됐어. 합의금으로 3천만원을 받아. 마침 내가 지금 당장 3천만원이 필요한 상태야. 그 합의금을 받아서 나를 한달만 빌려줘. 한달 후에 내가 이자를 붙여서 4천만원을 줄테니까.”

 

정확은 스텔라가 자신과 성관계를 계속 하다가 다른 놈과 붙어먹었다고 연락을 끊고 있었다. 스텔라가 전화를 해도 시큰둥했다. 그러나가 가해자측에서 합의를 위해 피해자인 복자를 만나러왔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 사람들이 3천만원을 줄 것 같지는 않아. 술집 사장도 고아출신이고, 그 부인도 같은 고아원 출신이래.”

 

스텔라야. 그건 그렇지 않아. 요새 법이 엄해져서 강간죄는 무조건 징역을 몇 년 사는 거야. 그 사람들 비록 고아출신이지만, 술집을 잘 하고 있잖아? 징역을 3년 산다고 해봐. 36개월인데, 한달에 3백만원만 잡아도 36개월이면 18백만원이야. 벌금 못내면, 하루에 벌금 10만원씩 계산해서 유치장에 들어가 있어야 돼. 그런데 장사하는 사람이 징역을 3년간 징역을 살겠어? 하루에 10만원씩 계산하면 최하 18백만원인데, 우리가 크게 깎아줘서 3천만원만 부르면 내 생각에는 그 자리에서 온라인으로 이체할 거야. 두고 봐.”

 

168. 술에 취한 강간으로 행복한 가정이 끝장 나다

 

경찰관은 남의 일이라 그런지 담담한 표정으로 건조하게 대답했다. 국홍은 정말 강간죄로 구속되고, 아내가 알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되면 술집은 어떻게 해야 하나?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날아가버린 것이었다.

 

일본 관동지방에서 20113월 발생했던 대규모 강진과 쓰나미 때문에 수만명이 목숨을 잃은 것처럼, 국홍과 복자, 술집은 어제 밤 한 순간의 실수로 산산조각이 나고, 두 사람의 아름다운 둥지는 벼락을 맞아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수사관이 지나가는 말로 간단하게 알려주었지만,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조사를 마치고 피의자신문조서를 읽어보라고 했을 때도, 글자 색깔이 까많고, 종이는 하얗다는 것만 떠오를 뿐 내용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국홍의 부인 복자는 밤을 꼬박 새우면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아무래도 남편의 신상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복자는 젊었을 때에는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 하나님이라는 존재를 전혀 믿지 않았다.

 

복자에게 세상은 그야말로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공간이었다.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었다. 남자는 여자를 육체만 탐하고, 욕정을 충족하면 버렸다. 동물만도 못했다. 여자들은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잘난 척이나 했다. 자랑이나 하고,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무의미였다. 복자는 세상을 살면서 이렇게 당하고, 저렇게 당하고, 이 사람에게 무시 당하고, 저 사람에게 무시 당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전혀 알지도 못하는 부모님께 기도했다. 소원을 빌었다. 옛날 할머니와 어머니가 새벽에 정화수(井華水)<수돗물이나 생수가 아닌 우물물을 길어서 떠놓은 것이다>를 깨끗한 그릇에 떠놓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간절히 소원을 빌던 것처럼 아침 일찍, 그리고 밤 늦게 아버지와 어머니를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었다.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어디 계신지도 모르고, 살아계신지, 돌아가셨는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아버지, 어머니 어디에 계시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빌어요. 저는 비록 혼자지만 늘 부모님 생각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어요. 부모님께 실망드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멀리 계시고, 보이지 않고, 얼굴도 모르지만, 저를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세요. 감사합니다.”

 

복자가 이렇게 아침 저녁으로 부모님께 소원을 빌었기 때문에 나중에는 어머니도 만나게 되었고, 살면서 크게 망가지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렇게 살다가 복자는 국홍과 결혼하고 나서 너무 감사한 생각이 들어 동네에 있는 작은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교회에 다니면서, 많은 은혜를 받았다. 지나간 세월을 반성하고, 참회하면서 앞으로는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고 살기로 다짐했다.

 

그런데 이런 복자에게 국홍은 어제 밤부터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 복자는 술집으로 갔다. 술집은 정말 가관이었다. 테이블에 술병과 안주가 널려있고, 바닥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쇼파도 지저분하게 되어 있었다. 술집이란 영업을 할 때에는 에어콘을 켜놓아서 그렇지 영업을 하지 않고 문을 닫았다가 들어가면 정말 지독한 냄새가 나고, 절대로 들어가서 술을 마실 기분이 나지 않는 곳이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러 들어가기 때문에 웬만한 냄새는 감수하고 들어간다. 술을 마시는 도중이나, 술에 취해서 나올 때까지도 그런 쾌쾌하고 기분 나쁜 냄새는 술로 인해 업되는 분위기 때문에 상쇄된다.

 

술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곳은 지옥이지 천국은 절대 아니다. 그것은 이런 것과 비슷하다. 남자와 여자가 술을 마시고 모텔에 들어가서 그짓을 한다. 모텔방 냄새는 어딘지 모르게 쾌쾌하다. 비릿한 정액 냄새가 배어 있고, 오징어냄새가 난다.

 

동물적인 냄새를 감수하고 모텔에 들어가서 정사를 벌인다. 그것은 오직 정사를 위해서 잠시 은밀한 공간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사항이다.

 

그런데 모텔에서 정사를 끝내고 바로 나오지 않고, 계속 잠을 자다가 아침에 나오게 되면 햇빛 때문에 남자와 여자의 보기 흉한 몸뚱아리가 눈에 들어오고, 화장을 지운 민낯이 보이고, 쭈굴쭈굴한 피부와 주름살, 검버섯 등이 부각되면 환멸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탁한 공기, 술이나 담배 냄새, 정액 냄새, 흐트러진 클리넥스 휴지, 사용한 타월, 구겨진 이불 등을 보고 맡게 되면 정말 모든 게 끝이다.

 

무엇 때문에 우리가 껴안고 사랑을 나누었는가? 우리가 밤새 울부짓던 신음소리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던가? 생식의 본능인가, 퇴폐적인 쾌락이었던가?’

 


133. 같은 산악회원으로 만난 유부남과 유부녀가 진한 사랑을 나누다

강 교수가 미용실 원장과 연애를 하다가, 재수가 없어서 원장의 애인이었던 건달로부터 공갈을 당하고 있다는 애로사항을 들은 강 교수 친구 최등심 정육점 사장은 강 교수에게 자신의 여동생이 겪은 실제 케이스를 전해주었다.

“요새 등산이 취미인 사람들이 많아. 등산문화가 발달하면서 산악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그에 따라 등산 동호인들이 많아졌어. 그 때문에 불륜 사랑도 늘어나고, 가정파탄도 많이 일어나는 거야. 내 동생 영숙이 겪은 이야기를 해줄 게 들어 봐.”

강 교수도 등산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실제로 산악회에 가입해서 주말등산을 자주 다녔다. 그 과정에서 강 교수도 어떤 여자와 몇 차례 연애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친구인 최등심의 이야기는 아주 실감있게 귀에 들어왔다.

“내 동생 최등숙은 43살인데, 뒤늦게 등산에 취미를 붙였어. 주말에 몇 번 등산을 해보니 정말 좋고, 등산처럼 운동이 많이 되는 것은 없는 거야. 높은 산을 몇 시간 걸으면 정말 운동이 많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야. 땀도 많이 흘리고, 다리 운동도 많이 되고 폐활량도 늘어나기 때문이지.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맑은 공기를 쐬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거야. 집안에 있을 때 느껴지는 답답함을 떨쳐버릴 수 있는 거지. 높은 산에 올라가 울창한 숲을 걷고 있다 보면 성냥갑 같은 아파트가 한없이 작아 보이고, 세상살이가 우습게 보였대. 이렇게 세상은 넓고, 인간은 유한한 존재인데 무엇 때문에 그토록 아둥바둥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던 거야.”

그래서 최등숙은 등산에 점점 깊은 취미를 붙이면서 주말이면 으레 등산을 다녔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떤 산악회 회원이 되었다. 그곳에서 어떤 남자를 만났다. 강박력은 47살이었는데, 이렇게 만난 사이였다. 자주 등산을 함께 다니다 보니 친해졌고, 함께 식사도 하고 호프도 마시다 보니 가까워졌다.

어느 날 술을 마신 상태에서 박력은 등숙과 모텔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이렇게 해서 섹스파트너가 되었다. 특별히 정이 든 것은 아니었다. 그냥 함께 섹스를 하는 사이가 된 것이었다. 등산을 몇 시간 하고, 술을 마시면 자연스럽게 섹스가 하고 싶어지고, 아무런 조건 없이 함께 했을 뿐이었다.

박력과 등숙은 시간이 가면서 익숙한 관계가 되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그것으로 그치려고 마음먹었다. 약 6개월이 지난 다음 박력은 같은 산악회원 중 다른 여자와 만나기 시작했다. 예쁘고 젊은 여자였다. 경희라는 35살 먹은 여자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는데 디자인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박력은 경희와 가깝게 되었고, 박력은 많은 공을 들여 경희를 애인으로 만들었다. 같은 산악회에서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게 세 사람 모두 조심하고 있었으므로 다행히 소문은 나지 않았다.

그냥 등숙만 알고 있었다. 그전까지는 별 다른 감정이 없었는데,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등숙은 강한 질투심이 일었고, 배신감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속정이 들었던 모양이다. 등숙은 박력을 만나 따졌다. 빨리 경희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했다. 박력은 등숙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느끼지 않고 있었다.

그냥 단순한 섹스파트너였을 뿐 그 이상의 애정도 느끼지 않고 있었고, 다른 여자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관계를 정리하고 예전처럼 산악회원으로 친하게 지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등숙은 박력의 이러한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고, 용납할 수 없었다. 등숙은 자신만의 입장에서 박력과 경희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박력은 바람둥이라는 것이었고, 신의도 의리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경희는 남편도 있는 여자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132. 여자 등쳐먹고 감방 갔다온 남자가 또 여자를 괴롭히다

강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가까운 친구를 만나 상의를 했다.

“미용실 원장을 만나 연애를 하고 있는데, 갑자가 그 여자 애인이라는 건달이 나타나서 나를 협박하고 있어. 나는 혼자 사는 여자로 알고 있었고, 그 여자 역시 나에게 남자가 있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어. 법으로 하면 나는 아무런 잘못도 없고, 책임도 없지만, 그 남자는 완전히 깡패고 전과자일 뿐 아니라, 몸에 문신도 많고, 미용실 원장 이름까지 자신의 몸에 새겨놓고 있어. 내가 대학 교수 신분이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물고 뜯는 거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미경의 말을 들어보니, 그 남자는 미경과 연애를 하던 유부남이었다. 천하에 둘도 없는 사기꾼이고 건달이었다. 처음에는 아주 돈이 많은 사업가인 것처럼 속였다. 명품 가방도 사주고, 다이아반지도 사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방도 다이아도 모두 가짜였다. 처음에는 미경에게 돈을 펑펑 썼다. 그렇게 믿게 한 다음, 미경에게 중국 사업에 투자하라고 해서, 돈 5천만원을 빌려갔다.

그 남자는 또 다른 유부녀를 꼬셔서 돈 1억원을 사기쳐서, 그 때문에 결국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징역을 1년 살다가 나왔다. 미경은 체면이 있었기 때문에, 그 사기꾼에게 5천만원을 떼어먹혔지만, 그 사람을 상대로 형사로 고소하거나 민사재판을 할 수가 없었다. 살다가 더러운 놈 만나서 재수 없는 일을 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잊어버리려고 했다.

사실 그렇다. 여자가 남자에게 사기를 당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단순한 돈거래를 했으면 별 문제지만, 이미 몸을 섞고 지내다가 사기를 당하면 형사고소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사기꾼은 자기 앞으로 재산을 절대로 해놓지 않기 때문에, 민사재판을 해서 승소판결문을 받아야 아무 의미가 없는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다. 사기꾼은 법률상 재산이 없는 무자력자이고, 지하철에 앉아 있는 노숙자와 법적으로는 마찬가지 신분인 것이다.

사기꾼들은 외형상으로는 돈이 많은 것처럼 화려하게 꾸민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고급스러운 빌딩에 사무실을 얻는다. 수시로 외국에 출장을 다닌다고 하고, 골프를 치러 다닌다. 고급 술집에 다니고, 백화점에서 명품만 산다.

하지만 모든 재산의 명의는 본인 앞으로 해놓지 않는다. 집도 부인 앞으로 해놓고, 전세도 부인 앞으로 얻는다. 아니면 월세로 해놓고, 보증금을 다 까먹는다. 외제자동차도 렌트를 하거나, 아주 썩은 중고차를 사서 타고 다닌다.

사무실도 법인 앞으로 월세를 얻는다. 보증금은 아주 최고 적게 내고, 월세는 내지 않는다. 외국에 출장다닌다고 하는 것도 거짓말이다. 요새는 핸드폰으로 외국에서 전화를 하는 것처럼 얼마든지 꾸밀 수 있다.

인터넷이나 카카오로 전화를 하면, 한국인지 외국인지 알 수 없다 고급 술집도 사기 치기 위해 다니고, 외상으로 몇 백만원씩 깔아놓는다. 백화점 명품도 대개 사기쳐서 바보 같은 유부녀로부터 선물을 받은 것이다.

여자를 사기 친 남자는 대개 여자가 자신을 좋아해서 돈을 거저 준 것이라도 우긴다. 차용증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기죄에 해당하는지 애매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여자 입장에서는 사기꾼을 함부로 고소하기가 어려운 것이, 만일 고소했다가 무혐의결정나면 돈을 완전히 떼어먹히게 되고, 징역을 보내면 나올 때까지 불안하고, 나온 다음 어떤 보복을 할이지 두려워서 평생 벌벌 떨면서 산다.

여자의 몸을 빼앗고, 돈도 빼앗은 제비족 같은 사기꾼은 만일 여자가 고소를 해서 징역을 살게 되면, 자주 편지를 보낸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모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사모님 덕분에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동안 제 삶을 돌아보면서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하지만 갇혀 있으니 사모님을 껴안고 있던 추억이 너무 간절해서 미치겠습니다. 제가 나가면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사모님만을 위해 살겠습니다. 부디 제 생각만 하고 계시고, 나가면 제 사랑을 다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사모님 없으면 이제 저는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살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사모님! 정말 사랑합니다.”

이렇게 편지를 자주 보내면, 여자는 미치게 된다. 바람을 피워서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혼자 어렵게 사는데, 사기꾼이 뻔뻔하게 감방에 앉아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고, 출소하면 여자를 사랑하겠다고 굳은 결의를 하고 의지를 다지고 있으면 얼마나 불안하고 고통스럽겠는가?

하지만, 편지 내용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를 하고, 현재 피해자인 전 유부녀를 사랑하고, 죽을 때까지 잘 하고 사랑하겠다는데, 법에서 어떻게 하겠는가? 실질은 협박이지만, 협박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미경도 그 사기꾼을 고소도 하지 않고, 헤어져준 것만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기꾼은 징역을 살고 나온 다음 처음에는 미경에게 염치가 없어서 나타나지 못하고 있었다. 미경 대신에 또 어떤 돈이 있는 돌싱녀를 꼬셔서 사기를 치려고 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아 돈이 궁하게 되었다.

그런데 미경이 운영하는 미용실에 단골로 다니는 여자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미경이 최근에 어떤 돈 많은 대학 교수와 진한 연애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 사기꾼은 미경 미용실 단골 손님인 여자 친구에게 부탁했다.

“선미경 원장과 지금 연애를 하고 있는, 그 대학 교수 이름하고, 어느 대학교에서 근무하는지 알아봐 줘. 내가 나중에 톡톡히 인사할게.”

그 여자 친구는 이미 그 사기꾼과 몇 차례 몸을 섞은 관계였고, 사기꾼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사기꾼을 도와주려고 했다. “선미경 원장은 나와 연애를 하면서, 나를 완전히 이용해 먹었어. 내가 선미경 원장에게 반지도 사주고, 돈도 3천만원 정도 썼는데, 내가 징역가게 되니까, 나를 완전히 배신하고, 다른 놈과 연애를 했던 거야. 내가 나중에 따졌너니, 내가 돈이 없어 버렸다는 거야. 나를 좀 도와줘. 나는 너무 억울해.”

“아니 선미경 원장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예요? 그렇게 안 보였는데...”
“말도 하지마, 여기 있는 선미경 이름 문신을 봐.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 줄 알아? 이 <미경>이라는 문신도 선원장이 직접 쓴거야. 글씨체가 분명히 선원장 것이 맞잖아. 그리고 선원장 배꼽 아래에도 내 이름이 문신으로 새겨져있어.”

그 여자 친구는 그 말에 놀래서 사기꾼에게 문신을 보여달라고 했다. 혹시 자신의 이름도 올라가 있나 싶었다. 그러자 사기꾼은 며칠 후 그 여자 친구에게 <미경>의 이름이 새겨진 문신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밑에 있는 다른 여자들의 이름은 대일밴드로 가려놓았다. 다른 여자들의 이름 위에는 빨간 약을 많이 발라놓아서 이름이 보이지 않게 기술적으로 조치를 해놓았다.

여자 친구는 그 문신을 보고, 사기꾼의 말을 100% 믿게 되었고, 선미경 원장이 겉으로는 착하고 정숙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호박씨를 다까고, 남자 등이나 처먹는 꽃뱀이라고 믿게 되었다. 이른바 가짜뉴스를 진짜뉴스로 믿게 된 것이었다. 

131. 남자의 몸에 많은 여자의 이름이 문신으로 새겨져있다

 

그랬더니 사기꾼은 갑자기 옷을 벗고 왼쪽 겨드랑이 안에 있는 문신을 강 교수에게 보여주었다. “여기 보이지?”

 

그곳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미경“이라고 씌여 있었다. 강 교수는 순간 겨드랑이 악취 때문에 가스 중독을 일으킬 뻔했다. ‘아! 정말 이 남자가 미경의 애인이 틀림 없구나. 큰일 났네.‘

 

“그래 내 말이 우습게 들리는 모양인데, 돈을 주기 아까우면, 학교에서 만나자. 총장 앞에서 누가 옳은지 판결을 받으면 돼. 나는 감방에 있으면서 법에 대해 많이 공부했어. 웬만한 변호사보다 법을 더 잘 알아. 남의 애인하고 공짜로 했으면, 당연히 돈을 물어내야지. 대학 교수가 그런 법도 모르면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 거야? 너도 교수 때려치고 제비족을 하는 게 낫겠다.”

 

강 교수는 무서웠다. 그 남자 겨드랑이에는 미경 이외에도 다른 여자 이름이 몇 개 더 있었다. ‘정자’ ‘난자’ ‘금슬’ ‘찰떡’이라는 글씨가 조그맣게 순차로 씌어있었다. ① ② ③ ④ ⑤ 이렇게 일련 번호를 매기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글씨체가 모두 다른 것을 보니, 아마도 해당 여자들이 자필로 직접 쓴 것 같았다. 앞으로 여자 이름을 더 써넣을 공간이 열명은 남아 있었다.

 

<미경>이 제일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보니, 미경이 상당한 지위를 인정받았던 것처럼 보였다. 옛날 왕들이 정식의 왕비 이외에 수많은 후궁을 두었듯이, 이 건달도 미경을 첫 번째 왕비로 생각하고, 나머지 정자, 난자, 금슬, 찰떡 같은 여자들은 후궁으로 여겼던 것 같았다.

 

남자의 겨드랑이 안에 써 있는 이름은, 정자, 난자, 금슬은 모두 여자 이름 같은데, 마지막에 있는 <찰떡>은 여자 이름인지, 아니면 떡이름인지 혼란스러웠다. 어떤 여자의 예명(藝名)이거나 닉네임일 수도 있었다. 무척 궁금했지만, 강 교수로서는 그 건달 깡패 같은 친구에게 그걸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찰떡은 원래 강 교수가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강 교수는 일반떡보다 찰떡을 좋아했다. 찰떡이란 ‘찹쌀 따위의 차진 곡식으로 만든 떡’을 말한다. 영어로는 ‘glutinous-rice cake’이라고 한다. 찰떡 궁합이라고 하면 두 남녀가 아주 잘 맞는 것을 말한다.

 

강 교수가 중학교 일학년 때 친구들과 찰떡 때문에 크게 싸운 적이 있었다. 같은 반 친구가 집에서 떡을 해서 가지고 와서 친구들과 같이 교실에서 먹었는데, 강 교수는 찰떡이 먹고 싶어서 멧떡을 놔두고 찰떡을 먼저 집어서 먹었다. 그랬더니 일진회 소속 덩치 큰 친구가 화장실 갔다가 뒤늦게 와서 찰떡을 찾는 것이었다.

 

“아니, 내 찰떡 어디 갔어? 엉~” 순간 열명 가까운 친구들은 숨을 죽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강 교수는 하는 수 없이 자신이 먹었고, 지금 씹는 중이라고 했다. 일진회 친구는 그냥 강 교수의 복부를 세게 발로 찼다. 강 교수는 그냥 뒤로 나가자빠졌다. 그러면서 무의식적으로 입에 있던 찰떡 씹고 있던 것을 토했고, 그 토한 것이 일진회 친구 옷에 뿌려졌다.

 

그 친구는 강 교수가 일부러 자신에게 음식물을 토한 것으로 알고 흥분했다. 주머니에서 커트칼을 꺼내서 강 교수 목에 들이댔다. 강 교수는 하마터면 찰떡 하나 때문에 이 세상을 떠날 위기에 처했다.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성이 풀렸는지, “너, 앞으로는 절대로 찰떡은 건드리지 마!”라고 하면서 강 교수의 얼굴에 침을 세 번 뱉었다. 그리고 기분 나쁘다는 식으로 인상을 쓰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이런 일을 겪고 난 후부터는 강 교수는 찰떡은 일체 입에 대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여자와 잠자리를 할 때에도 여자 입에서, “우리는 찰떡 궁합이예요”라는 말이 나오면 옛날 일이 떠올라 극심한 트라우마를 겼었다. 그 순간 강 교수는 벌떡 일어나, 옷을 입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속궁합이 너무 잘 맞아 황홀해서 무심코 ‘찰떡 궁합’이라는 오래 된 속담을 꺼냈다가 그 자리에서 퇴짜를 맞은 여자 역시 그 다음부터는 찰떡은 절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강 교수는 건달의 겨드랑이에서 <찰떡>이라는 문신을 본 순간, 속이 메스꺼웠다. 게다가 겨드랑이는 3개월 동안 전혀 딲지를 않았는지, 옛날 재래식 화장실 풀 때 나는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겨드랑이 악취와 <찰떡>의 공포가 뒤섞여 , 강 교수는 그야말로 공포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심야에 CGV관에서 혼자 보다가 기절하기 직전의 상황이 되었다.

 

그럼에도 강 교수는 이 문제만큼은 꼭 알고 넘어가야겠다는 확고한 신념에서,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기 써있는 이름들은 모두 여자 이름인 것이 맞지요? 이름이 모두 예뻐요. 정자, 난자, 금슬... 그런데 <찰떡>도 여자 이름인가요? 아니면 떡이름인가요?”

 

건달은 예상을 뒤엎고, 갑자기 환하게 누런 이빨을 내보이면서 웃었다. “아! 그건 모든 사람들이 늘 하는 질문이야. <찰떡>은 5년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어. 본래 이름은 ‘주라주’였어. 그런데 워낙 나와 속궁합이 잘 맞아서 내가 붙여준 예명이야. 나는 함부로 아무에게나 <찰떡>이라는 예명을 주지 않는데, 그 여자는 내 일생에 나와 가장 속궁합이 잘맞는 여자라 내가 특별히 붙여주었어.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여자가 음주운전하던 나쁜 인간이 몰던 <떡배달 1톤 탑차>에 치어서 즉사했는데, 사고 장소가 우연히 그 동네에서 가장 큰 <떡방앗간> 바로 앞이었어. 정말 미신 같은 이상한 일이야. 그 사고가 있고난 다음부터 나도 이상하게 찰떡을 먹으면 꼭 복통이 나고, 체해서 병원에도 가야했고, 찰떡을 먹은 날 밤에는 꿈에 그 <찰떡>이라는 여자가 꼭 나타나 나를 괴롭히는데, 머리는 산발을 하고, 입에는 긴 찰떡을 물고 있고, 그 떡에는 팥이 많이 뭍혀져있어 핏빛으로 보이는 거야. 그래서 꿈에서 나는 몇 번이나 죽었다 살아났어. 그래서 내 몸에 새긴 <찰떡> 문신을 지울까도 생각해봤는데, 그랬다가는 더 내명에 못살 것 같아서, 지금 그대로 놔두고 있는 거야.”

 

그 남자 겨드랑이에는 영어로 쓰여진 이름도 하나 있었는데, 아마 길게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많이 배운 미국 여자 이름 같았다. 미국 여자가 자신의 이름을 너무 필기체로 갈겨써서 그런지 강 교수는 아무리 돋보기를 대고 봐도 정확하게 읽을 수 없었다.

 

강 교수는 그 남자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은 더럽게 못생겼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여자들을 애인으로 만들었을까?”

130. 자신의 애인과 성관계를 했다고 손해배상을 요구하다

 

강 교수가 볼 때 상대 남자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왔는지 의심스러웠다. 부르는 대로 쓰라고 해서 무서워서 썼지만, 정말 말이 되지 않고 창피해서 받아 쓸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강 교수는 너무 무서워서 부르는 대로 썼다.

 

그 남자가 맨 처음 말하는 대로 받아쓰면 이랬다. “저는 평소 존경하는 몽마르똥 미용실 선미경 원장님을 꼬셔서 제 것을 원장님의 속에 넣었습니다. 정확한 횟수는 모르지만, 최소한 500번은 넣은 것 같습니다. 원래 선 원장님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데, 제가 술을 먹이고 강제로 해서 지금까지 이렇게 개판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또 원장님과 그 짓을 하면 제 물건을 잘라서 강물에 던져버리겠습니다. 저는 태극기 앞에서 새마을운동 정신으로 엄숙하게 맹세합니다. 강철민.”

 

강 교수는 그 남자가 불러주는 대로 백지에 써보니, 도대체 이것은 무슨 이야기인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정 사정해서 겨우 젊잖게 고쳐놓은 것이 그 정도였다.

 

강 교수는 미경을 존경하지는 않았다. 여자로서 좋아했지만, 존경할 만한 구석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왜 자신에게, ‘평소 존경하는 원장님’이라고 쓰라고 하는지 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미경은 보통 여자보다 훨씬 더 강도 높게 남자를 좋아하는데, 그걸 애인이라는 남자가 모르고 있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답답한 것은 미경이 먼저 강 교수에게 접근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성관계에 이른 것인데, 강 교수가 술을 먹이고,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미경을 강제로 했다고 쓰라고 하니 기가 막혔다.

 

그리고 만난 지 6개월밖에 안 되는데, 어떤 남자가 500번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그 건달은 산수 시간에 선생님 말씀은 전혀 듣지 않고 성기만 만지고 있었음이 틀림 없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런 각서를 쓰는데, 왜 태극기가 들어가고 새마을정신이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남자 옷을 자세히 보니, 잠바 왼쪽 가슴 쪽에 작은 태극기가 그려져 있었고, 오른쪽에는 새마을운동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강 교수는 하는 수 없이 용기를 가지고 그 남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이렇게 썼더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랬더니 남자는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벽에 세게 박았다. 강 교수는 무슨 커다란 망치로 벽을 부수는 것으로 오해했다. 머리가 아무리 나빠도 저렇게 돌보다 더 단단하고, 심지어 강철보다 더 단단할 수가 있을까? 남자는 머리를 벽에 열 번 세게 박았다. 정확하게 열 번 박더니 딱 멈추었다. 아마, 남자는 머리 박는 횟수를 속으로 세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것은 옛날에 라디오소리가 잘 나오지 않으면 주먹으로 탁탁 몇 번 치면 다시 주파수가 잡히는 것 같았다. 그 남자는 머리를 벽에 세게 부딪혀야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럼 당신 고추를 자르지 않고 미경의 것을 자르겠다는 뜻인가? 이런 나쁜 인간 같으니, 너는 지금 당장 경찰서를 들러서 대학교 총장실로 가야겠어. 아니, 오늘은 설날이니까, 구정 연휴 끝나면 곧 바로 가자. 이런 저질 인간은 내가 살면서 처음 보네.”

 

강 교수는 깜짝 놀랐다.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우선 그 남자를 진정시켜야했다.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면서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했다. 남자는 우선 각서를 쓰고 사인을 하라고 했다.

 

그런 다음 남의 애인을 제 것처럼 마음대로 사용했으니 그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서로 지금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 교수는 지금은 간통죄도 폐지되고, 혼인빙자간음죄도 없어졌는데 왜 자신이 경찰서로 가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남자는 무대포였다.

 

“당신이 정말 대학 교수인지 궁금하네. 남의 여자를 강제로 해먹었으면 당연히 콩밥을 먹어야 하는 거야. 요새는 성범죄는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아도 처벌되는 거야. 그것도 몰라? 어떻게 대학 교수를 하고 있어? 당신, 정말 대학 교수 맞아? 신분증 좀 볼까?”

강 교수는 정말 자존심이 상했다.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그 남자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하고 나오고 싶었다. 하지만 잘못했다가는 그 남자와 치고 박고 싸워야 할지도 몰랐고, 또 경찰에 신고하면 조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교에 찾아가 난동을 부리면 골치 아픈 것이었다. 강 교수는 하는 수 없었다. 얼마를 요구하느냐고 물었다.

 

“당신이 지금까지 내 사랑하는 여자의 몸을 500번 했으니까? 한번에 50만원씩 계산해봐. 나는 계산을 잘 못하니까. 빨리!”

“무슨 500번을 해요? 한 달에 두 번씩 지금까지 모두 12번 정도 했을 거예요?”

 

“아니! 당신 성불구자야? 그걸 말이라고 해? 남자가 여자를 처음 애인으로 만들면 보통 하루에 최소한 한 번은 하게 되는 거야? 누굴 어린 애 바본줄 알아? 그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봐. 미경을 만나 같이 대질조사를 하고 싶어? 정 거짓말을 하면 미경을 산부인과에 데리고 가서 정밀검사를 의뢰할 거야!”

 

강 교수는 기가 막혔다. 이 남자는 완전히 깡패거나 정신이상자 같았다. 아니면 모든 것을 알면서 강 교수의 신분을 약점 잡아 크게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 그렇게 억지를 부리지 말고, 합리적인 선에서 해결하도록 해요.”

129. 애인의 옛 남자 친구가 나타나서 대학 교수에게 공갈을 치다

 

학교 앞 맥주집에서 강 교수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미경은 강 교수와 단둘이서 만나게 되었다. 강 교수는 매너가 아주 깨끗했다. 미경은 강 교수처럼 지적인 남자를 처음 만났기 때문에 곧 바로 자신의 마음을 다 주었다. 강 교수에게는 미경에게 독특한 매력이 느껴졌고, 솔직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강 교수에게 미경은 지금까지 남자를 전혀 모르고 살아온 여자처럼 보였다. 강 교수는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여자들과 연애를 해보았지만, 미경처럼 속궁합이 잘 맞는 여자는 없었다. 그래서 강 교수는 더욱 많은 시간을 미경과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남자가 강 교수를 찾아왔다.

 

“당신이 교수라면서, 어떻게 남의 애인을 가로채서 섹스를 하고 있는가? 이건 신문에 날 일이다. 절대로 가만 두지 않겠다. 잘못했다는 각서를 써라. 그렇지 않으면 총장실에 가서 개망신을 줄 테니까.‘

 

강 교수는 기절할 뻔했다. 미경이 혼자 사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유부녀가 아니었기 때문에 연애를 하고 육체관계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생각했다.

 

강 교수 집에서 부인이 알게 되면 그때는 부인 역시 다른 남자와 관계를 했던 사실을 가지고 상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강 교수는 부인과 서로 묵시적인 합의를 한 것과 비슷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관계를 하지 않고 지냈다.

 

부부 사이의 관계는 참 이상하다. 결혼하고 서로 관계를 해서 익숙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부터 서로 관계를 하지 않고 지내면 더 이상 하기가 어렵다. 새삼스럽게 한다고 하면 서로가 익숙하지 않아 거부반응을 느낀다. 그래서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강 교수도 언제부턴가 부부관계를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다른 여자을 찾았다. 강 교수 부인도 마찬가지였다. 남편과 관계를 하지 않는 대신 다른 남자를 만났다.

 

그렇게 해도 부부 사이는 유지될 수 있었다. 부부 사이의 육체관계와 일상 생활관계는 분리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서로에게 편했다.

 

강 교수는 미경의 애인이라는 남자가 나타나서 책임을 추궁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 교수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하지만 강 교수는 자신이 교수라는 사회적 신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인처럼 행동할 수는 없었다.

 

강 교수는 그 남자에게 물었다. “나는 미경 씨가 혼자 살고 있는 미용실 원장으로 알고 있었어요. 남편도 없고, 애인도 없는 걸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미경 씨 애인이라면 저는 당연히 손을 떼야겠지요?”

 

그 남자는 갑자기 흥분했다. “아니,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미경 씨라고 그랬어. 미경이가 너와 무슨 관계인데 함부로 미경이 이름을 불러. 너 정말 죽고 싶나? 너는 대학 교수고 유부남이잖아? 어떻게 남의 여자를 빼앗아 가지고 그짓을 수백번이나 했냐?”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모든 책임은 제가 질게요. 앞으로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겠습니다.”

 

“네가 사람이야? 남의 여자 건드려놓고, 그짓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그게 장난이야? 어떻게 책임질 거야? 미경이 데리고 살 거야? 아니면 어떻게 할 거야?”

 

강 교수는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잘못했다가는 목숨도 위태롭게 되고, 학교에서도 파면될 위기였다.

“우선 각서부터 써! 내가 부르는 대로 써!”

“저는 대학교수로서 선미경이라는 여자를 꼬셔서 섹스를 수백번 했습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앞으로 제가 선미경과 한번이라도 섹스를 하면 저의 성기를 면도칼로 싹뚝 절단해서 귀하에게 모두 바치겠습니다. 귀하는 제 성기를 하수구에 버려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선미경 애인님 귀하”

128. 나이 먹은 여자 치마속은 몰래카메라 대상도 안 된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강 교수는 미경과 단 둘이서 만나게 되었다. 강 교수 매너는 너무 깨끗했다. 미경은 이처럼 지적인 남자는 처음 만나는 것이었으므로 곧 자신의 마음을 주었다. 강 교수가 미경과 가까워진 이유는 독특한 매력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솔직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이상하게 미경은 지금까지 남자를 전혀 모르고 살아온 여자처럼 강 교수에게 보였다. 강 교수는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여자들과 연애를 해보았지만, 미경처럼 속궁합이 잘 맞는 여자는 없었다. 그래서 강 교수는 더욱 많은 시간을 미경과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남자가 강 교수를 찾아왔다.

 

“당신은 교수로서 어떻게 남의 애인과 연애를 하는가? 가만 두지 않겠다. 지금 당장 각서를 써라.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그렇지 않으면 학교에 가서 개망신을 줄테니까.‘

 

미경이 TV를 보니 어떤 유명 인사가 지하철역에서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남성은 지하철 내부, 건물 에스컬레이터, 승강장 등에서 짧은 반바지나 치마를 입은 여성들의 하의 속 부위를 여러 차례에 걸쳐서 찰영했다. 경찰에서는 이 남성의 휴대전화의 데이터를 복원하여 범죄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미경도 이런 뉴스를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에 지하철을 탈 때에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누군가 자신의 치맛속을 몰래카메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 번도 미경의 뒤에 바짝 달라붙어서 이상한 행동을 한 남자는 없었다. 미용실에서 이런 걱정을 손님들에게 했더니, 어떤 여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거야 젊은 여자들의 치맛속을 찍지, 무엇 때문에 마흔살 넘은 여자의 치마 속을 들여다보겠어요? 원장님도 꿈을 깨세요. 늙은 여자 치맛속은 돈을 주고 찍어달라고 사정을 해도 절대로 찍지 않아요. 잘못 찍었다가는 휴대전화 안에 들어있는 젊고 날씬한 여자 치마 속 사진이 모두 질이 떨어질테니까.”

 

“나이 들었어도 다이어트 열심히 하고 짧은 치마 입고, 색깔 있는 팬티 입고 에스컬레이터 올라가면 뒷모습만 봐서는 나이를 알 수 없으니까 남자들이 실수로 찍어주지 않을까요?”

 

“원장님은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몰라. 그런 남자들은 상습범이고 프로들인데, 딱 보면 늙었는지, 젊었는지 알아요. 그런 범인은 갑자기 아무 여자나 보고 찍는 게 아니야. 자신이 찍을 여성을 뒤쫓아가면서 유심히 살펴보고 관찰하고 분석한 다음에 대단히 긴장한 상태에서 들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찍는 거야. 그러니까 정작 사진을 촬영할 시점에는 이미 대상자 여성의 모든 것을 판단하고 찍는 거야.”

 

“아니 어떻게 그렇게 남자들의 심리나 행태를 잘 알아요? 혹시 가까운 사람 중에 누가 그런 일을 하다가 문제된 적이 있는 거 아니예요?”

 

“그게 아니고, 우리 아빠가 옛날에 경찰관으로 오래 근무했잖아요.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읆는다고 나도 주워들은 이야기가 많아서 그래요. 원장님은 절대로 찍힐 염려가 없으니까 마음 놓고 걸어다녀요. 오히려 원장님 치마 속이 찍히면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해요. 나 같으면 찍어줄 애들만 있으면 매일 치마 입고 지하철 2호선 뱅뱅 돌고 싶네. 하하하...”

 

미경은 따라 웃으면서도 서글펐다. 벌써 45살이라 남자들 눈에 늙어보이고, 성적 매력이 없어졌다는 등급 판정을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한우도 노쇠한 소는 투 플러스 등급을 못 받는다. 군대에 현역으로 가서 나라에 충성하고 싶은데, 현역 판정을 받지 못하고 ‘고향 앞으로 가’라는 귀향 판정을 받고 돌아온 청년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요새 남자들이 왜 저렇게 성적으로 일탈현상을 보이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자 치마 속을 몰래 사진 찍어서 무엇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일까?

 

인터넷을 보면 수영복 차림의 여자 사진은 넘치고 넘치는 세상이다. 사진작가들이 작품사진으로 찍어서 올려놓은 외국 미인들의 거의 알몸 수준의 사진들이 수백만 컷트가 올라와 있는데, 왜 남자들은 그런 짓을 하는 것일까? 들키면 개망신을 당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는 위험한 일을 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미경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거꾸로 여자들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미경은 그런 사례를 들어보지 못했다. 여자가 남자의 바지 가운데 돌출된 부위를 몰래 찰영하여 문제된 적은 없는 것 같았다. 여자가 남자 탈의실이나 화장실에서 몰래 촬영하여 휴대전화에 보관해놓고 수시로 보고 즐기는 여자는 없을 것 같았다. 그게 남자와 여자의 성적 취향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미경은 생각했다. 그런 변태성 남자들은 교정방법으로서 밀폐된 공간에 모아놓고, 벽에 여자 나체사진으로 도배를 하고 하루 8시간 교육시간에 잠시도 쉬지 않고 섹스비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감상하도록 한다. 일주일만 그렇게 특별교육을 시키면 나중에는 여성의 신체에 관해 진절머리를 치면서 두 번 다시 재범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미경은 인터넷으로 사회 분야 뉴스를 검색해 보았다. 눈에 띄는 기사가 하나 있었다. 어떤 남자 검사가 같이 일을 하던 여자 수사관을 성추행해서 대검찰청에서 특별감찰을 받았다.

 

대검찰청 특별감찰반은 남자 검사의 성범죄 정황을 포착한 뒤 그 검사를 피의자로 신분전환하고 수사를 개시했다. 대검찰청은 법무부에 그 검사의 직무배제를 요청하고 검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도록 통보했다.

 

그 때문에 검사는 직위해제된 상태에서 강제추행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가 법원에 의해 기각되었고, 검찰에서는 불구속으로 재판에 회부했다는 것이다.

 

미경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검찰청은 범죄인을 조사하는 곳이라 매우 삭막하고 딱딱한 장소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검사나 수사관들 모두 무뚝뚝하고 냉정하고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남자 검사가 여자 수사관을 성적으로 추행하고 그것이 문제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장소에서 그런 사람들끼리 성욕이 발동하고 그것을 참지 여자 수사관의 신체를 강제로 만지거나 접촉한다는 말인가?

 

미경은 인간의 동물성, 성적 본능을 생각하면서 남자라는 존재가 매우 불쌍해 보였다. 물론 이런 사건은 백만명 중의 한명이 저지르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에서 어떻게 이런 범죄가 추잡하게 계속된다는 말인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