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자신의 애인과 성관계를 했다고 손해배상을 요구하다

 

강 교수가 볼 때 상대 남자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왔는지 의심스러웠다. 부르는 대로 쓰라고 해서 무서워서 썼지만, 정말 말이 되지 않고 창피해서 받아 쓸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강 교수는 너무 무서워서 부르는 대로 썼다.

 

그 남자가 맨 처음 말하는 대로 받아쓰면 이랬다. “저는 평소 존경하는 몽마르똥 미용실 선미경 원장님을 꼬셔서 제 것을 원장님의 속에 넣었습니다. 정확한 횟수는 모르지만, 최소한 500번은 넣은 것 같습니다. 원래 선 원장님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데, 제가 술을 먹이고 강제로 해서 지금까지 이렇게 개판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또 원장님과 그 짓을 하면 제 물건을 잘라서 강물에 던져버리겠습니다. 저는 태극기 앞에서 새마을운동 정신으로 엄숙하게 맹세합니다. 강철민.”

 

강 교수는 그 남자가 불러주는 대로 백지에 써보니, 도대체 이것은 무슨 이야기인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정 사정해서 겨우 젊잖게 고쳐놓은 것이 그 정도였다.

 

강 교수는 미경을 존경하지는 않았다. 여자로서 좋아했지만, 존경할 만한 구석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왜 자신에게, ‘평소 존경하는 원장님’이라고 쓰라고 하는지 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미경은 보통 여자보다 훨씬 더 강도 높게 남자를 좋아하는데, 그걸 애인이라는 남자가 모르고 있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답답한 것은 미경이 먼저 강 교수에게 접근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성관계에 이른 것인데, 강 교수가 술을 먹이고,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미경을 강제로 했다고 쓰라고 하니 기가 막혔다.

 

그리고 만난 지 6개월밖에 안 되는데, 어떤 남자가 500번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그 건달은 산수 시간에 선생님 말씀은 전혀 듣지 않고 성기만 만지고 있었음이 틀림 없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런 각서를 쓰는데, 왜 태극기가 들어가고 새마을정신이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남자 옷을 자세히 보니, 잠바 왼쪽 가슴 쪽에 작은 태극기가 그려져 있었고, 오른쪽에는 새마을운동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강 교수는 하는 수 없이 용기를 가지고 그 남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이렇게 썼더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랬더니 남자는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벽에 세게 박았다. 강 교수는 무슨 커다란 망치로 벽을 부수는 것으로 오해했다. 머리가 아무리 나빠도 저렇게 돌보다 더 단단하고, 심지어 강철보다 더 단단할 수가 있을까? 남자는 머리를 벽에 열 번 세게 박았다. 정확하게 열 번 박더니 딱 멈추었다. 아마, 남자는 머리 박는 횟수를 속으로 세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것은 옛날에 라디오소리가 잘 나오지 않으면 주먹으로 탁탁 몇 번 치면 다시 주파수가 잡히는 것 같았다. 그 남자는 머리를 벽에 세게 부딪혀야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럼 당신 고추를 자르지 않고 미경의 것을 자르겠다는 뜻인가? 이런 나쁜 인간 같으니, 너는 지금 당장 경찰서를 들러서 대학교 총장실로 가야겠어. 아니, 오늘은 설날이니까, 구정 연휴 끝나면 곧 바로 가자. 이런 저질 인간은 내가 살면서 처음 보네.”

 

강 교수는 깜짝 놀랐다.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우선 그 남자를 진정시켜야했다.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면서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했다. 남자는 우선 각서를 쓰고 사인을 하라고 했다.

 

그런 다음 남의 애인을 제 것처럼 마음대로 사용했으니 그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서로 지금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 교수는 지금은 간통죄도 폐지되고, 혼인빙자간음죄도 없어졌는데 왜 자신이 경찰서로 가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남자는 무대포였다.

 

“당신이 정말 대학 교수인지 궁금하네. 남의 여자를 강제로 해먹었으면 당연히 콩밥을 먹어야 하는 거야. 요새는 성범죄는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아도 처벌되는 거야. 그것도 몰라? 어떻게 대학 교수를 하고 있어? 당신, 정말 대학 교수 맞아? 신분증 좀 볼까?”

강 교수는 정말 자존심이 상했다.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그 남자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하고 나오고 싶었다. 하지만 잘못했다가는 그 남자와 치고 박고 싸워야 할지도 몰랐고, 또 경찰에 신고하면 조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교에 찾아가 난동을 부리면 골치 아픈 것이었다. 강 교수는 하는 수 없었다. 얼마를 요구하느냐고 물었다.

 

“당신이 지금까지 내 사랑하는 여자의 몸을 500번 했으니까? 한번에 50만원씩 계산해봐. 나는 계산을 잘 못하니까. 빨리!”

“무슨 500번을 해요? 한 달에 두 번씩 지금까지 모두 12번 정도 했을 거예요?”

 

“아니! 당신 성불구자야? 그걸 말이라고 해? 남자가 여자를 처음 애인으로 만들면 보통 하루에 최소한 한 번은 하게 되는 거야? 누굴 어린 애 바본줄 알아? 그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봐. 미경을 만나 같이 대질조사를 하고 싶어? 정 거짓말을 하면 미경을 산부인과에 데리고 가서 정밀검사를 의뢰할 거야!”

 

강 교수는 기가 막혔다. 이 남자는 완전히 깡패거나 정신이상자 같았다. 아니면 모든 것을 알면서 강 교수의 신분을 약점 잡아 크게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 그렇게 억지를 부리지 말고, 합리적인 선에서 해결하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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