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젊잖은 남자

 

미경은 선우를 경제적으로 도우려니 휴일도 없이 다른 사람보다 일을 두배나 더 열심히 했다. 몸도 약한 데 너무 과로를 하니 자주 코피가 나왔다. 생리도 불규칙하게 되고 불면증까지 생겼다.

 

그렇게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몇 년 있으면 외교관 부인이 되어 고생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미경에게 어느 날 청천벼락이 떨어졌다. 며칠 동안 선우와 연락이 되지 않아, 선우의 자취방 주인을 찾아갔다.

 

“아 글쎄, 그 놈이 알고 보니 사기꾼이었어. 가짜대학생이었어. 전과자가 대학생이라고 속이면서 사기를 친 거야. 내 방세도 떼어먹고 도망간 거야. 경찰관이 잡으러 왔는데, 그걸 낌새채고 밤에 짐을 싸가지고 사라졌어. 학생도 무슨 피해를 봤으면 경찰에 신고해. 원 세상에 나쁜 사기꾼 같으니라고!”

 

미경은 갑자기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그렇게 당한 것이 너무 억울했다. 미경은 산부인과에 가서 임신사실을 확인하고, 임신중절수술을 했다. 선우의 뻔뻔스러운 얼굴, 더러운 표정, 징그러운 몸짓을 잊는데 꼬박 석달이 걸렸다. 뿐만 아니라 장래의 ‘대사 부인’이라는 부러움의 대상에서, ‘가짜 대학생 제비족의 피해자’로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미경은 강 교수에게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 좋지 않은 이야기는 모두 빼고, 그냥 평범한 이야기, 열심히 살아온 이야기, 현재 최고경영자과정에 다니면서 느끼는 보람을 이야기했다. 이혼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강 교수를 존경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강 교수는 미경의 말을 조용히 들어주었다.

 

TV에서는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한국인과 현지인에 대한 현장 수색 작업에 관한 상황이 보도되고 있었다. 실종된 지 벌써 7일이 지났다고 한다. 현지에서는 실종자에 대한 수색작업을 위해서, 군 수색대, 수색견 동원 수색팀, 민간 수색팀 등이 모두 동원되어 열심히 수색을 하고 있었다.

 

강 교수는 실종자 수색작업에 관해 관심이 많았다. 자신도 등산을 좋아해서 전에 히말라야 등반을 해본 경험도 있다. 눈사태는 정말 무서운 모양이었다. 눈사태가 나면 10미터 정도씩 눈이 쌓이고, 그 위에 얼음까지 덮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눈 속에 파묻힌 실종자를 수색하는 방법으로는 일종의 지뢰 탐지기 같은 금속탐지기와 드론 열 감지기를 사용한다. 눈 속 4m 깊이에 있는 사람 체온까지 감지하는 열 감지 카메라와 줌 기능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도 투입되고 있었다.

 

뉴스를 보니, 또 쇼킹한 사건이 보도되고 있었다. 30살 된 남성이 어떤 업소에 가서 성매매를 했다. 남성은 성매매를 한 다음, 업소 주인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남성은 업주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경찰에 성매매업소를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업주가 돈을 돌려주지 않자, 화가 난 남성은 업주를 살해했다. 그리고 업주의 시신에 불을 질렀다. 살해된 업주는 60살이 넘은 여자였다고 한다. 미경은 그 뉴스를 보면서 세상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성매매대금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그 몇푼 되지 않는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는 말인가?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냥 돈을 돌려주었더라면 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미경은 궁금했다. ‘저런 흉악범은 사형을 시켜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제는 더 이상 사형집행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자꾸 저런 강력범죄가 되풀이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강 교수에게 물어보았다. 강 교수는 사형제도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고 했다. 그 사건은 범인에게 징역 30년이 선고되었다고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미경에게 남자를 조심하라고 했다. 미경은 그 동안 남자들에게 당한 폭력 피해를 떠올리면서 다시 몸서리를 쳤다.

 

세상이 어수선해서 그런지 뉴스를 보는 것이 겁이 날 정도였다. 현직 검사가 성매매 여성과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채팅 앱을 이용해서 성매수를 원하는 남성을 구한다는 글을 추적한 경찰이 오피스텔 현장을 급습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오피스텔 안에 있던 성을 매수한 남자는 다름 아닌 현직 검사였다는 것이다. 미경은 강 교수에게 물어보았다.

 

“교수님. 남자들은 다 저래요? 검사면 무지하게 높은 사람 아니예요? 그런데 어떻게 직업 여성과 오피스텔에 들어가서 관계를 할까요? 저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건가요?”

 

미경은 옛날 자신을 농락했던 사기꾼 선우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선우는 미경에게, ‘출세하고 재벌이 되려면 남자는 정력이 세야 하는 거야. 정력이 약한 남자는 절대로 출세를 할 수 없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끝나는 거야.’라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하면서 미경을 세뇌시켰던 것이다. 강 교수는 혀를 찼다.

 

“저런 사람은 아주 드물 거예요. 요새 검사들이 그렇게 언론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데도 저렇게 성매매나 하고 있는 검사도 있다는 것이 정말 믿기 어려워요. 아마 결혼을 하지 못했던가, 아니면 부인이 있어도 관계를 하지 않는 관계라 그런지 모르지요? 정말 한심한 사람들이예요. 저러다 걸리면 한 순간에 인생이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미경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강 교수 앞이라 긴장해서 그런지 술에 취하지는 않았다. 다만, 혀가 약간 꼬부라지고 가끔 고개를 테이블쪽으로 숙였다. 강 교수는 미경에게 술이 너무 과한 것 같으니, 그만 집에 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리기사를 불렀다. 강 교수는 자상하게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미경의 차에 같이 타고 미경의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미경이 차 안에서 술 때문에 강 교수 어깨에 머리를 기대도 가만히 받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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