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나이 먹은 여자 치마속은 몰래카메라 대상도 안 된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강 교수는 미경과 단 둘이서 만나게 되었다. 강 교수 매너는 너무 깨끗했다. 미경은 이처럼 지적인 남자는 처음 만나는 것이었으므로 곧 자신의 마음을 주었다. 강 교수가 미경과 가까워진 이유는 독특한 매력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솔직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이상하게 미경은 지금까지 남자를 전혀 모르고 살아온 여자처럼 강 교수에게 보였다. 강 교수는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여자들과 연애를 해보았지만, 미경처럼 속궁합이 잘 맞는 여자는 없었다. 그래서 강 교수는 더욱 많은 시간을 미경과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남자가 강 교수를 찾아왔다.

 

“당신은 교수로서 어떻게 남의 애인과 연애를 하는가? 가만 두지 않겠다. 지금 당장 각서를 써라.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그렇지 않으면 학교에 가서 개망신을 줄테니까.‘

 

미경이 TV를 보니 어떤 유명 인사가 지하철역에서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남성은 지하철 내부, 건물 에스컬레이터, 승강장 등에서 짧은 반바지나 치마를 입은 여성들의 하의 속 부위를 여러 차례에 걸쳐서 찰영했다. 경찰에서는 이 남성의 휴대전화의 데이터를 복원하여 범죄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미경도 이런 뉴스를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에 지하철을 탈 때에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누군가 자신의 치맛속을 몰래카메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 번도 미경의 뒤에 바짝 달라붙어서 이상한 행동을 한 남자는 없었다. 미용실에서 이런 걱정을 손님들에게 했더니, 어떤 여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거야 젊은 여자들의 치맛속을 찍지, 무엇 때문에 마흔살 넘은 여자의 치마 속을 들여다보겠어요? 원장님도 꿈을 깨세요. 늙은 여자 치맛속은 돈을 주고 찍어달라고 사정을 해도 절대로 찍지 않아요. 잘못 찍었다가는 휴대전화 안에 들어있는 젊고 날씬한 여자 치마 속 사진이 모두 질이 떨어질테니까.”

 

“나이 들었어도 다이어트 열심히 하고 짧은 치마 입고, 색깔 있는 팬티 입고 에스컬레이터 올라가면 뒷모습만 봐서는 나이를 알 수 없으니까 남자들이 실수로 찍어주지 않을까요?”

 

“원장님은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몰라. 그런 남자들은 상습범이고 프로들인데, 딱 보면 늙었는지, 젊었는지 알아요. 그런 범인은 갑자기 아무 여자나 보고 찍는 게 아니야. 자신이 찍을 여성을 뒤쫓아가면서 유심히 살펴보고 관찰하고 분석한 다음에 대단히 긴장한 상태에서 들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찍는 거야. 그러니까 정작 사진을 촬영할 시점에는 이미 대상자 여성의 모든 것을 판단하고 찍는 거야.”

 

“아니 어떻게 그렇게 남자들의 심리나 행태를 잘 알아요? 혹시 가까운 사람 중에 누가 그런 일을 하다가 문제된 적이 있는 거 아니예요?”

 

“그게 아니고, 우리 아빠가 옛날에 경찰관으로 오래 근무했잖아요.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읆는다고 나도 주워들은 이야기가 많아서 그래요. 원장님은 절대로 찍힐 염려가 없으니까 마음 놓고 걸어다녀요. 오히려 원장님 치마 속이 찍히면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해요. 나 같으면 찍어줄 애들만 있으면 매일 치마 입고 지하철 2호선 뱅뱅 돌고 싶네. 하하하...”

 

미경은 따라 웃으면서도 서글펐다. 벌써 45살이라 남자들 눈에 늙어보이고, 성적 매력이 없어졌다는 등급 판정을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한우도 노쇠한 소는 투 플러스 등급을 못 받는다. 군대에 현역으로 가서 나라에 충성하고 싶은데, 현역 판정을 받지 못하고 ‘고향 앞으로 가’라는 귀향 판정을 받고 돌아온 청년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요새 남자들이 왜 저렇게 성적으로 일탈현상을 보이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자 치마 속을 몰래 사진 찍어서 무엇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일까?

 

인터넷을 보면 수영복 차림의 여자 사진은 넘치고 넘치는 세상이다. 사진작가들이 작품사진으로 찍어서 올려놓은 외국 미인들의 거의 알몸 수준의 사진들이 수백만 컷트가 올라와 있는데, 왜 남자들은 그런 짓을 하는 것일까? 들키면 개망신을 당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는 위험한 일을 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미경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거꾸로 여자들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미경은 그런 사례를 들어보지 못했다. 여자가 남자의 바지 가운데 돌출된 부위를 몰래 찰영하여 문제된 적은 없는 것 같았다. 여자가 남자 탈의실이나 화장실에서 몰래 촬영하여 휴대전화에 보관해놓고 수시로 보고 즐기는 여자는 없을 것 같았다. 그게 남자와 여자의 성적 취향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미경은 생각했다. 그런 변태성 남자들은 교정방법으로서 밀폐된 공간에 모아놓고, 벽에 여자 나체사진으로 도배를 하고 하루 8시간 교육시간에 잠시도 쉬지 않고 섹스비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감상하도록 한다. 일주일만 그렇게 특별교육을 시키면 나중에는 여성의 신체에 관해 진절머리를 치면서 두 번 다시 재범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미경은 인터넷으로 사회 분야 뉴스를 검색해 보았다. 눈에 띄는 기사가 하나 있었다. 어떤 남자 검사가 같이 일을 하던 여자 수사관을 성추행해서 대검찰청에서 특별감찰을 받았다.

 

대검찰청 특별감찰반은 남자 검사의 성범죄 정황을 포착한 뒤 그 검사를 피의자로 신분전환하고 수사를 개시했다. 대검찰청은 법무부에 그 검사의 직무배제를 요청하고 검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도록 통보했다.

 

그 때문에 검사는 직위해제된 상태에서 강제추행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가 법원에 의해 기각되었고, 검찰에서는 불구속으로 재판에 회부했다는 것이다.

 

미경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검찰청은 범죄인을 조사하는 곳이라 매우 삭막하고 딱딱한 장소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검사나 수사관들 모두 무뚝뚝하고 냉정하고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남자 검사가 여자 수사관을 성적으로 추행하고 그것이 문제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장소에서 그런 사람들끼리 성욕이 발동하고 그것을 참지 여자 수사관의 신체를 강제로 만지거나 접촉한다는 말인가?

 

미경은 인간의 동물성, 성적 본능을 생각하면서 남자라는 존재가 매우 불쌍해 보였다. 물론 이런 사건은 백만명 중의 한명이 저지르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에서 어떻게 이런 범죄가 추잡하게 계속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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