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강간죄의 가해자측에서 피해자측을 만나 합의를 시도하다

 

국홍은 술집에서 스텔라와 그 짓을 했다는 것이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짧은 순간에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어렴풋이 기억은 나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스텔라의 치마를 걷어올리고 팬티를 국홍이 벗겼는지, 스텔라가 자진해서 내렸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자신이 사정을 한 사실도 명확하지 않았다. 너무 짧은 시간에 있었던 일이라, 국홍의 하체에서 밖으로 배출된 액체가 정액이었는지, 소변이었는지도 명확하게 구별이 가지 않았다.

 

성적 쾌감을 느꼈다고도 할 수 없었다. 극도의 흥분상태, 최고도의 불안상태에서 잠깐 동안 치러진 의식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스텔라도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행위나 행동에 대해 잘 분별이 되지 않았다. 원래 술에 취하면 사람들의 행동은 대체로 그렇다.

 

복자는 화가 무척 나기도 했지만, 평소 국홍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측은하고 불쌍했다.

 

지금 저 사람은 얼마나 힘이 들까? 구속되어 있는 것 자체가 힘이 들 것인데, 술집도 문을 닫아야 하고, 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얼마나 힘이 들고, 죽고 싶을까?’

 

이런 생각이 드니까 복자는 더 이상 국홍을 힘들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상담을 하고, 진행상황을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나이 든 변호사는 복자를 직접 만나주지 않았다.

 

사무실에 찾아가면, 변호사는 재판에 갔다고 하고, 아니면 중요한 사건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회의를 한다고 했다. 미리 전화를 해서 사전에 변호사를 만날 약속을 정하려고 하면, 사무장은 변호사님은 지방 출장 가서 며칠 후에 온다는 것이었다. 늘 사무장이 전화로 사건에 관해 설명하거나 만나서 대답을 해주는 것이었다.

 

복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가보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변호사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 밑에서 일을 하는 사무장은 어떤 자격을 가지고 있고, 변호사가 어떻게 남편을 석방시키는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사무장은 인상이 마치 악덕 사채업자 같았다. 뺀질뺀질 생긴 것이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아주 차가운 냉혈동물처럼 보였다. 그러면서 사건을 맡겼으면 변호사 사무실에서 알아서 해줄텐데, 왜 자꾸 찾아오냐는 것이었다. 그래도 복자는 가슴이 답답하면 변호사 사무실밖에 찾아갈 곳이 없었다. 사무장은 늘 똑같은 대답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변호사님이 판사와 검사와 아주 친해요. 틀림없이 빼낼테니 조금만 참고 기다리세요.”

우리 아빠는 언제나 나올 수 있어요? 미치겠어요.”

 

글쎄요. 워낙 강간죄가 무거운 범죄라서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 변호사님이 형사전문변호사이고 사람 석방시키는데 탁월한 실력이 있어서 곧 나올 거예요.”

 

모든 게 엉터리였다. 강간죄를 어떻게 빼낼 수 있을까?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 때 참석해서 몇 마디 한 것 이외에 특별히 하는 일이 없었다. 사무장은 더욱 내용도 잘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허한 말만 무책임하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

 

변호사는 국홍에 대한 접견도 가지 않고 있었다. 구속적부심으로 빼낸다고 큰소리쳐놓고, 변호사는 구속적부심도 청구하지 않았다. 복자는 구속적부심이 무엇인지 용어조차 모르고 있었다.

 

검사는 국홍을 정식으로 재판에 회부했다. 그러자 변호사는 복자에게 잘못하면 징역을 많이 살 위험성이 있으니, 빨리 피해자와 합의해 오라고 했다. 복자는 스텔라를 만났다. 스텔라에게 사정을 했다. 스텔라는 약간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 스텔라는 남자 친구인 정확을 만났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잘 됐어. 합의금으로 3천만원을 받아. 마침 내가 지금 당장 3천만원이 필요한 상태야. 그 합의금을 받아서 나를 한달만 빌려줘. 한달 후에 내가 이자를 붙여서 4천만원을 줄테니까.”

 

정확은 스텔라가 자신과 성관계를 계속 하다가 다른 놈과 붙어먹었다고 연락을 끊고 있었다. 스텔라가 전화를 해도 시큰둥했다. 그러나가 가해자측에서 합의를 위해 피해자인 복자를 만나러왔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 사람들이 3천만원을 줄 것 같지는 않아. 술집 사장도 고아출신이고, 그 부인도 같은 고아원 출신이래.”

 

스텔라야. 그건 그렇지 않아. 요새 법이 엄해져서 강간죄는 무조건 징역을 몇 년 사는 거야. 그 사람들 비록 고아출신이지만, 술집을 잘 하고 있잖아? 징역을 3년 산다고 해봐. 36개월인데, 한달에 3백만원만 잡아도 36개월이면 18백만원이야. 벌금 못내면, 하루에 벌금 10만원씩 계산해서 유치장에 들어가 있어야 돼. 그런데 장사하는 사람이 징역을 3년간 징역을 살겠어? 하루에 10만원씩 계산하면 최하 18백만원인데, 우리가 크게 깎아줘서 3천만원만 부르면 내 생각에는 그 자리에서 온라인으로 이체할 거야. 두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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