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에>
어디에서 왔을까
우연히 찾아와
서로의 가지에 앉았다
그래서 정이 들고
정 때문에 어쩌지 못하는
그 어리석은 정 때문에
봄날에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벚꽃 아래서
우리는 침묵했다
너무나 긴 정적 속에서
삶의 파편들이 녹아
끈적거리고 있다
무엇을 어쩌란 말인가
서로에게 기댄 채
함께 파도를 건너야 하는데
왜 눈물이 흐르는 걸까
단순한 과정이었는데
아무 예고도 없이
문득 찾아온 시간이었는데
늪새 바람을 맞으며
어지러움을 느낀다
밤을 새우면서
은은한 눈빛으로
불꽃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별을 헤일 수도 없다
가슴이 벅차
술잔마저 던져버린다
풀잎의 촉감을 느끼며
격한 드럼소리에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