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에 취해

제가 여기 있잖아요
아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어요
잠자고 있는 당신을
깨우지 않고
참고 있었어요

저기를 보아요
호수에서 이슬이 맺히고
물안개가 걷히네요
우리의 사랑이
포도송이 되어
날아가고 있어요

함께 걸어요
끝이 보이지 않는
오솔길을 헤쳐 나가요
당신의 향기에 취하고 싶어요
별을 보면서
밤새 걷고 싶어요

제 손을 잡아 주세요
마음도 묶어 주세요
눈을 감고 따라 가겠어요
속삭여 주세요
영원이라고
영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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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쩍새

울어라
마음껏 울어라
눈물을 흘려라
펑펑 쏟아져 강이 되도록

정말 그랬을까
함께 있던 시간만큼
가까워졌던
두 마음이 찢어질 때
나뭇잎이 슬피 울었다
소쩍새도 떠날 줄 몰랐다

숲 속에도
햇살이 비췬다
삶의
밝음과 어둠이 부딛히면서
생명의 초침소리를 듣는다
사랑이 남긴 흔적을 보면서

멀리 날아라
아주 멀리 멀리
우리가 띄워 보낸
인연의 메세지
그것이 닿을 영원한
안식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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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

어느 봄날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았다
호숫가 풀밭에서
너는 연한 눈빛을 던졌다

너를 따라 나선 길에
물안개가 피었다
튤립 모양의 둥지를 만들고
그곳에 내 마음을 깔아놓았다

왜 이렇게 포근할까
밤이 깊어도
별빛이 비취고
달빛에 물들은 두 가슴이 뜨거웠다

계절이 바뀐다고 가는 건 아냐
보금자리는 그대로 제 자리에 있어
잠깐 잠이 들었을 뿐야
너는 더 이상 날지 못할 거야
내가 대신 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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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에게 무엇이었나요?

당신과 함께 있을 때는
나에 대해 잘 몰랐어요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당신 때문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잘 모르고 있었어요

당신과 함께 있을 때는
당신에 대해 잘 몰랐어요
내 마음이 얼마나 사로잡혀 있는지
꿈속에서도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었어요

당신은 유일한 사랑이었고
내게 절대적인 구원이었어요
당신의 노예가 되어 끌려다니고
당신은 내 가슴을 온종일 짓누르고
꿈속에서도 내곁을 떠나
나를 괴롭히고 있었어요

당신이 미소 지을 때
당신의 영혼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당신이 숨 쉴 때
당신의 폐 속 깊숙이 따라 들어갔어요
내가 숨을 쉴 때도
당신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와
떠나지 않고 있었어요

나는 당신인지
당신은 나인지
뒤섞여 구별되지 않고
우리는 하나로 있었어요
당신이 걸어갔던 발자국마저
내가 걸어갔던 발자국이었어요

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당신을 잃어버리는 것이었어요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것이었어요

왜 나를 잃어버렸을까요
당신 때문에
당신에 의해 통제된 시간에
나는 어디에 있는지 알게 해줘요

나를 통제할 수 없던 시간에
당신은 나의 상자를 간직했지요
그 상자 속에 들어 있는
나의 모든 비밀
나의 모든 것을
당신만이 가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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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떠난 자리>

고독 때문에 불타는 광야에서
홀로 선 나그네는
들풀을 짓밟고
새로운 결의를 한다

지금까지 놓을 수 없었던 끈을
강물에 던져 버리고
돌아선 그 길에
잿빛 달이 떨어진다

무엇이 사랑을 그토록 짓밟았던가
시린 가슴을 안고
작은 동굴속으로 칩거한다

뜨거웠던 욕망도 바랜 시간
무의미한 독백만을 되풀이하며
삶을 포용하는 둥근 원을
가득 채우는 담배 연기
누구를 질식시키려는가

하여
지금은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한때 아픔을 남겼던
그 인연의 흔적이
뚝뚝 떨어지는 겨울 밤
초원을 가로지르는 상처가
나뭇잎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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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시간>

너에게 매달렸던 시간
바람처럼 가벼웠던 내가 미웠다

아무 것도 없이
절벽에서 한 송이 꽃을 피우던
그림자 같던 사랑이
언제 우리 곁에 있었던가

저절로 샘솟는 그리움 때문에
밤새 눈을 맞으며
부를 수도 없는 서로의 이름을
아프도록 써보았다

사랑인지 미움인지
알 수도 없는 혼란에 쌓여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로의 가슴에 못을 박았던
그 밤의 뜨거운 몸짓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지 않는다
어이없는 운명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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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소나타

달이 높이 뜬다
너에게 기댄 채 달빛에 젖는다
가슴이 붉게 물들고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사랑의 시를 읽는다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음악이 사랑을 감싸고
사랑은 눈물을 감춘다

징검다리 위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얽히고설킨 정이 들어
아팠던 날들이
신음소리를 낸다

모든 것은 사라지는 거라고
영원한 것은 없다고
흐르는 물은 잡을 수 없다면서도
두 마음은 작은 글씨를 새긴다
<변치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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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는다는 건

아주 오랫동안 좋아했다
너의 미소 때문에 꽃이 피고
너의 눈물 때문에 꽃이 졌다

꽤 많은 시간 동행했다
먼 길을 걸으면서
서로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서로의 마음을 안아주었다

언젠가부터 느꼈다
네가 떠났다는 걸
네가 그 자리에 없다는 걸
낙엽이 떨어지면서 겨울이 왔다

잊는다는 건
잊혀지는 것보다 힘든 거야
망각한다는 건
상실보다 더 아픈 거야

눈이 부신 벚꽃 아래서
너의 허상이 부서지고
비에 젖은 목련을 따라
너의 음성이 흐를 때
가슴이 찢어지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봄날의 아픔을 강물에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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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침묵>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시간
봄의 침묵을 듣고 있어
너 때문에 아팠던 건
영혼을 울리는 선율 때문이었지

너의 얼굴을 그리고 있었어
캔버스가 땀에 흠뻑 젖었어
눈동자에서 붓은 멈췄어
흐르는 눈물 때문이었지

사랑은 언어로 표현되지 않아
말 없는 찻잔속으로
진한 의미가 스며드는 거야
네가 떠났어도
봄날은 울고 있어
목련꽃잎도 따라 울고

모든 것을 상실했어
이별은 또 다른 이별인 거야
낯선 거리에서
방황하다 마주친 너의 미소는
새털처럼 가벼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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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 꽃

눈이 부시도록 하얀 벚꽃
눈물에 젖은 꽃잎들을
가슴에 품고
밤이 새도록 말리고 있다

왜 그렇게
목이 터지도록 외쳤던 것일까
타지 않는 불꽃 앞에서
무엇을 잠재우려 했던가

오랫동안
너에게 물이 들어
같은 자리에 서있었다
붉게 붉은 색으로
하얗게 하얀 색으로
가슴에서 가슴으로
열병처럼 쓰러져갔던
젊은 날의 사랑의 상처

술에 취했던 것일까
꿈을 꾸었던 것일까
너는 나뭇가지에 누워
꽃잎에 포개져있다
그곳에 다가가던 나는
광풍에 비틀거리고
입안에 가득 꽃잎을 머금고 있다

곧 봄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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