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의 역설>

외딴 강변에 서서
봄비를 맞는다
사랑을 강물에 던진다
사랑이 허우적거리면
달은 슬픈 표정으로
한 조각의 아픔을 보낸다

옛날
사랑에 빠졌던 남자가
빗속을 헤매다
풀밭에 쓰러졌다
온 몸에 밴 사랑의 향내에 취해
백년동안 잠이 들었다
잠이 깼을 때
사랑했던 여인은
고목이 되어 서있었다
사랑했던 사람이 깰까봐
잎새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나 어디론가 떠나가리
아무런 자취도 없이
먼 산에 닿으리

자유와 탈출
자유와 탈출

해방과 해탈
해방과 해탈

그곳에는 무엇이 있으랴
집시의 피가 흐르고
삶의 가시에 찔려
사랑의 상처가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먼 곳을 보고 있다
아주 먼 곳을 향하고 있다

이제 뜨거웠던 봄의 열정을 보내자
목숨을 바쳤던
천사의 희미한 그림자 앞에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는다

한 사람과 또 한 사람
한 그림자와 또 한 그림자
빗방울
이어지는 빗방울
또 이어지는 빗방울


뚝 뚝
뚝 뚝 뚝

간다
떠난다
정말 간다

무엇을 남기고 가는가
봄비는
아무 말없이
강물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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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아 - 아
가슴이 터지는구나
우리가 가꾸어 온 아름다운 열매가
짓밟혀 버린 4월에는
뜨거운 이별의 의식을 치룬
답답한 천막 안에서는

한때는 날개를 달았다
아주 높이 날다가 추락하고야 말았던
그 황금빛 날개를
서로가 구름을 타고
어느 초원에 다다랐다
해는 서산에 걸려 있다

처음 만났을 때
높은 산에서 흘러내리던
맑은 물방울처럼
서로의 눈 속에
사랑의 눈사람을 만들었다

어디까지 흘러갔을까
넓은 대지 위를 구르며
느티나무 그늘을 밟고
붉은 장미의 가시에 찔렸다
아주 멀리
사랑은 흘러갔다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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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찔레꽃 앞에서
너를 떠올리며 울었다
오랫동안 잊었던
너의 향기를 되찾고
미치도록 몸서리쳤다

너무 많은 정을 주었던 거야
너무 많이 사랑했던 거야

찔레꽃잎이 강물에 흐른다
보고 싶다
그래서 또 운다
그리움에 서러움이 북받친다
그래서 꽃피는 밤에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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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의 대화>

그건 봄날의 선물이었다
진한 노란 잎이 다가오면서
너의 미소가 보였다
개나리꽃은 사랑의 씨앗이었다

입술을 머금은 순수
순결한 사랑을 찾아 나선
호숫가에서 만난 작은 새
벚꽃을 따라 울다가
눈처럼 커다란 원을 그린다

서산에 해가 지면서
노을이 가슴을 덮으면
커피 한 잔을 들고
라일락의 향기에 취하면
사랑은 곤히 잠이 든다

우윳빛 목련잎이 널려 있다
숲속의 조용한 침실이다
별빛에 젖은 채
사랑의 언어로
아름드리 나무에 이름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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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진실>

한낮의 태양 아래
숨이 막혔던 것은
바로 너 때문이었어

오랫동안 우리는
두터운 베일속에서
침묵을 껴안고 있었어
계란 껍질조차 깨뜨리지 못한 채
너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어

어둠이 내린 시간
목련꽃잎이 비에 젖어
슬픔을 전할 때
사랑은 진실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내 곁에 있어
외로움의 겉옷을 벗어던지고
알몸 부딪히는 소리만 내면
봄날의 탑은 무너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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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때문에>

봄날의 고요함에 젖었어
호숫가 물안개를 따라
내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는 거야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몰라
너에게 모든 것을 주고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정을 주었어
아주 깊은 정을 주었던 거야

정 때문에 울었어
정 때문에 웃었어
지난 겨울
정에서 벗어나려고
정을 떼어내려고
하얀 눈을 맞았어
밤새도록 눈에 쌓여
온통 하얗게 되었어

잊은 줄 알았어
정도 떠난 줄 알았어
새 봄에는 새싹이 나듯이
새로운 정이 들줄 알았어

허나 그런 건 아니었어
개나리 피고 목련이 져도
옛정이 그대로 있는 거야
정은 사라지지 않아
너도 잊혀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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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는 슬픔을 적시네

눈물을 흘린다
개나리와 철쭉, 라일락까지
내 마음을 따라 울고 있다
봄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데

못 이룬 사랑은 봄에 잊어야지
붉은 장미가 피기 전에 잊어야 한다
한 여름까지 설움을 가져갈 수는 없는 일
초원에 쓰러진 가슴이 찢기고 있다

실연의 상처가 쓰리다
아무 인적도 없는 길목에서
마주쳤던 야릇한 운명
강물에 써보았던
우리들의 사랑 이야기
그 아름다운 막이 내린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말라
이별 뒤의 뜨거운 눈물은
가슴 속에 엉켜 화석으로 남으리
먼 훗날
한 줄기 생명으로 빛나리
봄비는 슬픔을 적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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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가는데>

어디론가 봄날이 간다
어디론가 사랑이 간다
그곳에는 아지랑이가 피고
그곳에는 그리움이 쌓인다

목련 꽃송이 달빛에 젖어
창가에 비칠 때
가냘픈 사랑은 숨을 죽인 채
나뭇잎에 추억을 잉태한다

너는 가슴을 풀어헤치고
말을 따라 뛰어간다
나는 그림자를 따라
철길을 걷는다
봄바람이 파고 들어와
진한 미소를 짓는다

가는 봄날에 무릎을 꿇고
아픈 사랑에 깃발을 단다
봄비를 맞으며 우리는
사랑의 무명탑을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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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된 사랑>

봄날에는 말이 없었다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사랑이 식은 것일까
알 수 없는 긴 침묵 끝에
벚꽃이 하얗게 나타났다
진한 빛에 눈이 부셨다

그리움은 기억인 거야
돌이킬 수 없는
아픈 추억일 뿐
아무 것도 아닌 거야
정오의 태양을 향해
슬픔의 화살을 쏘아올린다

나만의 사랑을 붙잡고
무거운 삶의 굴레를 벗어
거친 파도에 던져버렸다
낡은 흔적을 갈매기가 물고서
창공을 난다

눈물은 언제나 목련의 몫이다
빗물에 젖은 우윳빛 꿈은
오늘도 나를 울린다
모든 사랑의 언어는 실종되고
아픔과 슬픔만이 남아
꽃씨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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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꽃>

긴 겨울 감추고 있었던
삶의 진실이 기지개를 편다

바다를 건넌 개척자들은
처녀림 속에 사랑을 심었다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밤
길고 긴 포옹은 계속되고
먼 곳에서 들리는 기적소리
우리는 시간을 정지시킨다

그 종점에서 낯선 사랑이
순수의 꽃망울을 떠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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