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때문에>

봄날의 고요함에 젖었어
호숫가 물안개를 따라
내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는 거야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몰라
너에게 모든 것을 주고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정을 주었어
아주 깊은 정을 주었던 거야

정 때문에 울었어
정 때문에 웃었어
지난 겨울
정에서 벗어나려고
정을 떼어내려고
하얀 눈을 맞았어
밤새도록 눈에 쌓여
온통 하얗게 되었어

잊은 줄 알았어
정도 떠난 줄 알았어
새 봄에는 새싹이 나듯이
새로운 정이 들줄 알았어

허나 그런 건 아니었어
개나리 피고 목련이 져도
옛정이 그대로 있는 거야
정은 사라지지 않아
너도 잊혀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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