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의 역설>

외딴 강변에 서서
봄비를 맞는다
사랑을 강물에 던진다
사랑이 허우적거리면
달은 슬픈 표정으로
한 조각의 아픔을 보낸다

옛날
사랑에 빠졌던 남자가
빗속을 헤매다
풀밭에 쓰러졌다
온 몸에 밴 사랑의 향내에 취해
백년동안 잠이 들었다
잠이 깼을 때
사랑했던 여인은
고목이 되어 서있었다
사랑했던 사람이 깰까봐
잎새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나 어디론가 떠나가리
아무런 자취도 없이
먼 산에 닿으리

자유와 탈출
자유와 탈출

해방과 해탈
해방과 해탈

그곳에는 무엇이 있으랴
집시의 피가 흐르고
삶의 가시에 찔려
사랑의 상처가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먼 곳을 보고 있다
아주 먼 곳을 향하고 있다

이제 뜨거웠던 봄의 열정을 보내자
목숨을 바쳤던
천사의 희미한 그림자 앞에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는다

한 사람과 또 한 사람
한 그림자와 또 한 그림자
빗방울
이어지는 빗방울
또 이어지는 빗방울


뚝 뚝
뚝 뚝 뚝

간다
떠난다
정말 간다

무엇을 남기고 가는가
봄비는
아무 말없이
강물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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