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나였어>

먼저 마음을 준 건 나였어
그날 목련이 환하게 피었어
가슴을 파고 드는 바람을 맞으며
너에게 기대어
외로움을 떨쳐내고
삶에 뜨거운 위로를 받았어

진한 정을 준 것도 나였어
강물이 정지하고 있었어
가고 싶지 않아서
흘러가고 싶지 않아서
너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던 거야

가슴이 아팠던 것도 네가 아니야
너는 오랫동안 침묵했어
달무리에 겹친 너의 미소도
사랑의 언어는 아니었어
밤이 새도록 귀를 기울여
작은 새의 울음소리를 들었어

네 가슴속으로 빠진 건 바로 나였어
정이란 그런 거야
그렇게 무서운 거야
속살을 파고들어 자리잡으면
절대로 파내지지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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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에 젖고, 눈빛에 젖고>

울고 싶었어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눈물이 나왔어

봄이 와서 그래
너 때문에 그래
봄날에 네가 나를 울렸어

매화꽃 앞에서
사랑의 꽃잎이 날리고 있어
저녁 바람에
가슴을 풀어헤치고
뜨겁게, 아주 뜨겁게
서로를 간절히 원했어

하양이 빨강에 물이 들었어
너는 달빛에 젖고
나는 눈빛에 젖어
먼길을 떠나는 거야
하나가 되어 천리를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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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괜찮아>

봄비가 소리없이 내리고 있어
너는 슬픔만 남기고 사라졌어
잠시 머물던 낮달처럼
가슴을 멍들게 하고
꽃잎 같은 미소만 뿌려놓고
밤기차를 따라 떠났어

혼자 남은 자리에
우윳빛 목련이 떨어졌어
밤새 주었던 정이
많이, 아주 많이 주었던 마음이
다시 나를 아프게 해

모든 건 바람이었어
스쳐지나가는 봄바람이었어
사랑을 날리고 있어
가볍게, 아주 가볍게 날리는 거야
사랑이 떠난 자리에
달무리가 영원을 지키고 있어

이젠 괜찮아
참을 수 있어
추억을 술잔에 담아 마시면 돼
아픔과 슬픔이 사라질 거야
술에 취하면
모든 기억이 없어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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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이 오면, 봄날이 가면>

너 때문에 봄이 왔다
봄을 따라 슬픔도 내렸다
가슴까지 아파온다
목련 때문이다
목련을 따라 달빛이 운다

봄날이 오면
네가 온다고 했다
목련이 피면
나를 안아준다고 했다

봄날이 가면
너는 부활한다고 했다
영원한 사랑이
잠에서 깨어나
신음소리를 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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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가기 전에>

사랑한다고 말했다.
눈으로 전했다.
가슴으로 보냈다.

그러나 사랑은 언제나 공허했다.
언어와 눈빛, 마음으로도 사랑은 전해지지 않았다.

강물이 얼었다.
그 위에 하얀 눈이 쌓였다.

백설의 밤에 사랑이 작은 초롱불 위에 걸쳐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꺼질 것처럼 애처롭고,
사랑도 자신의 신음소리에 눌려 눈을 감았다.

우리는 같은 곳을 보면서도,
어두운 동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습기가 찬 공간에서,
봄꽃은 아직 향기를 내지 못한다.

그래도 곧 새가 보일 것이다.
바위 틈 사이로,
작은 싹이 머리를 내밀면,
너의 가슴 속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길 것이고,
그 속으로 우리 사랑이 자리를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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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사랑>

봄날이 살속을 파고 들어온다
온몸의 세포가 알칼리성으로 변할 때
사랑이라는 단어를 토해내고 싶었다

너무나 깊이 파인 상처 때문에
모든 언어는 실종되고
네가 남긴 흔적들만 산산조각난 채
호수에 부유하고 있다

너와 하나가 되었던 그 밤의
진하고 진했던 촉감의 유희
광란의 축제가 남긴 쓰레기 더미에 앉아
우리는 집시들과 밤새 술을 마신다

어느 곳에 깃발은 꽃힐 것인가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은 백지에
붉은 물감을 던진다
절단된 동맥처럼 뿌려지면서
잊혀진 전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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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길을 잃었다>

아이 같던 사랑아
풀밭에서 뒹굴던 사랑아
그 사랑이 떠나가고 있다

마음이 돌아섰기에
돌이킬 수 없기에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그토록 붙잡았지만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쳤지만
남겨놓은 것은
눈밭에 쌓인 냉정함 뿐
우리들의 사랑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사랑이 길을 잃었다
저 혼자 깊어만 갔던
스스로 행복을 머금었던
사랑이 어느 날 슬픔으로 변했다

무엇이 앞을 막았을까
누가 사랑의 끈을 끊었을까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안개 너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사랑은 봄비를 맞으며 떠났다
겨울의 끝자락에 떠났다

사랑은 아픔도 모르면서
사랑은 슬픔도 모르면서
우리 곁을 떠났다
떠남의 의미도 모르면서
떠남만을 남겼다

사랑이 떠난 자리에
봄꽃이 핀다
세월의 아픔을 씨앗으로
이별의 눈물을 양분으로
사랑꽃이 피어난다

사랑이 떠난 그곳에는
새로운 사랑이
싹을 내리지 못한다
그곳에는
오직 우리의 추억만이 있다

사랑의 낙엽이 쌓이고 쌓여
우리를 덮을 때까지
한 겨울 눈이 쌓일 때까지
사랑의 아픈 기억만이
우리를 감싸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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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기대어>

너의 위로에 기대고 싶었다
너의 따스함에 무너지고 싶었다
슬픔을 이기고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너의 존재가 필요했다

너는 그렇게 서있었다
네 그림자에 가려
겨울 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이제 하나가 되어
나를 상실한 채
너를 바라본다

우리가 아꼈던 사랑이라는 말
비록 침묵해도
그 의미를 안다
너에게 매달린 내가
너 때문에 살아간다는 것
존재의 이유가 이토록 단순할 수 있음을

오늘 밤 문득
너에게 말을 건넨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의미일까

풀 수 없는 암호를 지닌 채
두 사람은 더 좁혀지는 거리에서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래
지금처럼 아끼자
서로에게 기대어 굳게 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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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은 불지 않는다>

간밤에는 비가 내렸다
너의 이름이 사라졌다
너와의 추억도 희미해졌다

한때 나누었던 언어
눈처럼 쌓였던 정이
산수유의 작은 꽃처럼 흩어진다

어디로 떠난 것일까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아무 흔적도 없이
말없이 떠난 사랑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지 모른다

봄바람은 불지 않는다
녹슨 사랑이 쇠사슬처럼 무거워
두 가슴은 짓눌려 숨을 쉬지 못하고
처량한 눈빛을 나누며
식은 커피를 마시는 시간
목련꽃이 빗물에 젖어
머리 위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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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봄이 온 거야>

겨울 내내 기다렸던 건 너였는데
너 대신 봄이 왔어
화사한 봄날 때문에 아팠어
너 때문에 아주 아팠어

너 없는 동안 낙엽이 쌓였어
솔방울이 떨어진 곳에서
까만 기억을 찾고 있던 시간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그냥 멍하니 서있었어

심한 눈보라를 맞으며
하얀 눈속을 걸을 때에도
우리의 작은 사랑은
동토에 묻혀 꼼짝도 하지 못했어

봄에는 오늘도 바람이 불지 않아
더 이상 가져올 것도
더 이상 가져갈 것도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야

봄날이 오는 것은
너 때문이야
봄날이 가는 것도
너 때문이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좋아
미워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좋아

사랑은 저 혼자 깊어가고
미움은 저 혼자 쌓여가고

바람 한 점 없는 밤하늘에
우리 사랑이 꽃잎처럼 흩날리네
우리 눈물이 방울되어 뿌려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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