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나였어>
먼저 마음을 준 건 나였어
그날 목련이 환하게 피었어
가슴을 파고 드는 바람을 맞으며
너에게 기대어
외로움을 떨쳐내고
삶에 뜨거운 위로를 받았어
진한 정을 준 것도 나였어
강물이 정지하고 있었어
가고 싶지 않아서
흘러가고 싶지 않아서
너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던 거야
가슴이 아팠던 것도 네가 아니야
너는 오랫동안 침묵했어
달무리에 겹친 너의 미소도
사랑의 언어는 아니었어
밤이 새도록 귀를 기울여
작은 새의 울음소리를 들었어
네 가슴속으로 빠진 건 바로 나였어
정이란 그런 거야
그렇게 무서운 거야
속살을 파고들어 자리잡으면
절대로 파내지지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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