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길을 잃었다>

아이 같던 사랑아
풀밭에서 뒹굴던 사랑아
그 사랑이 떠나가고 있다

마음이 돌아섰기에
돌이킬 수 없기에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그토록 붙잡았지만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쳤지만
남겨놓은 것은
눈밭에 쌓인 냉정함 뿐
우리들의 사랑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사랑이 길을 잃었다
저 혼자 깊어만 갔던
스스로 행복을 머금었던
사랑이 어느 날 슬픔으로 변했다

무엇이 앞을 막았을까
누가 사랑의 끈을 끊었을까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안개 너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사랑은 봄비를 맞으며 떠났다
겨울의 끝자락에 떠났다

사랑은 아픔도 모르면서
사랑은 슬픔도 모르면서
우리 곁을 떠났다
떠남의 의미도 모르면서
떠남만을 남겼다

사랑이 떠난 자리에
봄꽃이 핀다
세월의 아픔을 씨앗으로
이별의 눈물을 양분으로
사랑꽃이 피어난다

사랑이 떠난 그곳에는
새로운 사랑이
싹을 내리지 못한다
그곳에는
오직 우리의 추억만이 있다

사랑의 낙엽이 쌓이고 쌓여
우리를 덮을 때까지
한 겨울 눈이 쌓일 때까지
사랑의 아픈 기억만이
우리를 감싸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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