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이야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가을은 남아 있어
낙엽을 밟고 있는 한
너는 잊혀지지 않아

너 때문에 우는 건 아냐
사랑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가슴이 뚫려있다고
네가 곁에 있지 않다고
슬퍼할 이유는 없어

너를 받아들이지 못한 건
같은 색깔로 물들지 못한 건
아픔이 아픔으로 이어지고
빛이 빛으로 소멸해서 그래
아직도 시간은 정지한 채
모든 건 무음으로만 들리고 있어

아직 잎이 다 떨어진 건 아냐
겨울의 나목 앞에서
우리가 벌거숭이가 된다는 건
하나를 만들고
둘을 부셔버렸다는 거야

알 수 없는 슬픔은
새벽 안개처럼 사라졌어
너의 마력 때문일 거야
갑자기 어두움이 사라지고
들리지 않던 산새 소리가 들리는 건
바로 너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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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강가에서>

겨울의 강가에 섰다
지금껏 살아왔던 시간들이
수면 위에 떠오르며 정지한다

얼마나 많은 아픔과 슬픔이
반복되었을까
그리워했던 날들도
어찌 보면 한낱 허망한 그림자를
손에 쥐려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천년의 세월을 지켜온
노적봉 앞에서
다시 벌거벗은 몸으로
모든 위선과 가식을 버리고
서산에 지는 위대한 태양의 빛으로.
잠시 나의 초라함과 부끄러움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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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할 수 있었던 것도>

미워할 수 있었던 것도 행복이었다

그건 너를 알았고
너를 사랑했던
소중한 흔적이니까

너의 숨결로
내 삶은 용솟음쳤고
우리 사랑은 호흡 안에서 머물렀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서로에게 전해졌던 촉감들
서로가 살아 있음을
서로가 느끼고 있음을
뚜렷히 보고 있었다

사랑은 잊혀지지 않는 것
새벽 이슬이 내려도
그 밤에 나누었던 밀어는
사라지지 않는 향기로
우리의 몸을 감싸고 있다

네가 떠난 외로움 때문일 거야
낯선 도시의 유령처럼
가슴의 벌판에 떨어진
하얀 꽃잎들은
네가 남긴 슬픔일 거야

사랑이 뿌려졌던 그곳에는
찔레꽃이 무심하게 피어있고
우리들의 상처가 불탔던 곳에는
사랑의 탑이 녹슨 채
석양을 맞고 있다

너 때문에 아팠던 것도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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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裸木)

아침 바다에 갈매기떼가 물위에 앉았다.
나목 두 그루가 나란히 서있다.

외로워 보이지만, 고독은 없었다.
쓸쓸해 보이지만, 혼자는 아니었다.

우리는 왜 외로울까?
우리는 왜 쓸쓸할까?
저 멀리서 뱃고동이 울린다.
사랑을 싣고 오는 소리다.

바닷가에서 감동한다.
눈물을 흘리며 약속한다.
두 손을 맞잡고
파도를 마주하면서
서로를 위로한다.

너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
너의 숨소리를 따라 숨을 쉰다.
그때 그곳에서...

외로워 보이지만, 고독은 없었다.
쓸쓸해 보이지만, 혼자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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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사랑(pure white love)

순백의 사랑을 하라!
오직 한 사람을 위하여.

사랑의 생명은 순수성에 있다.
순수해야만 진정한 사랑이다.
순수하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에 자신의 전부를 걸어라.
오직 사랑만을 생각하라.

사랑은 고독한 삶의 과정이다.
처절한 고독을 느끼지 못하면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사랑이 있기에 삶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면
사랑 때문에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그는 사랑을 아는 사람이다.

사랑은 하얀 눈으로 쌓인 성이다.
그 성안에는 오직 두 사람이 있다.
하늘에는 눈이 내리고
땅에는 눈사람과 사랑이 있을 뿐이다.
눈의 마음으로 사랑하라.
티도 없고 흠도 없는 사랑을 이루어라.

사랑은 오직 한 사람을 향한 빛이어야 한다.
그 빛 때문에 어두움은 사라지고
태양을 대신하는 찬란한 빛이
언덕 위의 소나무를 비추게 된다.
사랑의 촛불을 나뭇가지에 걸어놓아라.
촛불이 영원히 탈 수 있도록 기도하라.

순수와 유일, 그리고 영원을 추구하라.
그런 사랑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아름다운 사랑을 얻을 때까지 기다려라.

사랑은 보이지 않지만
은은한 향기를 품어낸다.
사랑의 향기에 취하고
사랑의 향기가 몸과 마음에 배도록
겨울에는 하얀 눈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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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아팠다>

그때도 그랬다
떨리는 마음으로 봄 앞에 섰다
은은한 피아노 선율을 따라
네가 오는 언덕에 서서
라일락 향기에 취했다

가슴을 파고드는
격렬한 몸짓에 넋을 잃고
집시의 춤에 빠져
밤거리를 헤매던 시간
우리가 사랑했던 건
가을의 고엽이었던가

조용히 봄비가 내린다
비에 젖은 채
아직 패배한 색깔을 버리지 못한
공원의 벤치에서
의미 없는 언어를 거부한다

그때도 아팠다
벚꽃이 눈처럼 내리던 밤
사랑의 진실은 무너지고
허망함이 연기처럼 피어오를 때
우리가 매달렸던 밧줄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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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사랑아

사랑이 꿈을 꾸었다
강변에서 물안개를 보면서
강 건너 저편에서 다가오는 미소를 보았다

사랑이 꽃잎을 뿌린다
서서히 물드는 너의 물감
내 가슴 속을 붉게 물들였다
빨간 석류처럼
가슴은 터질 것이다

사랑이 흔적을 남겼다
네가 떠난 날
달빛에 젖어 눈물을 흘렸다
비틀거리며
수은등 앞에서 너의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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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


조용한 봄날의 햇살 아래서
강가에 누워 나무를 본다

부드러운 물결처럼
너의 안으로 파고들어간다

연한 음성이 낚시로 올려지는
시어(詩魚)처럼 품안으로 들어온다

아주 멀리 던진 창
아주 높이 쏜 화살
서로의 가슴에 박혀
그 자리에 정지한 시간
우리는 하나가 된다

갑자기 비가 내린다
목련이 버려진 속옷처럼
처량한 신음소리를 낸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낯선 도시의 소음을 따라
사랑의 밧줄은 퇴색되고
너는 짙은 그림자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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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을 위해>

아름다운 선율에 맞춘 미소
파도를 타는둣한 음성
꿈 속에서 너를 맞는다

눈을 감고 네게 안긴다
뜨거운 피가 슬픔을 짓누르고
부드러운 손짓이 아픔을 어루만진다

달빛에 젖은 눈동자
우수를 머금은 입술
눈을 감아도 네가 보인다
안개비를 맞아 촉촉해진 너를
가슴에 담는다

다시 하나가 되어
먼길을 떠난다
너의 그림자를 밟으며
한낮의 열기를 모아
초원의 밤에서
너를 따뜻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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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언약>

봄비에 젖은 길을 걷는다
고개를 숙인 채
네가 걷던 길을 따라
오래 걸었다

길가에 개나리꽃이 펼쳐진다
작은 꽃잎이
네가 속삭이던 언어처럼 깔려있다

높은 나무 위 둥지에
작은 새가 졸고 있다
비온 뒤 강물이 파랗다
사랑이 물결을 따라
우리 앞으로 다가온다

너의 따스함에 가슴이 녹아
연한 아지랑이를 일으킨다
손가락을 걸고 약속한다
서로 아프게 하지 않기로
마음과 마음을 꼭 붙잡아 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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