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할 수 있었던 것도>

미워할 수 있었던 것도 행복이었다

그건 너를 알았고
너를 사랑했던
소중한 흔적이니까

너의 숨결로
내 삶은 용솟음쳤고
우리 사랑은 호흡 안에서 머물렀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서로에게 전해졌던 촉감들
서로가 살아 있음을
서로가 느끼고 있음을
뚜렷히 보고 있었다

사랑은 잊혀지지 않는 것
새벽 이슬이 내려도
그 밤에 나누었던 밀어는
사라지지 않는 향기로
우리의 몸을 감싸고 있다

네가 떠난 외로움 때문일 거야
낯선 도시의 유령처럼
가슴의 벌판에 떨어진
하얀 꽃잎들은
네가 남긴 슬픔일 거야

사랑이 뿌려졌던 그곳에는
찔레꽃이 무심하게 피어있고
우리들의 상처가 불탔던 곳에는
사랑의 탑이 녹슨 채
석양을 맞고 있다

너 때문에 아팠던 것도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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