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아팠다>
그때도 그랬다
떨리는 마음으로 봄 앞에 섰다
은은한 피아노 선율을 따라
네가 오는 언덕에 서서
라일락 향기에 취했다
가슴을 파고드는
격렬한 몸짓에 넋을 잃고
집시의 춤에 빠져
밤거리를 헤매던 시간
우리가 사랑했던 건
가을의 고엽이었던가
조용히 봄비가 내린다
비에 젖은 채
아직 패배한 색깔을 버리지 못한
공원의 벤치에서
의미 없는 언어를 거부한다
그때도 아팠다
벚꽃이 눈처럼 내리던 밤
사랑의 진실은 무너지고
허망함이 연기처럼 피어오를 때
우리가 매달렸던 밧줄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