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 줄>

나무 사이에 걸친 외줄을 탄다
눈을 감고 허공을 맴돈다
줄에서 떨어져 추락한다
사랑의 허상이 사라진다

삶을 지탱해주었던
생명의 밧줄이었다
한쪽 끝에서
너는 다른 곳을 향했다
각자의 길에서
교차점은 없었다

밤을 새워가면서
북을 치던 집시는 잠이 들었다
지친 영혼을 앞세우고
방황하던 나그네는
우물가에 민들레 꽃잎을 어루만진다

오늘은 취하지 않는다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
너의 이름이 기억되는 한
너의 미소가 남아있는 한
바람처럼 흘러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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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실>

질주하던 말의 흙먼지가 가라앉고
다시 어두움이 깔린다
낯선 풍경 앞에서 우리는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를 그토록 옥조이던
거친 파도 같던 감정은
서툰 사랑의 그림자처럼
가득 채웠던 그것은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어느 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리움조차 사라져버린 것은
존재와 존재가 융합되었다가
허망하게 분리되었던 것은

이제 사랑은 없다
격한 감정의 메아리가
허공에 맴돌던 기억도 실종되고
남은 것은
남겨진 것은
창백한 무표정과 아름다운 슬픔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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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된 시간>

들리지 않는 음성을 들으며
외치지 않는 함성을 외치며
우리는 청각을 상실한다

의미 없는 소음 속에서
사랑도 덧없이 떠내려간다
빛을 발하지 않는 촛불을 켠 채
떨어지는 촛물로 편지를 쓴다

아무도 밟지 않았던 처녀림을 헤치며
발산하지 않았던 청춘의 씨앗을 뿌린다
시간이 지나면
남겨진 슬픔들이 길을 가로막는다

보이지 않는 글씨를 보며
지워지지 않는 기록을 꿰뚫은 채
우리는 수채화로 알몸을 그린다

다시 가로수의 열정을 따라
하늘 높이 치솟았던 불꽃이 곤두박질친다
그 길에
우리 사랑도 멈춰졌으리라

봄이 오는 길목에는
봄비가 밤새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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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향기>

코로나19 때문에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한숨을 쉬고 있다.
학교도 못가고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조심스럽다.

세상은 이렇게 어수선하고 답답한 데도
봄은 역시 봄이었다.

작은 꽃망울이 보인다.
나뭇가지에 물기가 느껴진다.
겨울에 얼어있었던 대지도
푹석한 느낌이다.

생명의 불꽃이 지펴지고 있다.
맑은 하늘에도 사랑이 싹트고 있다.

아무리 암울해도
우리 사랑을 가슴에 품자.
서로 사랑하자.
사랑을 나누고
사랑의 온기로 차가운 세상을 살아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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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아픔>

이곳으로 와요
아무도 없어요
우리만의 공간이예요
우리만의 시간이예요

작은 개나리꽃이 피었어요
샛노란 색깔에 빠져
우리의 살색을 잊었어요
봄비에 젖은 나뭇가지에
사랑의 진액을 뿌려요

곧 밤하늘을 밝힐 목련 아래서
뜨거운 포옹을 해요
둘 사이의 간격을 없애고
바이러스조차 침투할 수 없도록
밀착하고 더 밀착한 채
사랑을 만들어요

낯선 도시의 소음을 뒤로 하고
우리 나지막한 음성으로
사랑한다고 말해요
아무 의미 없어도
그냥 사랑한다고 약속해요

밤이 깊었어요
사랑이 눈물을 흘려요
잡을 수 없어 그런 건 아니예요
애당초 아픈 거였어요
하나가 되어도 아픔뿐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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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비>

봄비가 내린다
가슴을 촉촉이 적시고 있다
불현듯 네가 보인다

너의 미소를 잡으려
맨발로 뛰어나가도
너는 여전히 같은 거리에 있다

무엇 때문에 불꽃은 타올랐던가
더 이상 좁혀지지 않는 거리에서
너의 침묵을 주워담는다

무작정 걷는다
봄비에 젖어
봄비에 물들어
붉은 사랑을 짓밟고
너에게로 가는 길에는
언제나 짙은 안개가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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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날>

너 때문에 봄이 왔다
아무 기약도 없이 찾아왔다

응어리졌던 마음이 풀리고
맑은 개여울을 따라
봄날의 꿈을 꾼다

긴 겨울
고드름 속에 숨었던 그리움이
가슴 속에서 불꽃처럼 타오른다

봄비 맞으며
은은한 피아노소리를 듣는다
선율을 따라 다가오는
네 마음이 너무 예뻐서
앞산 아지랑이에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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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달>

바다에도 달이 떴다
어둠을 밝히며 무언가 암시하고 있다
백사장을 걸으며 파도의 의미를 새긴다

문득 네가 달과 겹친다
달과 함께 걸으며
너와 중첩된 존재는 바로 나가 된다

너를 두고 멀리 왔다
하여 혼자인줄 알았는데
너는 내 가슴 속에 숨어있다

네가 따라온 걸까
내가 담아온 걸까
달이 숨을 죽이고 있다
파도가 심장을 멈추고 있다

너와 나는 어둠 속에서도
하나가 되어 달을 따라 걷는다
달도 파도와 함께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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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길에는 반드시 네가 있었다
너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나의 길에는 네가 있고
너는 길이 존재하는 이유였다

처음 길을 나설 때
너는 없었다
언제가부터 내가 가던 길의 방향에
너는 우뚝 서있었다
그래서 너를 바라보며 걸었다

너를 찾아 나선 길에는
어둠만이 있었다
너는 별이 되어 나타났다
별처럼 밤하늘을 밝혔고
길을 환하게 비추었다

너를 향해 걸었다
오직 한곳만을 향해 걸었다
너를 생각하며 걷는 길에는
의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내 삶의 유일한 의미를 그곳에서 찾았다

너를 만나 함께 걸었다
오직 너와 나만 존재했다
두 개의 실존은 함께 모든 것을 공유했다

길은 길을 위해 존재했다
길을 따라 우리는 삶의 모든 흔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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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를 맞으며>

비의 색깔이 너무 좋다
뿌연 하늘을 배경으로 내리는 비가
내 가슴 속을 물들인다
진하게, 아주 진한 색으로

빗소리에 취해 비틀거린다
자장가처럼 스스르 잠이 들면
꿈 속에서
따뜻한 너의 손을 잡는다

비에 젖어 촉촉하다
먼 곳에서 네가 빗물로 왔다
온몸을 적시며
몽우리진 벚꽃 아래서
함께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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