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너 때문에 넋을 잃었어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어
네 안으로 이끌려 들어갔던 거야
네 안에 호수가 있어
연꽃 위로 작은 새가 둥지를 틀고
나를 부르는 거야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마
가만히 껴안고 있어
언어와 침묵이 교차하는 시간
우리는 가을바람이 되는 거야
언젠가는 떠날 것을 알면서도
그리움이 낙엽처럼 쌓일 것을 예감하면서도
강을 건너지 않는 건
너 때문이야
너의 아픔 때문이야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넋을 잃었어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어
네 안으로 이끌려 들어갔던 거야
네 안에 호수가 있어
연꽃 위로 작은 새가 둥지를 틀고
나를 부르는 거야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마
가만히 껴안고 있어
언어와 침묵이 교차하는 시간
우리는 가을바람이 되는 거야
언젠가는 떠날 것을 알면서도
그리움이 낙엽처럼 쌓일 것을 예감하면서도
강을 건너지 않는 건
너 때문이야
너의 아픔 때문이야
<너 때문에>
너 때문이있어
그래서 지금 여기 있는 거야
저 멀리 보이는 건 파도야
우리 앞으로 오고 있잖아
가만히 무릎을 꿇어
사랑 앞에서
우리 운명 앞에서
가슴이 뛰는 걸 들어봐
바람이 불어도
눈꽃이 날려도
흔들리지 않는 불꽃 앞에서
너의 미소는 믿음이었어
작은 등대처럼 밤을 지켰어
어디선가 피아노소리가 들려
하나가 된 건
둘이 구별되지 않는 건
숨소리가 멈추었기 때문이야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보석처럼 빛나지 않아도
국화꽃 향기가 없어도
너의 어깨가 따뜻해
고개를 숙이고
존재를 빨아들이고 있어
<너의 그림자>
저녁 노을이 보이네
네 얼굴도 떠오르고
너의 미소 뒤에
감추어진 살인적인 열정도 타오르네
나는 허용하지 않았어
너의 가벼운 사랑을
너의 가벼운 터치를
사랑은 무거운 거야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
나는 운명을 걸었어
나의 모든 것을 걸었어
내일은 없어
모든 것은 네게 달렸어
너를 믿고 왔던 거야
너밖에 없었어
하지만 너의 그림자만 남았어
그래서 서글픈 거야
사랑의 공존
태백산의 설경이 눈부실 정도다.
하얀 눈을 밟으며 오래 걷다 보면
마음은 눈처럼 하얗게 된다.
하얀 눈 속에서
사랑은 나란히 걸어간다.
오른발 사랑과 왼발 사랑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함께 걸어가고 있다.
사랑과 사랑은 공존할 수 있을까?
사랑은 지극히 강한 빛이다.
빛은 분산될 수 없다.
사랑은 오직 한 곳을 향해
집중하는 속성을 가진다.
사랑과 사랑은
동일한 평면에서는 공존하지 못한다.
두 개의 이질적인 사랑만이
같은 무대에 양립할 수 있을 뿐이다.
사랑은 순수해야 한다.
사랑에는
이해관계나 계산이 따라서는 안 된다.
사랑을 할 때는 목숨을 걸어라.
그래야 사랑을 얻을 수 있다.
눈이 내릴 때는
비가 오지 않는 법이다.
눈이 올 때 비가 내리면
눈을 쌓이지 못한다.
하얀 세상은
눈만이 내릴 때 가능하다.
사랑을 할 때
다른 사랑은 생각하지 말아라.
오직 한 사랑만을 위해 기도하라.
하나의 사랑을 위해 눈을 감아라.
그 사랑만이 영원을 약속할 수 있다.
영원한 사랑은
기념비에 새겨진다.
눈이 쌓여도
그 사랑의 이름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돌아서는 길>
사랑했다면 무언가
흔적이 남아야 한다
진정 사랑했다면
모든 것을 바쳤어야 한다
유월의 폭염
그것은 내가
네게 쏟았던 열정이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산곡의 가는 솔바람
가랑잎이 구른다
낙엽 밟는 그곳에서
너의 발자국을 찾는다
돌아서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다시 볼 수 없는 아쉬움에
애정으로 그린
너의 슬픈 미소 때문이다
타인의 심장소리
풍랑이 거친 바다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달려 왔어요
파도를 가르며 소리쳤어요
‘내가 여기 있다’
‘이리로 오라’
목이 터져라 외쳤어요
해가 지면서
바다에는 어둠이 깔렸어요
우리는 아무도 없는
낯선 공간에서
지독한 고독을 씹고 있었어요
그때 나의 심장이
타인의 심장 소리를 들었어요
두 심장은 만나 함께 엉켰고
격한 박동을 시작했어요
우리 사랑이 시작되던 그날 밤
파도는 작은 배를 뒤덮고
바람은 세차게 불어왔어요
그 속에서도
우리의 심장은
생애 가장 짜릿한
환희와 행복을 맛보았어요
우리는 그 시간을 별에 옮겼어요
우리를 외로움에서 건져 낸 것은
사랑이었어요
그 사랑 때문에
우리는 파도를 넘었고
바람을 잠재웠어요
이제 외롭지 않아요
사랑이 심장 안에서
숨 쉬고 있는 한
두 심장이 뛰는 소리를
서로가 들을 수 있는 한
더 이상 밤이 무섭지 않아요
우리의 가슴으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면
우리는 살아갈 수 있어요
삶을 손에 잡을 수 있어요
사랑이라는 불빛에
서로의 손금을 비추며
영원을 약속할 수 있어요
<세월이 가도>
겨울의 방에서 나와
봄의 문턱에 선다
밤새 전해주었던 사랑의 전설
바람 따라 갔던 것일까
안개처럼 사라졌던 너의 미소
비를 따라 걸었던
호숫가에 남겨진 잔잔한 음성
정말 모든 것이 없어진 것일까
풀밭에 누워 빈 가지를 본다
뜨거운 너의 시선을 느끼며
가슴 속에 눈물을 가득 채운다
우리가 보물처럼 감추었던
사랑의 밀어들이
발하늘의 불꽃처럼 펴져나가
먼곳까지 흩어진다
아직은 가까운 곳에 있는 거야
손을 뻗으면 잡힐 거야
가슴이 찢어질 거야
그 안에 거미줄처럼 네가 있어
벗어날 수 없는 작은 존재가
그림자 되어 맴돌고 있어
허전한 벤치 위에
흰 손수건이 비에 젖어있어
혼자 쓴 편지
7월의 뜨거운 공백 앞에서
울고 싶었다
진한 녹색의 나뭇잎은
삶의 정점을 보여주는 역설이며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도시의 어둠은
우리의 현실이다
한낮의 더위는 운명처럼 찾아왔다
작열하는 태양은 받아들이면 성장이고
거부하면 죽음이다
태양 앞에서 모든 존재는
삶과 소멸을 선택해야 한다
깊어진 사랑도 똑 같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사랑은 모진 운명처럼 다가와
삶과 죽음의 선택을 강요한다
아무런 감정도 없이
열기를 내뿜는 아스팔트 위에서
히말라야 정상을 바로 눈앞에 두고
눈보라에 파묻혀 사라져가는
등반대원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건
한 여름의 모순이고
한 겨울의 이상이다
술에 취해 편지를 쓴다
편지에 담긴 진실은 역사에 남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해지지 않고
내 마음 한켠에 뒹굴고 있는
색 바랜 편지지 위에 써놓은 사랑의 진실
그 앞에서 한 영혼의 순수를 본다
<섬의 눈물>
섬에서 눈물이 솟았다
그리움이 동백꽃처럼 붉게 물들 때
파도가 슬픔을 몰고 왔다
이별 앞에는 승차권이 있다
눈물은 언제나 남는 자의 몫
섬에는 눈물의 강이 흐른다
밤새 눈이 내렸다
눈에 파묻힐 때까지 걸었다
외로움의 계곡에 추락해
아픔이 가슴을 짓누른다
하지만
섬에 119는 없다
모든 것은 당한 자가 겪어야 한다
기나긴 사랑의 미로 끝에
다시 봄이 찾아왔다
눈이 걷힌 우리들의 자리에는
사랑의 파편들이 뒹굴고 있다
오늘 오후
연락선이 닿는다
추상화된 사랑의 허상이
등대 뒤에 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