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보>
햇살 가득한 오후
낯선 도시의 공원에 앉아
진한 매화향을 맡는다
너를 생각하면
나는 바보가 된다
어리석은 사랑에 빠져
눈을 감은 채
너를 바라보고 있다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그 위로 세월의 아픔들이
떠내려가면서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낸다
너를 붙잡기 위해
나는 파도가 된다
밤낮 없이 밀려가는
파도의 가슴 속에는
하얀 불길이 솟고 있다
다시 나는
벤치에 기댄 채 잠이 든다
이룰 수 없는 사랑 앞에서
쌓았던 사랑의 탑을 허물고
그 자리에 눈물의 비석을 세운다
꿈 속에서
너는 슬픈 표정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젠 잡을 힘조차 없이
멍하니 바라보는 나는
너의 뒷모습을
한 그루 나무처럼
어느 달밤
봄 향기에 한없이 취했던
내 그림자처럼
가슴 속에 추상화로 남긴다
너를 생각하면
나는 바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