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거부하는 시간>

차라리 그곳에는
가지 말았어야 했다

한 송이 튤립이 있었다
맑은 미소를 머금고
조용히 내게 다가왔던
그 청순함으로
나는 밤을 지새웠다

아무리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 사랑은
짙은 안개 속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다가
지쳐 쓰러져 잠이 들었다

만질 수 없어
사랑이기를 거부했던 시간들
추상화된 삶의 껍질을 쓰다듬으며
정지한다
숨가쁜 호흡을 멈추며
연한 촉감의 색깔을 읽는다

차라리 그곳에는
망각의 강물이 흘러야했다

만나면서
너는 내 가슴속에서
꿈틀대는 용수철이 되고
깊이 박힌 뿌리는
이제 뽑히지도 않는 상처가 되어
나는 너의 그림자가 되었다

그림자는 떨어질 줄 모른다
무게도 없는 그 중압감에
오늘 밤도 나는 눌려있다
작은 신음소리를 남기며
잠이 드는 창가로
차가운 별빛이 내렸다

차라리 그곳에는
사랑이 없어야 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를 위해  (0) 2021.03.04
사라지는 것들  (0) 2021.03.02
<익숙한 동행>  (0) 2021.02.28
사랑했던 것일까  (0) 2021.02.28
사랑의 진리(the truth of love)  (0) 2021.02.2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