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동행>

 

 

바람처럼 살고 싶어서

바람을 따라 나섰다

차가운 언덕에는

낯선 사랑도 숨을 쉬지 못하고

하얀 눈물을 흘린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서

배낭을 지고 나섰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불꺼진 창을 꿈꾼다

 

함께 쌓았던 탑은 무너지고

모든 언어가 실종된 채

부서진 뗏목을 타고

먼 바닷가에 이른다

 

긴 동행의 여정 끝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너의 그림자 조각에 매달려

가식의 아픔을 느낄 때

강렬한 태양이 상처를 감쌌다

 

<후기>

때로 참을 수 없는 충동을 느낀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배낭 하나로 떠난다.

 

바람처럼 살고 싶다.

아니 바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가을바람을 찾는다.

 

낯선 사랑 앞에서 말문이 막힌다.

사랑은 침묵 속에서 부식하고,

언어 때문에 침몰한다.

 

너를 껴안는 것은 사랑 때문이 아니다.

나를 확인하면서

나 안의 고독을 껴안는 것이다.

 

북극의 얼음덩이가 태양에 녹는다

그 위에 매달렸던 우리는

깊은 사랑의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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