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너는 보이지 않고>

봄바람을 따라 나왔다
너의 향기를 찾아나섰는데
봄처녀의 치맛자락에 숨었는지
너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초라한 초승달만 보였다

너의 마음을 잡기 위해
개여울에 앉자
조약돌을 주워 담는다
하양, 까망, 그리고 회색
물에 적신 편지가
울음을 삼키고 있다

잊으라 하지는 않았다
이별은 별들의 전설이었을 뿐
우리가 꿈꾸던 것은 아니었다
기다림의 끝에는 언제나
또 다른 기다림이 존재한다

작지만 강렬한 손짓
가슴을 짓누르는 뜨거운 몸짓
바람결에 정지한 숨결
아픈 사랑이 신음하는 시간
작은 새는 거친 날갯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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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시간>

기차가 떠나려고 해요
할 말이 남았는데
흘려야 할 눈물이 남았는데

무엇 때문에 가는지
무엇을 남기고 가는지
아무 것도 모르는 채
기적소리만 듣고 있어요

못다한 사랑은 잊어요
아무 미련 갖지 말아요
그저 아팠다는 것
그저 슬펐다는 것
그것으로 족해요

밀려오는 파도처럼
목련의 하얀 추억
장미의 붉은 기억
은행의 노란 떨림
눈빛의 하얀 감동
모든 것이 당신 거예요

다시 없을 거예요
깊게, 아주 깊게
당신에게 파고 들어가
살속 깊게 남긴 흔적은
이제 찾을 수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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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에서>

이렇게 좋은 날에는
당신과 함께 떠나요
정든 배를 타고
벚꽃이 흰눈처럼 날리는
호숫가로 가는 거예요

너무 눈이 부셔서
달콤한 언어에 취해서
사랑이 잠기는 것도 잊은 채
욕망까지도 거부하며
작은 새의 눈빛을 보았어요

가까이 가도
아무리 가깝게 다가가도
아픔은 가시지 않고
슬픔은 시들지 않고
우리 사이를 오가는 거예요

눈을 감아요
눈빛으로 물들일게요
몸짓으로만 말해요
뜨거운 사랑을 퍼부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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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만지고 있다>

아주 멀리 있던 봄이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거친 황무지에서
네가 내민 손은
연한 분홍빛 진달래꽃
나는 떨리는 가슴으로
꽃잎에 입술을 댄다

가지 위에 펼쳐지는
가냘픈 녹색의 향연
포근히 감싸는 너의 순정
캘리포니아의 밤은 깊어간다

갑자기 빨라지는 리듬을 따라
광란의 춤을 추면
함께 했던 기억마저 상실한 채
술에 취해 쓰러진다

Coffee Creek의 골짜기에서
늙은 사슴들이 멍하니
추락한 사랑을 응시한다

조용한 호숫가에서
목련꽃잎이 떨어져
슬픈 상처를 덮고 있다
남겨진 것은 아픈 추억
사랑의 진실이 부서진 파편
그 위를 걷는다
눈이 부신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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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봄>

육체의 무게를 덜어야 날 수 있다
밤의 어둠에서 벗어나야
봄날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랑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고독이 소나기처럼 내리면
연한 연두색으로 피어나는 잎들
그 색깔에 취해
강가를 걷다 쓰러진다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은
어린 아이를 비추고 있는지 몰라
소리 없이 다가오는
너의 그림자 앞에서
문득 겨울의 불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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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

고요한 호숫가에서
조약돌을 어루만지며
작은 새를 본다

아픈 상처를 싸맨 채
분홍빛으로 물든 물가에서
잃어버린 둥지를 찾아
헤매고 있다

어디로 가려는 걸까
해가 뜨기 전에
먼길을 떠날 채비를 한다
이루지 못한 사랑을 위해
뜨거운 눈물을 남긴다

어둠이 내리면
목련꽃이 우윳빛 소리를 내며
한 때 목숨보다 소중했던
우리 사랑을 상징하고 있다

정적을 깨뜨리는 기차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영원한 평행선을 긋고
나와 작은 새는
철로에 귀를 대고
네가 전해주는 밀어를 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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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봄볕이 따사해서
풀밭에 자리를 편다
작은 새싹 하나를 만지며
너를 떠올린다

홀로 누워 하늘을 본다
아주 높은 곳에
새 한 마리가 날고 있다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새와 나 사이에 거리가 너무 멀다

꿈에서 깨어난 듯
겨울에서 벗어났다
오랫 동안 잊었던
너의 체온을 가늠해 본다
그것은 열정이었을까 냉정이었을까
겨울의 빙점은
이제 녹아서 바다로 간다

다시 타오르는 불길이
동백꽃으로 떠오른다
바닷가에는 언제나
섬이 있고, 네가 있다
파도가 잠들었을 때
은밀한 연락선이 도착한다
사랑의 편지는 곧 바로 손에 쥐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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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심장>

한낮의 증오는 타오르고
낡은 커튼으로 가릴 수 없어
나그네는 눈을 감는다

열병으로 지친 벌판에
태양은 작열하고
바위 틈새에 핀 악의 꽃들은
봄을 만끽하고 있다

타인의 심장을 이식한 것처럼
박동소리 조차 낯설고
도시의 소음은
거대한 기계소리 같다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눈송이처럼 떨어지며
망각의 강물에 떠내려가고
공원의 시계탑은
정오를 지나 정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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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만 만질 수 있는 것>

봄이 왔다
앞산을 넘어서 왔다
네가 없는 낮에
너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 밤에
갑자기 다가왔다

그건 봄이 아니다
봄날이 온 것이 아니다
너 없는 곳에
따사함은 부재하고
아직 녹색의 빛은 보이지 않으니까

풀밭에서 꿈을 꾼다
연한 그리움이 안개처럼 퍼진다
너의 미소에 취해
너의 음성에 취해
언어의 의미를 상실한다

아이 같은 사랑을 손에 쥐고
섬그늘의 파도소리를 엿듣는다
너에게 기댄 내 마음이
한낮의 태양 때문에 눈이 부시다

우리들의 봄날이 간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작은 성숙도 만지지 못했는데
목련꽃잎처럼
빗물에 젖어
삶의 뒤안길을 따라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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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를 따라 운다>

삶이 외로워서 울고 싶은 데
봄비가 내렸다
빗물을 따라 눈물을 흘린다
고독이 씻겨내리고
우리는 작은 축제로 향한다

익숙한 거리에는
지난 날들에 대한 추억이
벚꽃처럼 바람에 날리고
떨어진 목련꽃에
너의 이름을 써넣는 시간
사랑을 파괴하는 가시를 떠올린다

어디까지 가는지 모른다
너와 함께 걸어도
동행은 아니다
오솔길에 낯선 발자국이 보인다
한낮의 태양은 눈을 감게 만들고
너는 그림자처럼 짙은 색을 띤다

너를 사랑할 때
정신적 피를 나누었다
너에게 부은 영혼의 빛이 강렬하다
부드러운 촉감에 젖어
그리움이 어린 아이의 숨을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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