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봄볕이 따사해서
풀밭에 자리를 편다
작은 새싹 하나를 만지며
너를 떠올린다
홀로 누워 하늘을 본다
아주 높은 곳에
새 한 마리가 날고 있다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새와 나 사이에 거리가 너무 멀다
꿈에서 깨어난 듯
겨울에서 벗어났다
오랫 동안 잊었던
너의 체온을 가늠해 본다
그것은 열정이었을까 냉정이었을까
겨울의 빙점은
이제 녹아서 바다로 간다
다시 타오르는 불길이
동백꽃으로 떠오른다
바닷가에는 언제나
섬이 있고, 네가 있다
파도가 잠들었을 때
은밀한 연락선이 도착한다
사랑의 편지는 곧 바로 손에 쥐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