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만 만질 수 있는 것>
봄이 왔다
앞산을 넘어서 왔다
네가 없는 낮에
너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 밤에
갑자기 다가왔다
그건 봄이 아니다
봄날이 온 것이 아니다
너 없는 곳에
따사함은 부재하고
아직 녹색의 빛은 보이지 않으니까
풀밭에서 꿈을 꾼다
연한 그리움이 안개처럼 퍼진다
너의 미소에 취해
너의 음성에 취해
언어의 의미를 상실한다
아이 같은 사랑을 손에 쥐고
섬그늘의 파도소리를 엿듣는다
너에게 기댄 내 마음이
한낮의 태양 때문에 눈이 부시다
우리들의 봄날이 간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작은 성숙도 만지지 못했는데
목련꽃잎처럼
빗물에 젖어
삶의 뒤안길을 따라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