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떠난 자리>

고독 때문에 불타는 광야에서
홀로 선 나그네는
들풀을 짓밟고
새로운 결의를 한다

지금까지 놓을 수 없었던 끈을
강물에 던져 버리고
돌아선 그 길에
잿빛 달이 떨어진다

무엇이 사랑을 그토록 짓밟았던가
시린 가슴을 안고
작은 동굴속으로 칩거한다

뜨거웠던 욕망도 바랜 시간
무의미한 독백만을 되풀이하며
삶을 포용하는 둥근 원을
가득 채우는 담배 연기
누구를 질식시키려는가

하여
지금은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한때 아픔을 남겼던
그 인연의 흔적이
뚝뚝 떨어지는 겨울 밤
초원을 가로지르는 상처가
나뭇잎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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