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

칠흙의 어둠 속에서
작은 배에 올랐다
오늘 밤에도
고독을 짓밟고
밤새 노를 저어야 한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도 못한 채

네가 잠든 곳에는
목련이 무섭게 피었다
봄비에 젖어
하얀 우윳빛이
버려진 사랑처럼
바닥에 널려있다
마시지도 않은 술에 취해
꽃잎을 모아 가슴에 담는다

앞서가던 배는 정지했다
파도가 일고
바다 가운데서의 방황은
수채화처럼 화폭에 담겨진다
아직은 너의 미소가
빠렛뜨 안에서 맴돌고 있다

무엇을 쫓고 있었던 걸까
호수 주변에는
날쎈 사냥개들이
병들어 비틀거리는 짐승을 향한다
물어뜯기기 전에
사랑은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가랑비가 내린다
작은 노트를 꺼내
봄날의 시를 쓴다
물에 젖은 채 움직이는 붓은
첫날 처음 다가갔던
너의 애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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