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부패수사처 신설은 꼭 필요한가? 공수처를 설치하지 않으면 고위공직자의 부정과 부채를 근절시킬 수 없는 것인가? 이에 대한 결론은 간단하다. 공수처를 새로 만든다고 해서 부정부패척결에 대단한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공수처는 옥상옥의 기구로서 아까운 예산만 낭비할 뿐 아니라 기존의 수사체례를 흔들면서 공연히 위헌시비만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수처는 대통령 직속 부방위 소속의 독립기구로서 고위공직자 본인과 그 가족의 범죄를 수사하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별로 유례가 없는 특별수사기구를 설치하여 부정부패를 줄이겠다는 발상에는 동의할 수 없다.
새로운 수사기구를 만드는 것이 획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해방 이후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보면 부정부패는 법과 제도가 미비해서 근절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수처 신설에 엄청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뇌물사건과 수사의 본질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기인한다.
첫째, 공수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는 것은 헌법체계에 맞지 않는다. 헌법은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결되는 집행기능은 행정 각부에 부여하고, 각 부를 지휘 감독하는 장관에 대한 의회통제권을 인정하고 있다. 수사권행사와 관련하여 법무부장관과 행자부장관은 각각 검찰과 경찰의 직무수행에 관하여 국회의 통제를 받고 정치적 책임을 진다. 부방위원장은 국회 출석의무도 없고 해임건의 대상도 아니다. 국회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이러한 부방위에 수사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의회통제원리 및 책임행정원칙에 위배된다.
둘째,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되는 공수처는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있어서 태생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공수처장에 대한 탄핵사유는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로 제한된다. 위법한 수사가 아닌 한 탄핵대상이 되지 않는다. 표적수사, 축소 은폐 등 부당한 수사에 대하여는 국회의 견제수단이 전혀 없다.
셋째, 일정한 범위의 공위공직자 및 그 가족만을 별도로 떼어 특별 수사기구가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신분이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그 처우를 다르게 하는 결과가 되어 헌법 제11조 평등원칙에 배치된다.
넷째,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결과가 다른 경우 국민의 불신이 누적되고 여기에 정략적 의혹제기가 더해지면 커다란 혼란이 우려된다. 정치적인 수사기구인 공수처신설로 기존 사정기관에서 경쟁적 수사활동을 할 경우 정치권과 공직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사정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또한 강제처분 등 인권옹호에 관한 사항만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하고 수사를 종료한 때에만 송치의무가 있어 내사활동에 대하여는 견제수단이 없다. 공수처의 내사활동으로 인해 정치인을 길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고, 상시적인 정보 수사기능이 결합된 제2의 사직동팀의 부활이 우려된다.
다섯째, 수사대상으로 고위공직자의 가족까지 포함하고 있어 일종의 연좌죄에 해당한다. 수사대상에 여야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등 선출직까지 포함되어 표적수사, 정치보복 도구로 악용될 경우 견제수단이 없다. 그동안 총풍, 안풍, 세풍 등 각종 정치적 사건의 수사와 관련하여 검찰에서 정치인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때마다 정치적 중립성 시비가 있었던 점에 비추어보면 대통령 직속기수인 공수처가 정치인을 수사할 경우 더 심각한 정지쟁점이 될 것이다.
공수처를 신설해서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발상은 현실성이 없다.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만 있으면, 부정부패척결은 현재의 수사체계로서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 지금은 공수처 설치논의보다는 대선자금 수사를 제대로 해서 국민의 신뢰를 조금씩 쌓아가고 있는 검찰이 수사권을 공정하고 철저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할 때다. 그것이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효율적인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