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회장의 첩이 되었는데, 회장이 죽자 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다>
공칠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떤 부부가 재벌 회장 첩이 호강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나은 딸 이름을, <애첩>이라고 호적에 올렸다. 혹시 재벌 회장이 이름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첩> 그것도 <애첩>으로 삼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딸이 장성할 때까지 매일 새벽에 <정화수>를 떠놓고 신령님께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부모는 딸의 처녀성을 생명처럼 간직하도록 강조했다. 보통 남자와 결혼할 것 같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만일 재벌 회장의 눈에 들어 동침을 했는데, 처녀가 아닌 것이 들통이 나면 회장은 하룻밤 화대만 주고, 더 이상 상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옛날에 왕과 동침을 하고 나면 여자는 치마를 뒤집어쓰고 나온다고 한다. 만일 처녀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장 궁궐에서 쫓겨났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딸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했다가 얼마 있지 않아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미모가 뛰어나고 몸매가 좋아서 곧 바로 그 그룹의 회장에게 스카웃되었던 것이다. 그녀의 부모는 눈앞에 닥쳐온 행운을 놓칠까봐 두려웠다.
딸을 데리고 산부인과에 가서 <처녀막> 검사를 했다. 의사는 이미 처녀막이 파열되었다는 확인을 해주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충격을 받아 쓰러졌다. 며칠 후에 의식을 회복한 아버지는 그녀를 감금한 채 처녀막의 상실경위를 캐물었다.
그녀는 억울했다. 전혀 남자와의 성경험이 없었다. 아무리 억울하다고 울면서 결백을 주장해도 아버지는 믿지 않았다. 어머니는 꾀를 내서 처녀막복원수술을 하자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부모의 강요에 의해서 처녀막을 재생시켰다.
그녀의 부모는 재벌 회장과 동침하기 전까지는 처녀막을 절대로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고 매일 교육을 시켰다. 자전거를 타는 것도 금지되었다.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한번에 한계단만 허용되었다. 지하철에 앉아있을 때에도 다리를 너무 벌리는 것도 금지되었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서도 안 되고, 배를 두드려서도 안 되었다.
그렇게 두 달을 고생했는데, 마침내 어느 날 회장은 여비서를 불러서 단 둘이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신 다음 호텔방으로 불러서 간단한 심부름을 시키고 동침을 했다. 여비서는 왕의 은총을 받듯이 회장의 몸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처녀성을 완벽하게 증명했다. 회장은 여비서가 그때까지 처녀를 지켰다는 사실에 대해 크게 감동했다.
회장은 오피스텔을 하나 얻어주고 일주일에 한번씩 들렀다. 그런데 회장은 정력이 너무 센 사람이었다. 여비서의 체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여비서는 부모에게 이런 사실을 하소연했으나, 아버지는 완강했다. 빨리 아이를 가지라고 했다. 회장은 여비서에게서 아이를 가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완벽한 피임을 했다.
여비서의 인생은 그야말로 늙은 회장의 노예로 전락해버렸다. 그녀는 우울증에 빠졌다. 그래도 그녀의 부모들은 기쁨으로 가득찼다. 이름대로 재벌 회장의 애첩(愛妾)이 되었으니 이제는 팔자를 고쳤다고 좋아했다.
재벌 회장은 여비서를 위해 준다고 하면서 10억원짜리 생명보험에 들었다. 보험수익자를 여비서로 했다. 회장이 죽으면 여비서가 생명보험금 10억원을 타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새는 워낙 장수시대라 회장은 100살은 넘겨 살 것처럼 정정했다.
70이 넘었는데, 승마도 하고 스키도 타러다녔다. 다만, 스쿠버다이빙은 하지 못했다. 젊었을 때 스쿠버를 하다가 죽을 뻔 했다고 했다. 여비서 생각에는 아무래도 회장 보다 자신이 먼저 죽을 것 같았다.
회장은 여비서의 감시도 철저하게 했다. 핸드폰도 회사 이름으로 바꾸어 아무 때도 통화내역을 떼어볼 수 있게 했다. 오피스텔에도 CCTV를 설치했다. 돈을 특별히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재미 없는 시간을 보내다가 일년이 지났다. 재벌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었다. 거액이 비자금을 조성했고,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사업상의 특혜를 받았다는 범죄혐의였다. 어느 날 여비서가 회사에서 퇴근하고 자신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에 가보니, 회장이 그곳에서 음독자살했다. 아무런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여비서는 놀라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회장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 여비서를 중요한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거액의 생명보험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여비서를 의심했다. 여비서는 살인 용의자로 집중조사를 받았다.
나중에 여비서에 대한 살인죄 혐의는 벗어났지만, 생명보험금은 회장이 자살했기 때문에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여비서는 회장과의 내연관계만 밝혀져 회사도 사직하고 아무런 재산도 받지 못했다.
부모의 잘못된 생각 때문에, 아직 살아야 할 인생이 창창하게 남은, <애첩>은 일순간에 아주 비참한 상황이 되었다. 세상일이 꼭 이름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례였다. 공칠은 이 사건을 보면서, 자신의 이름이 <공칠>이라고 해서 꼭 <공만 치는 것>은 아니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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