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ast and coffee


                                                          가을사랑


 

 

가을이 무척 외로워 보였다. 사랑을 품었던 가을이 사랑을 잃은 채 쓸쓸히 서 있었다. 사랑 때문에 흘렸던 눈물이 떨어져 소금화석이 되어 있었다. 이제 곧 황량한 들판에는 떨어지는 낙엽이 날리고, 그 다음에는 흰눈이 덮일 것이다. 삶의 벌판에는 메뚜기들이 떼지어 날던 흔적만 남아 있었다. 나그네에게서 외로움이 느껴지고,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은 단절된 대화를 상징하고 있는 듯했다.


9월이 떠나간다고 하기에 아쉬움이 남을까봐 청계산으로 갔다. 흙을 밟으며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지된 상태에서는 시간도 멈춘다. 움직임을 직접 느껴야 육체는 정신에 이른다. 마른 땅에서는 흙먼지가 날렸다. 쌀가루처럼 곱게 보였다. 그동안 공사를 해서 계단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새단장을 한 계단길을 한걸음씩 오르면서 나는 9월을 만지고 있었다. 가을의 촉감이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느껴졌다. 


가을의 첫 번째 달이 제 역할을 다 하고 떠나고 있었다. 9월은 슬픈 표정을 짓기도 하고, 뿌듯한 감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달 동안 나는 가을에 다가갔고, 가을을 느꼈다. 가을에 기대어 그동안 쌓였던 슬픔을 달에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가을과 무척 친해졌고, 가을에 동화되었다.


매봉 부근에 올라가 자리를 펴고 앉았다. 솔향기를 마음 속에 담아 보았다. 은은한 소나무의 자태는 언제 보아도 나무 중의 나무라는 생각이 든다. 변함 없는 그 모습을 닮고 싶었다. 솔잎을 한 줌 따서 주머니에 넣었다. 내 몸에서도 솔향내가 날 것이다. 나는 그 향기 때문에 세속의 때를 벗어던질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어리석고 죄를 지어가면서 살아가는 불쌍한 존재에 잠시라도 면죄부를 줄 것이라고 믿었다.


잘 구은 토스트 몇 조각과 향기 좋은 커피로 혼자만의 파티를 열었다. 가을의 첫 번째 달을 보내는 아쉬움을 달랬다. European Style로 가을을 위한 의식을 치른 것이었다. 가을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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