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위로 허벅지를 만진 행위



가을사랑



청바지를 입은 여성의 허벅지를 만졌다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강제추행죄에 해당할까요? 청바지는 치마와 달라서 직접 피부의 촉감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므로 피해를 당한 여성이 이 정도로 성적 자유를 침해 당했다고 볼 수 있느냐 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 있었던 사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43세의 회사원 A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던 중 식당 주인 B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틈을 이용해서 그녀의 허벅지를 3~4회 만졌습니다. 피해자 B는 A에게 무엇하는 짓이냐라고 하면서 소리를 쳤고, 그러자 A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피해자 B는 A를 상대로 형사고소하였고, 검사는 A에 대해 강제추행죄를 적용하여 기소하였습니다. 검사는 A의 행위가 비록 청바지 위로 여자의 허벅지를 만졌지만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피고인 A는 ‘B의 음식점에 8번 정도 찾아갔고 B에게 100만 원을 빌려주는 등 평소 안면이 있는 사이였으며 B가 청바지를 입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강제추행할 의도가 없었다’고 변명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1심판결은 A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즉 A의 행위는 강제추행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이었습니다. 검사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습니다.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죄를 인정하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판결은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폭행이자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해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폭행에 의한 추행은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인 직접적인 물리력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포함한 광의의 폭력의 행사가 있으면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하고 강제추행죄에 해당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제추행죄는 폭행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은 개인의 성생활에 있어서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Freiheit der sexuellen Selbstbestimmung)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라 함은 성생활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자유뿐만 아니라, 인격적 성숙을 기초로 한 성생활의 가능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인격적 자유보다는 넓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죄의 객체는 사람입니다. 사람인 이상 남자나 여자, 노인이나 젊은 사람, 혼인 여부를 불문합니다. 여자가 남자에 대하여 강제로 간음을 하거나 추행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강제추행죄가 성립합니다. 여자는 강간죄의 주체는 될 수 없습니다.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제압하거나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임을 요합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에 있어서 폭행 또는 협박을 한다 함은 먼저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그 항거를 제압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 경우에 있어서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다만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판 2002.4.26. 2001도2147).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대판 2006.2.23. 2005도9422).


폭행 또는 협박이 반드시 추행 전에 행해질 필요는 없습니다. 두 행위가 동시에 행해지거나 또는 폭행 협박 자체가 추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때에도 강제추행죄는 성립합니다(대판 1994.8.23. 94도630).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성적 도의감에 위배하여 성욕을 자극 또는 흥분시켜 수치나 혐오의 감정을 일으킬 정도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취침 중인 여자의 몸을 포옹하는 행위, 키스하는 행위, 상대방의 옷을 모두 벗기는 행위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판례는 ① 피해자의 상의를 걷어올려 유방을 만지고 하의를 끌어내린 경우(대판 1994.8.23. 94도630), ② 피해자를 팔로 힘껏 껴안고 두 차례 강제로 입을 맞춘 경우(대판 1983.6.28. 83도399), ③ 노래를 부르는 피해자를 뒤에서 껴안고 춤을 추면서 유방을 만진 경우(대판 2002.4.26. 2001도2417)는 모두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골프장 식당에서 여종업원을 끌어안고 억지로 러브샷을 하게 한 경우에는 강제추행죄가 인정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피고인 A(남, 26세)는 남자 중학생들만 상대로 상습적인 성추행을 하다가 구속되었습니다. 또한 피고인 B(여, 26세)는 자신의 조카(남, 13세)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성관계를 갖는 등 수 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추행이 성립되기 위하여 행위자가 주관적으로 성적 만족이나 쾌감을 느꼈을 것을 요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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