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느끼는 가을

 

가을사랑 

 

1. 말의 의미는 눈빛에 있다

 

바삐 돌아가는 일상의 일들로 시간이 언제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때가 많다. 세월을 아끼라는 말을 잊어서는 안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세월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정도의 경지에 올라야 가능하다. 세월에 끌려 가는 입장에서는 세월을 아낄 여유가 없다. 해야 할 일에 끌려가고 있는 사람은 세월의 노예인 것이므로 세월보다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아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월요일은 2008년 8월 18일이었다. 8이라는 숫자가 3개나 들어있었다. 오전 10시부터 회의를 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분들을 만났다. 부산에서 6시에 KTX로 출발했다고 한다.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생각했다. 1시간 동안 회의를 하고 12시에 다시 만나 이남장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자주 만나 친근해진 사이라 이심전심으로 의미가 전해진다. 꼭 말로 하지 않아도 표정으로 서로간에 의사소통이 될 정도다.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키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혼자서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하고, 가족까지 챙겨야 하는 사람들은 당장 해야 할 일들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래서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고 순수하다. 욕심을 부릴 수 없는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의미에서 복이 있는 사람들이다. 세상을 잘 모르기 때문에 욕심을 부릴 수 없고, 그래서 죄를 짓지 않고, 위험에 빠지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은 편안한 것이다. 욕심에 가득 차 눈빛이 게슴치레하고 그러한 욕망으로 끝없는 죄악의 수렁텅이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불쌍한 인생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도 부질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추악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떠올리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퇴근 후에 5명이 뒷산을 넘어 작은 공원으로 갔다. 분수대는 켜놓지 않았고 캄캄했다. 다시 돌아올 수도 없어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 여러 대의 택시들이 서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은 거리를 가려는 사람들처럼 보여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걸어오기도 그렇고 해서 오래 기다렸다. 마침 택시를 잡는 행운을 얻었다. 단지내에 있는 'The Cafe'에 가서 팥빙수를 먹었다. 은은한 음악을 들으며 이태리풍의 카페에서 멋있는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2. 생화와 조화의 차이

 

화요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입학시험을 치룬다고 해서 마포방향으로 해서 일산으로 갔다. 일산에 도착하니 1시간이나 남았다. 어느 찻집에 가서 교재를 보았다. Y부장을 만나 차를 마시며 강의에 관해 상의를 했다. 100명의 수강생이다. 10시부터 2시간 강의를 했다. 에어콘을 켜지 않아 약간 더웠다.

 

오후 6시경 롯데호텔로 갔다. 행사는 4시부터였는데 도착하니 거의 끝나는 시간이었다. 총장님과 함께 사진촬영을 했다. 준비위원장님의 노고로 행사는 잘 치뤄졌다. 섬세한 이 박사님의 설명으로 화환의 꽃들이 일부는 조화로 되어 있음을 알았다. 대부분은 생화로 되어 있는데 특별한 색깔을 내기 어려운 꽃은 조화로 만들어져 있었다. 언뜻 보아서는 구별이 되지 않는다. 생화와 조화가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생화와 조화처럼 사랑을 가진 사람과 사랑이 없는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다. 한 사람의 가슴 속에도 생화처럼 살아있는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있는 때도 있고, 조화처럼 차가운 무감감한 마음으로 보내는 때도 있는 것이다. 겉으로 보아서는 언뜻 구별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 본질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생화처럼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 행사가 끝난 후 원장님 일행과 함께 북창동으로 갔다. 밤 11시가 넘도록 함께 시간을 보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3. 우리가 해야 할 일들

 

택시를 타고 암사역에서 내렸다. 8호선을 타고 잠실까지 가서 2호선을 갈아탔다. 모두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길게 늘어선 행렬은 전철을 갈아타려는 사람들이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몇 가지 바쁜 일을 처리하고 12시가 조금 넘어 차를 탔다. 비가 무척 쏟아지고 있었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고속도로를 타고 천안으로 향했다. 2시부터 면담을 했다. 5시반까지 장시간 면담을 하고 나왔다. 밖에서는 6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Y사장의 아파트로 가서 컴퓨터작업을 했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차를 타니 8시 40분이었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 어느 것보다도 보람있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더 많은 시간,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것뿐이다. 어두워진 고속도로를 혼자 달리면서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밀려왔다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었다. 93.1 FM에서 아름다운 가곡들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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