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7-6
은영은 명훈 엄마로부터 계속해서 전화가 오자 속이 상하고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아야 할 말도 없고, 그렇다고 아이를 낙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받은 돈 천만 원을 돌려줄 이유도 없다. 명훈네가 돈이 많은 사람들일뿐더러, 명훈의 아이를 낳아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천만 원 정도는 당연히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혼자서 어떻게 할까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데, 친한 친구인 경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속상한 일이 있어 같이 상의 좀 하자는 이야기였다. 은영은 경자가 정해준 장소로 나갔다. 초저녁인데 경자는 벌써 술에 취해 있었다.
“은영아!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니? 우리 엄마가 아빠 돌아가시고 5년 째 혼자 살고 계신데, 전부터 같은 동네에서 사는 어떤 아저씨가 집요하게 엄마에게 달라들어서 하는 수 없이 연애를 했대. 그런데 그 아저씨 부인이 이런 사실을 알고 엄마에게 위자료를 3천만 원 내놓으라고 한 대.”
“아니 그게 말이 돼? 둘이 같이 재미 보고 왜 엄마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한 대? 나쁜 사람들 아냐?”
“그 아저씨는 그 아줌마와 이혼할 생각도 없대. 그런데도 아줌마는 우리 엄마에게 갖은 욕설을 다 하고, 화냥 X이라고 하면서 난리를 치고 있어.”
사랑의 모진 운명 7-7
“그런 경우에는 그 남자가 다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거 아냐? 그리고 지금 간통죄도 없어졌는데 왜 그렇게 겁을 먹고 그러니? 너희 엄마는? 아빠 돌아가시고 혼자 산다면서?”
“문제는 우리 엄마는 자기 명의로 아파트가 있어. 그 아저씨는 돈도 없고, 몸도 아프대. 그리고 그 아저씨 부인이 펄펄 뛰고 난리를 치고 있는 거야. 아저씨는 지금 엄마 전화도 받지 못하고,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라고 딱 끊어버리고 있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니?”
“근데 그 쪽에서도 이혼도 하지 않고 너희 엄마만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서로 정을 통하지 않았다고 잡아떼면 되지 않니? 증거가 없을 거 아냐? 그리고 엄마는 뭐라고 해? 육체관계를 했다고 해?”
“응. 그 아저씨 핸드폰을 그 여자가 봤대. 둘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도 있고, 둘이 같이 찍은 사진도 있대. 그리고 그 여자가 난리를 쳐서 엄마도 다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빌었대. 다만, 엄마는 위자료를 깍아달라고 하는 거야.”
“무엇을 잘못했다고 빌어? 아니! 혼자 사는 여자가 유부남이 따뜻하게 대해주면서 사랑한다고 하면 같이 사랑할 수도 있는 거지, 도대체 그 마누라는 어떤 피해를 보았다고 떠드는 거야? 지가 남편 잠자리 못해주면 미안하게 생각하고, 저 대신 다른 여자가 잠자리 서비스 해주었으면 고맙게 생각해야지 무슨 위자료를 청구하고 있는 거야?”
“그 남자는 연락도 안 받고, 모든 걸 마누라에게 맡기고 있다고 해. 그리고 곧 동네에 소문을 퍼뜨리겠다고 공갈 치고 있어. 그리고 빨리 합의하지 않으면 엄마 집에 와서 망신을 주고 창피를 주겠다는 거야.”
“엄마 집에 와서 난리를 치면 곧 바로 경찰서에 신고를 해! 그리고 위자료 3천만 원은 말도 되지 않는 거야. 절대로 합의하지 마. 그리고 그 여자도 소송하는 건 쉽지 않아 못할 거야.”
사랑의 모진 운명 7-8
“그 여자 아들이 법대생이래. 그래서 인터넷 다 찾아봤는데, 유부남인줄 알고 연애했으면 최소한 위자료 3천만 원 이상 나온대. 그리고 엄마 재산을 먼저 차압하겠대.”
이런 경우 참으로 답답하다. 다 큰 자녀가 있는데, 엄마가 사별하고 혼자 살다가 남자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그리고 남자가 너무 잘 대해주고, 사랑한다고 하니까, 혼자 살면서 외로워서 넘어간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남편도 없으니까 특별히 조심을 하지 않았는데, 그 남자는 유부남으로서 마누라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감시하고 있으면 조심할 노릇이지, 핸드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들통이 났다.
그리고 들통이 났으면 그래도 남자가 알아서 해결할 것이지, 저는 비겁하게 쏙 빠지고, 마누라와 애인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손을 빼고 있다. 보통은 남자의 돈으로 마누라에게 애인이 물어주어야 할 돈을 대신 갚아주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번 남자는 자신의 앞으로는 재산도 없고, 돈도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건강도 좋지 않아 집에서 마누라나 자식들에게 천덕꾸러기로 지내고 있는 입장이다. 이혼도 할 생각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은영의 친구 엄마 전화도 받지 않는지, 못받는지 연락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영은 친구 정자를 불러냈다. 정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 경험이 많기 때문이었다. 주변에 있는 변호사들과 많은 상담을 해서 웬만한 문제는 변호사 이상으로 많은 지식이 있었다. 정자는 은영 친구의 이야기를 듣자 갑자기 본인이 흥분하면서 소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사랑의 모진 운명 7-9
“정말 요즘 세상은 말세야. 남자들이 등신이 다 되어서 그래. 일단 합의하지 말고 기다려. 배짱으로 나가면 돼. 먼저 그 여자가 찾아오면 맞고소를 해. 행패를 부리거나 폭행 또는 협박을 하면 형사고소를 해. 그리고 아파트를 밀고 들어오면 주거침입죄가 되는 거야. 그리고 위자료 청구가 들어오면 그 남자도 같이 피고가 되든가, 아니면 증인으로 나오게 되니까 그때 강하게 따지면 돼. 그리고 남자가 강압적으로 섹스를 했다고 주장하고, 남자가 부인과 이미 파탄이 난 상태라 이혼을 하려고 준비중에 있는 상황에서 엄마를 좋아했다고 하면 돼.”
은영 친구는 은영과 정자로부터 많은 어드바이스를 들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간통죄는 없어졌지만, 법은 이렇다. 우리나라 법은 일단 혼인신고가 되어 부부로 되어 있으면 남편과 아내는 성적 성실의무가 있다. 이것을 위반하면 위반한 쪽은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함께 바람을 핀 다른 사람도 상대의 배우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그런데 나이가 65세인 혼자 사는 여자가 68세된 유부남과 연애를 했다고 해서 그 마누라에게 왜 3천만 원이나 되는 큰 돈을 물어주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 나이든 남자의 아내는 이 문제로 얼마만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까? 그리고 그 고통을 금전으로 배상할 때 과연 어느 정도의 금액이 적정한 것일까? 매우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은영과 그 친구, 그리고 정자는 모두 여자의 입장에서도 그 남편 되는 남자의 행태가 정말 추하고 더러워보였다. 그래서 세 사람은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하지만 은영은 뱃속에 있는 아이 때문에 술을 입에 대지도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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