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83)

 

백상무 후보와 정국영 후보는 거의 막상막하, 백중지세였다. 시간이 갈수록 서로 물고뜯는 난투전은 더욱 심해졌다. 소위 네거티브 전략이었다. 상대의 약점과 잘못, 가식과 위선을 폭로하는 것이 주된 선거운동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치명적인 내용은 서로 간에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정국영 후보가 돈을 준 사건이 터졌다. 지역에서 노인회가 단체관광을 가는데,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에 정 후보가 관광을 떠나는 노인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하고 인사를 했다.

 

어르신들! 평생을 바쳐 우리 지역을 위해 애쓰셨습니다. 어르신들 덕분에 우리 시는 대학도 유치하고, 공단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우리 시에서는 그동안 노인복지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나 잘못된 일입니까? 이번에 여행 잘 다녀오시고, 앞으로 우리 시가 정말 진정한 노인복지행정을 펴도록 다 함께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노인회 총무에게 커피나 드시라고 하면서 아무도 몰래 50만원을 주었다. 그런데 그 노인회 총무는 그런 사실을 노인회 회장에게 이야기했다.

 

그렇지 않고 혼자 돈을 먹었다가는 나중에 알려지면 도둑이 될 것이고, 그렇다고 회원 전체에게 공개해서는 선거법위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노인회장에게만 조용히 이야기하고, 실제로 돈은 관광 도중 노인들을 위해 음료수를 사서 제공했다. 그러면서 그 음료수는 노인회장이 개인 돈으로 사는 거라고 말했다.

 

노인회장은 회원들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 그동안 돈 한푼 안쓰던 구두쇠가 어떻게 이렇게 큰돈을 쓰는지 놀랐다는 찬사까지 받았다.

 

그런데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노인회 총무와 회장 두 사람, 그리고 돈을 준 정국영 후보 세사람만이 알고 있는 이 비밀, 죽을 때까지 노출시키지 말고 가져가야 할 이런 중대한 비밀! 이것이 자연스럽게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먼저 노인회 총무 입이 근지러워서 자기 부인에게 잠자리에서 말했다. 노인회장도 술을 마신 상태에서 가장 친한 친구 한사람에게만 귀뜸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까지 하면서, 정국영 후보가 셋 중에 제일 괜찮은 것 같다고 술김에 말했다.

 

12일의 단체관광을 다녀온 노인들은 가뜩이나 할 일이 없는 판에 모처럼 아주 짠돌이인 노인회장이 갑자기 큰돈을 쓴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혹시 회장이 죽을 때가 돼서 착해진 것이 아닌가 의심하던 판에 결국 남의 돈 가지고 생색내고, 게다가 거짓말까지 했다는 사실에 분노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소문은 즉시 퍼졌고, 결국 반대편인 백상무 후보 극력지지자의 귀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런 소문이나 정보, 첩보는 선거운동기간 중에는 북한의 핵시설에 관한 첩보보다, IT산업에 관한 기술유출보다 더 중요하고, 더 민감한 것이다.

 

결국 백상무 후보측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공칠의 도움을 받아 증거수집을 철저하게 하였다. 공칠이 평소 갈고 닦은 실력으로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을 만나 유도신문을 하는 방식으로 비밀녹음을 해서 확실하게 해놓았다.

 

그리고 관할 검찰청에 정식으로 고발을 했다.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금지에 걸린 것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자, 당사자인 정국영 후보와 노인회 총무, 노인회 회장은 모두 전면 부인에 나섰다.

 

정 후보는 자신은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고, 총무 역시 그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인회 회장도 당시 음료수값은 자신이 개인돈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런 소문이 퍼진 것과 그런 소문을 들은 사람들에 대해서 조사를 했지만, 금품교부수수당사자들이 완강하게 부인하니 사건은 애매모호한 상태가 되었다.

 

정 후보는 거꾸로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자신은 노인회 총무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는데, 반대파에서 자신을 모함하는 것이라면서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85)  (0) 2019.02.06
작은 운명 (84)  (0) 2019.02.05
작은 운명 (82)  (0) 2019.02.04
작은 운명 (81)  (0) 2019.02.04
작은 운명 (80)   (0) 2019.02.0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