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4)
그런데 오전 10시에 실질심사를 받았는데, 오후 세시경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 길로 검찰청에서 곧 바로 구치소로 직행을 한 것이었다.
그 후 구치소로 접견을 온 변호사는 고종뿐 아니라, 다른 피의자들 여러 사람의 사건을 맡아서 고종을 접견하는 시간은 10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고종에게 영장 담당 판사가 이상한 사람이라 잘못 발부가 된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자신이 구속적부심사나 보석을 통해 곧 석방시키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면서 큰소리로 웃는 것이었다. 접견실에 있던 다른 죄수나 변호사들이 볼 때에는 고종이 곧 나가는 것으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맹사장은 그 이야기를 듣고 남의 일이지만 흥분했다.
“도대체 요새가 어떤 세상인데, 그런 나쁜 변호사가 있다는 말이요. 가만 두어서는 안 되겠네.” “아무래도 변호사를 바꾸어야 할 것 같아요. 근데, 변호사를 바꾸면 저에게 불리하게 해꼬지를 하지 않을까요? 걱정 돼요.”
“그 변호사 이름이 뭐지?” 고종이 변호사 이름을 듣자 “가만 있어보자,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은데...” 맹사장은 감방 벽을 더듬거리다가 벽에 그 변호사 이름이 써있는 것을 발견하고 고종에게 보여주었다.
“이 변호사 이름이 확실한 거요?” “네, 맞아요. 여기 그 변호사 이름이 써있네요.” 고종은 자세히 벽에 써있는 글씨를 읽었다. 어떤 죄수가 써놓은 것이었다. 내용인즉, ‘OOO 변호사! 아주 악질임. 절대 선임해서는 안됨!!!’이었다.
맹사장은 구치소와 교도소 생활을 하면서 벽에 이와 같이 변호사를 비난하고 욕하는 글씨를 여러 번 보았다.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가 제대로 하지 않아 결국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낙서를 해놓은 것이었다.
고종은 37살의 총각이었다. 중소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주말이면 열심히 등산을 다녔다. 그러다가 어떤 산악회에 들어가 동호회원이 되었다. 숙정이라는 여자는 그곳에서 만났다. 45살의 가정 주부였다.
등산이 끝난 다음 회원들은 가끔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노래방도 다녔다. 그렇게 6개월쯤 지났다. 이상하게 숙정은 고종을 좋아했는지, 고종이 참석하는 회식이나 술마시는 곳에는 절대로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그러면서 꼭 고종 옆에 앉았다. 겉으로는 숙정은 어리게 보여서 열 살은 젊어보였다. 나이는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30대 중반인 것처럼 말했고, 결혼해서 가정이 있다는 내색도 하지 않았다. 고종을 비롯한 등산회원들은 숙정을 미혼이거나 돌싱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싱글인 고종과 숙정이 가깝게 지내는 것으로 오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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