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객실을 분양 받은 경우

 

변호사로 일을 하다보면 참 안타까운 사연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 중에서 제일 딱한 것이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돈을 손해 보고도 그것이 사기인지 아닌지 애매모호한 경우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호텔 객실을 분양받았다. 지방 어느 작은 도시에서 어떤 회사가 호텔을 분양한다는 광고를 크게 내고, 분양을 했다. 철수(45, 가명)는 분양회사를 방문했다.

 

호텔 객실을 분양 받으면, 객실 하나에 월 70만원씩 수익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도금과 잔금은 모두 회사에서 알선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줍니다.”

객실 하나에 분양금은 얼마지요?”

 

객실 하나에 9,500만원입니다. 계약금 천만원만 준비하시면 나머지는 다 대출받을 수 있고, 나중에 준공이 끝나면 저희 회사에서 호텔을 관리하고, 사장님은 가만히 앉아서 매달 수익금만 70만원씩 받아가시면 됩니다. 아니 통장에 직접 넣어드리니까, 전혀 신경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몇 개 남지 않았습니다. 빨리 하시는게 좋아요.”

 

시공회사는 어디인가요?”

“OO건설회사인데 대기업입니다. 호텔 부지나 분양대금은 모두 신탁회사에서 관리하고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장님이 이곳을 찾아오신 게 대박난 거고, 이제부터는 불행 끝, 행복 시작입니다. 요새 같은 불황에 이런 거 몇 개만 분양받으면 왠만한 봉급생활자보다 낫습니다.”

 

분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사업시행자가 아닌, 분양대행사 직원이었다. 그 사람들은 이런 분양업무만 전담하고 있어서 아주 노련하고 청산유수로 홍보를 하고 있었다. 철수는 서둘러 계약금을 만들어서 호텔 객실 3개를 분양받았다. 분양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을 만들어 입금을 시켰다.

 

그런데 막상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걱정이 되어서 호텔을 짓는다는 장소를 찾아가 보았다. 아직 펜스도 쳐놓지 않고 있었다. 그 지역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곳은 호텔이 잘 될 곳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기존에 있던 호텔이나 레스던스식 호텔, 모텔 등도 모두 영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분양사무실에 물어보니, 여전히 큰소리를 친다.

 

그런데 호텔 객실 수와 객실 요금을 차분히 따져보니 호텔을 나중에 관리하는 회사의 인건비와 전기 수도요금, 가스요금, 호텔 재산세 등을 계산해보면 분양받아 소유권만 가지고 있는, 그것도 전체 부동산에 대한 극히 작은 공유지분만을 가지고 있는 수분양자에게 객실 하나에 월 70만원 이상의 수익금을 나누어준다는 것은, 그야말로 황당무계한 일이었다.

 

철수는 더 파고 들어가서 알아보니,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호텔 객실을 분양한 회사는 많은 수가 정상영업을 하지 못하고 중단했다는 소문도 들었다. 지분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한 다음, 호텔 운영을 맡는 관리회사는 결국 호텔 객실이 차지 않아 적자를 보게 되고, 그러면 자연히 그에 대한 모든 손실과 책임은 객실을 분양받은 사람들 전체에게 돌아간다는 사실도 알았다.

 

철수는 서둘러 분양계약을 취소하려고 쫓아다녔지만, 법적으로는 취소나 해제가 마땅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잘못하면 계약 해제나 취소가 되지 않아, 3개에 대한 분양대금 전체를 책임져야 할 입장이다.

 

만일 사업시행사가 봐주어서 계약금만 몰취하고 계약을 해제해주면 그나마 다행인 입장이다. 가뜩이나 불황이라 먹고 살기 어려운 판에 철수는 순간적으로 잘못 판단해서 아주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사기방지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기꾼은 엄벌해야 한다>  (0) 2019.05.04
사기죄의 기초 이론  (0) 2019.04.25
개인사업을 할 때 신중하라!  (0) 2019.02.28
이런 사람이 사기꾼이다   (0) 2019.02.26
<사기라는 이름의 마술>   (0) 2019.02.2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