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8)

 

그 남자는 법원에 가서도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그래서 법원에서는 다시 피해자를 증인으로 불렀다. 피고인의 변호사는 피해자가 증인으로 나오자 상세하게 따져물었다. 피해자는 나이가 어린 상태에서 증인으로 나와 질문을 받자 당황했다.

 

“증인은 당시 피고인이 어떤 방식으로 증인의 신체를 만졌다는 것인가요?”

“예. 제가 친구와 팔장을 끼고 길을 가고 있는데, 앞에서 오던 피고인이 제 오른쪽으로 지나가면서 제 엉덩이를 손으로 만졌습니다.”

 

“피고인이 엉덩이를 세게 만졌나요? 아니면, 손바닥으로 살짝 대고 지나간 것인가요?”

“손바닥으로 치마를 위로 치켜드는 것처럼 쓸어올린 것입니다.”피고인은 당시 치마를 입고 있었나요? 짧은 치마였나요?“

“예. 약간 짧은 치마였습니다. 얇은 천이었습니다.”

 

“피고인은 경찰에서는 엉덩이를 꼬집듯 세게 만졌다고 진술했고, 검찰에서는 그냥 만졌다고 진술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손바닥으로 치마를 위로 치켜드는 것처럼 쓸어올렸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어떤 진술이 사실인가요? 그리고 진술이 자꾸 바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경찰에서도 지금처럼 진술했어요. 검찰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지금 진술하고 있는 것처럼 저 사람이 제 치마를 손바닥으로 쓸어올렸어요.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그 당시 저 사람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약간 오래 만지고 있었기 때문에 치마 밑으로 징그러운 남자 손의 촉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말하고 남자의 사진을 찍고 붙잡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엉덩이를 꼬집듯 세게 만지는 것과 치마를 위로 치켜드는 것처럼 쓸어올리는 것은 전혀 다르지 않나요?”

“저는 분명히 저 사람이 치마를 위로 치켜드는 것처럼 쓸어올렸다고 생각합니다.”

 

피고인은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선고한 이유는 CCTV 상에 피고인의 손이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고, 근소한 거리를 두고 스쳐 지나가는 장면만 나오며, 피해자의 진술이 경찰과 검찰, 그리고 1심 법정에서 다르게 바뀌고 있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검찰에서는 이러한 무죄판결이 부당하다고 또 항소를 했다. 피고인은 생각했다. “아! 세상이 이렇게 무섭구나. 내가 성추행을 하지도 않았는데, 피해자라고 하는 사람의 말만 믿도 재판에 넘기고,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는데도 또 검찰에서는 항소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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