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85)

 

박 상무의 후배 한 사람은 승무원 생활을 열심히 하고, 결혼하려고 저축을 꾸준히 했는데, 어떤 사기꾼을 만나 하루 아침에 모았던 돈을 날려버린 일이 있다.

 

그래서 당시 박 상무가 앞장 서서 그 후배를 사기친 유부남을 구속시켰다. 그런데도 그 사기꾼은 징역을 살고 끝내 후배의 돈을 갚지 않았다. 그 슬픈 스토리를 전해 줄 때, 박 상무는 언제나 중간에 그 사기꾼을 죽였어야 한다고 주먹을 가볍게 쥐고, 테이블을 살짝 쳤다. 그리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 사기사건이 후배의 일이 아니라, 박 상무 자신의 일인 것인 것 같기도 했다.

 

선배님. 글쎄 제가 사귀던 남자가 나중에 알고 보니 유부남인 거예요. 그래서 고소를 하려고요. 그런데 처벌이 문제가 아니라, 사기 당한 돈은 제가 결혼하려고 모아놓은 전 재산이예요. 어떻게 하면 좋죠?”

아니, 어떻게 유부남을 만난 거야? 유부남인 알고 만났어?”

전혀 몰랐어요.”

 

후배 정선화는 우연히 김중갑을 만나 데이트를 했다. 처음 만날 때 선화는 30살이었고, 중갑은 38살이었다. 중갑은 무역업을 한다고 하면서 결혼하자고 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서울에서 방을 얻어 생활하고 있던 선화는 중갑이 성실해 보이고, 여자에 대한 배려심이 많아 보여서 마음을 주었다.

 

그러자 사귄 지 두 달 만에 중갑은 선화의 전셋집에 들어와서 동거생활을 했다. 결혼식은 나중에 올리기로 하고, 두 사람은 신혼부부처럼 행복에 빠졌다.

 

이렇게 6달이나 동거생활을 하고 있는데, 중갑은 선화가 모아놓은 돈이 있는 것을 알고, 자신이 하는 무역사업에 선화의 자금을 빌려다가 단기간 내에 35퍼센트의 이익금을 남겨줄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에 관한 두툼한 자료를 보내주고, 수시로 영어로 외국에 있는 거래처 사람들과 시차를 감안해서 한 밤중에도 전화를 하고, 전화만 하면 돈을 벌었다고 웃고 기분 좋아 술을 마시는 중갑의 모습에 전적으로 믿음을 주었던 선화는 마침내 은행에서 돈을 찾아 73백만원을 빌려주었다.

 

서로 동거하고 있고, 결혼할 사이였기 때문에 그냥 은행에서 현금과 자기앞수표로 찾아서 중갑에게 주었다. 아무런 증서도 써받지 않았다.

 

중갑은 선화로부터 두둑한 돈다발을 건네 받자 선화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눈물까지 흘리면서 잠자리를 세 번이나 해주었다.

 

선화도 이때가 가장 행복했다. 그동안 승무원생활을 하면서 피땀 흘려 모아놓은 돈을 사랑하는 사람 사업하는데 빌려주고, 그 돈을 가지고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서 다시 선화에게 돌려주고, 그러면서 결혼까지 할 것을 생각하니, 세상에서 자신처럼 남자 복을 타고난 여자는 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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