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60)
최 사장은 그렇게 38살에 같이 살던 부인은 가출해버리고, 혼자 남아서 무척 외롭고 힘든 세월을 보냈다. 그는 원단장사에 매진했다. 더 이상 다른 여자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여자라면 아주 징그러웠다. 그
러나 아직 나이가 젊었던 최 사장은 43살이 되어 다시 또 새로운 여자를 만나게 된다. 어느 정도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던 최 사장은 골프에 취미를 붙여 필드에 자주 나갔다.
그러다가 골프장 캐디와 눈이 맞아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부인은 아직 호적에는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류상에만 부인으로 남아있는 것이지, 5년 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캐디는 35살이었는데, 미혼이었다. 최 사장은 캐디와 동거를 하면서도 선을 명확하게 했다.
“나는 호적상 부인이 있어요. 도박에 빠져 가출했고, 워낙 잘못을 했기 때문에 내 앞에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못할 거예요. 나타나면 서류만 정리하면 될 것이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예. 알았어요.”
“그렇다고 나는 당신과 결혼은 안 할 거예요. 이제는 더 이상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나는 평생 혼자 살려고 해요. 아이를 가질 생각도 없고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결혼할 생각은 없어요.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불행해지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서 혼자 사는 게 최고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두 사람은 말하자면 계약동거였다. 남자와 여자가 동거생활을 하되, 부부는 아니라는 선을 명확하게 긋고 있는 관계였다. 최 사장은 여자에게 생활비를 주었고, 여자는 캐디 근무를 하면서 최 사장을 위해 밥과 빨래, 잠자리를 제공해주었다.
최 사장은 그 여자와 단순히 생활상의 편의 때문에 동거를 하려고 생각했고, 세월이 흘러서 서로 싫어지면 헤어지려고 마음먹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사업을 해서 아무리 돈을 벌어도 자세한 내용을 여자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딱 정해진 생활비만 줄 뿐이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한 쿨한 관계였지만, 시간이 가면서 최 사장이 여자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최 사장에게 의처증이 생긴 것이었다. 골프장에 출근해서 손님들과 저녁을 먹고 노래방이라도 다녀오면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이러한 최 사장의 태도에 대해 여자는 강하게 반발했다.
“아니, 왜 그래요. 우리는 부부가 아니잖아요? 무엇 때문에 제 생활에 관여하고 속박하는 거예요. 각자 생활하면서 서로가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할 일 하면 되는 것으로 정했던 거잖아요?”
하지만 최 사장은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 그 여자가 다른 남자 만나는 것을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월급을 줄테니까 캐디 그만둬요. 당신이 다른 남자들 만나는 거 싫어.”
“안 돼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캐디는 내 생활이고, 직업이예요.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건 저로서는 견딜 수 없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 여자는 하던 대로 자유롭게 남자들을 만났다. 최 사장의 의처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여자가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면, 다른 남자와 모텔에서 관계를 하고 온 것으로 따지고 난리쳤다. 심지어 몸수색까지 했다.
여자가 대들면 폭행까지 하게 되었다. 여자는 그래도 참고 있었다. 최 사장이 돈을 잘 버는 사람이고, 심성이 워낙 착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 사장은 여자를 때려도 심하게 때리지는 않았다. 혼자 흥분해서 자신의 머리를 벽에 세게 부딪히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여자를 때려도 얼굴이나 머리는 절대로 때리지 않고 손바닥으로 팔을 몇 대 약하게 때리는 정도였다.
그리고 여자와 싸우고 나서는 항상 소주를 한병 들이마셨다. 빈속에 소주를 마시고 한 십여분 잔소리를 하다가 쇼파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여자는 최 사장이 불쌍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깊은 정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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