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73)
영순이 공철로부터 맞아서 고막이 파열된 지 한달 쯤 지났다. 그동안 공철로부터 당한 정신적 고통에서 겨우 벗어날 정도가 되었다. 영순은 남편의 친구를 만나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남편이 죽기 전부터 그 친구와 남편이 금전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죽은 다음에도 영순이 남편 대신 돈거래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영순으로부터 돈을 빌려다가 사업을 해서 이자를 꼬박꼬박 주고 있었다.
가끔 영순을 만나 혼자 되어 얼마나 외롭고 힘이 드냐면서 위로를 해주고 술도 사주었다. 이날도 영순을 만나 술을 같이 마시며 영순의 남편 살아있을 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영순은 마음이 무척 울적해졌다.
남편 친구는 영순이 혼자 된 상태에서 다른 남자는 만나지 않고 아이들과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면서 영순의 남편이 여자를 좋아해서 그렇지 그것만 빼면 그렇게 의리있고, 남자답고 사업 열심히 한 사람 없다는 칭찬을 계속하자 갑자기 눈물이 났다.
영순은 공철이 갑자기 더 미워졌다. 영순의 모든 자존심을 짓밟은 것이었다. 영순은 술에 취하고 싶었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남편 친구와 많이 마셨다. 영순이 술에서 깨어서 눈을 떠보니 술집 부근에 있는 모텔방이었다. 알몸으로 침대 위에 있었다.
남편 친구는 방에 없었다. 영순이 술에 취해 의식이 없었을 때, 남편 친구 명성은 영순을 모텔로 부축해가서 그짓을 한 것이었다.
영순은 기가 막혔다. 남편이 없다고 친구 조차도 자신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하는가 싶었다. 도저히 명성을 용서할 수 없었다.
침대에 앉아서 혼자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명성이 그짓을 했다는 증거를 어떻게 수집해야 하는가? 명성이 사용했을 휴지나 수건을 찾아보니 아무 것도 없었다.
자신의 몸속에 명성의 것이 들어있을 것 같아서 화장지로 닦아서 핸드백에 담았다. 하지만 침대 위에 있는 명성의 머리카락이나 체모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명성은 영순을 모텔방에 데리고 와서 곧 바로 그짓을 하고 샤워도 하지 않고 나간 것 같았다. 타월도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남성의 피임기구를 사용해서 그짓을 하고 곧 바로 밖으로 나간 것이었다.
영순은 수사관이 아니기 때문에 치밀하게 준강간행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지 못했던 것이다. 영순은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남편 생각도 나고, 공철 생각도 나고, 명성에 대한 분노도 치밀었다. 한참 동안 울었다. 화장도 제대로 못하고 모텔을 나왔다.
그런데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공철이 혼자 걸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영순은 고개를 숙이고 그냥 지나치려고 했다.
그런데 공철은 멀리서 영순이 모텔에서 나오는 것을 본 모양이었다. 공철은 모텔에서 영순이 나오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핸드폰으로 영순을 찍었다. 그리고 영순에게 다가왔다. 갑자기 영순의 배를 주먹으로 세게 쳤다. 그리고 발로 몇 차례 찼다. 그리고 영순의 얼굴에 침을 뱉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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