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37)
명훈 엄마는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다. 이런 저런 궁리 끝에 우선 은영의 문제는 시간도 끌고, 명훈으로 하여금 은영을 만나도록 해서 낙태를 시킬 작전을 짰다. 그래서 명훈에게 이야기해서 일단 은영을 만나서 당분간 잘 지내면서 시간을 가지고 은영의 마음이 돌아오면 은영을 설득시켜 수술을 하도록 할 생각이었다.
명훈은 지금 강간사건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비상상황이라 은영의 문제데 대해서는 엄마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엄마가 은영과 데이트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아끼지 말고 써도 좋다는 말에 더욱 용기를 얻었다. 명훈은 은영에게 연락을 해서 만나자고 했다.
“은영아! 그동안 미안했어. 생각해보니까 내 애를 가졌는데, 내가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건 너무 잘못이야. 정말 미안해. 아이도 가졌으니까 옷 한 벌 사줄게. 만나자.”
은영은 놀랐다. 갑자기 명훈이 이런 태도로 나오니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전혀 그럴 가능성이 없던 명훈이 어떻게 이렇게 따뜻하게 나온다는 말인가? 그것은 분명이 아이 때문이라고 믿었다. 아무리 무뚝뚝하고,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시간이 가면 자신의 아이를 품고 있는 여자에 대해 남자는 다시 돌아오는 것이리라. ‘그러면 그렇지, 오빠가 겉으로만 그런 태도를 보인 거지, 나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 거야.’ 은영은 울면서 대답했다.
“오빠. 정말. 고마워. 그동안 오빠 마음도 모르고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 줘. 앞으로는 절대 안 그럴게.”
명훈은 은영을 데리고 백화점에 가서 옷을 사주고 함께 식사를 했다. 그리고 술을 많이 마셨다. 명훈이 취해서 비틀거리고 쓰러지려고 하자. 은영은 하는 수 없이 원룸으로 부축을 해서 갔다. 오랜만에 온 원룸에는 은영의 자취는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다른 여자의 옷이 몇 벌 있었다. 여자 속옷도 보였다. 순간 소름이 끼쳤지만, 은영은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것은 내가 옆에서 응대를 해주지 못해서 그랬던 거야. 아무래도 젊은 남잔데, 여자 없이 지낼 수는 없는 거 아냐? 내가 아이를 낳은 다음에는 잘 해주면 되는 거야.’
은영은 다시 명훈의 원룸까지 들어가게 된 것을 무한 행복해했다. 명훈을 침대에 눕히고, 정성을 다해 다리를 맛사지해주었다. 명훈의 다리는 건장했다. 이처럼 건장한 다리가 지금 내 속에 있는 아이의 아빠 다리라는 사실에 감격했다. ‘분명 아이도 아주 건강하게 태어날 거야!’
명훈은 술에 취해 곧 잠이 들었다. 심하게 코를 골았다. 술냄새는 악취에 가까웠다. 은영도 같은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새벽에 은영이 눈을 떠보니 명훈이 자신의 위에 올라가서 행위를 하려고 했다. 은영은 필사적으로 방어했다. 아이 때문이었다. 큰일 난다고 믿었다. 명훈이 계속 누르자, 은영은 명훈의 팔을 물어뜯었다.
명훈은 얼굴을 때리고 발로 배를 찼다. 서로가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런 다음 두 사람은 정신을 차리고 아침에 병원을 여는 시간이 되자, 같이 산부인과로 갔다. 명훈의 상처는 문제가 아니었다. 혹시 아이가 유산되었을까 걱정이었다.
은영은 계속 울었다. ‘만일 아이가 잘못되었으면, 오빠는 내 손에 죽을 거야.’라고 수없이 되풀이하면서 다짐했다. 명훈도 걱정이 많이 되었다. 절대로 아이를 유산시키려고 배를 찬 것은 아니었다. 그냥 화가 나서 때리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었다. 의사는 현재 상태로서는 유산이 아니라고 하면서, 며칠 관찰해 보자고 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에게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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