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45)

 

공칠은 꿈에서 아버지가 너무 한심하게 생각되었다. 저렇게 공칠과 싸우다가 비참하게 죽어 한이 맺힌 소를 돈을 벌기 위해 이국만리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가져가려고 한다는 아버지는 그 소가 공칠이 죽인 소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공칠은 아버지에게 그 소를 한국으로 가져가서는 절대 안 된다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아버지를 만류하였다. 그러자 아버지는 주먹으로 공칠을 때리는 것이었다. 그때 죽었던 소가 다시 살아나 뿔로 아버지를 세게 받았다.

 

아버지는 빌딩 높이로 치솟았다가 아스팔트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그 순간 공칠은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그때 공칠은 잠에서 깨어났다. 비록 꿈이었지만 현실처럼 아주 생생했다. 공칠의 온몸에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 꿈은 공칠이 재수를 한 끝에 다시 대학교 시험을 보러가기 일주일 전에 꾼 것이었다. 공칠은 그 꿈이 무슨 꿈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꿈의 해석을 부탁하지는 않았다. 왠지 불안하고 무서웠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 꿈이 좋은 꿈일 수도 있을 것처럼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 꿈은 공칠이 목전에 두고 있는 대학입시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은 들었다. 공칠이 대학교 시험을 보러 가는 당일 아침 공칠은 시험장으로 가기 위해서 고시원을 나와서 버스를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승용차가 도로 3차선을 달리다가 공칠이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공칠쪽으로 뛰어들어 공칠을 차로 치었다.

 

운전자가 주행중에 스마트폰을 보다가 도로 우측으로 잘못 진행을 했고, 그 때문에 아무 죄없는 공칠이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라고 있다가 그 차 우측 밤바에 치어 넘어졌고, 공칠은 머리를 다치고 왼쪽 발목부위가 분쇄골절이 되는 상해를 입었다.

 

공칠은 곧 출동한 경찰차에 의해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고, 그 때문에 대학입시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것은 사고 당시의 상황이었다. 공칠은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왼쪽에서 도로 3차선을 따라 커다란 황소 한 마리가 매우 빠른 속력으로 공칠을 향해 질주해오는 것이었다.

 

그 소는 바로 스페인에서 공칠과 투우장에서 혈전을 벌이다가 쓰러졌고, 그 후 공칠의 아버지가 사서 한국으로 가져오려고 했던 바로 그 소였다. 공칠은 환상을 보고 있었다. 그 소는 누런색깔이었다. 그런데 공칠을 실제로 친 자동차는 빨간 벤츠차였다.

 

그런데 공칠에게는 그 빨간 벤츠 자동차가 누런색깔의 황소로 보였던 것이다. 공칠은 자동차를 피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투우장에서처럼 오른쪽으로 약간 비끼면서 손에 들고 있는 가방을 붉은 천으로 생각하고 자동차를 향해 펼쳤다. 그 때문에 자동차는 공칠을 치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런 사고를 당하게 되자 공칠은 더 이상 서울에 있는 것이 무서워졌고, 대학입시를 치루지 못한 것도 소 때문이고,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소 때문이며, 자신의 인생은 앞으로도 소 때문에 더 이상 잘 될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공칠로서는 이런 소의 콤플렉스를 아버지나 어머니, 기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도 없었고, 그 누구와 상의할 수도 없었다. 그건 잘못했다가는 소들의 더 큰 복수를 받게 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공칠은 이 모든 운명은 결국 자신의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업보 때문에 자식인 공칠에게 모두 돌아오는 것이라고 더욱 공고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공칠은 서울로 올가간 지 꼭 1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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