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5)

 

남자 사장, 정국홍(40세, 가명)은 8살 때 부모님이 여름 휴가철에 동해안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갔다가 머물고 있던 펜션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 곧 바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두 사람 모두 사망했다. 이 때문에 국홍은 갑자기 고아가 되었다.

 

국홍은 작은 아버지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국홍이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작은 아버지는 이혼하면서 국홍을 더 이상 키울 수 없다고 하면서 고아원에 맡겼다.

 

국홍의 부모님이 화재사고로 인해 사망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금액을 수령하게 되었는데, 그 돈을 국홍의 작은 아버지가 모두 맡아서 관리하고 있다가 다 써버리고 국홍에게는 돈 한푼 주지 않았다.

 

국홍은 당시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 자란 국홍은 나이 스무살부터 사회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운전면허증을 땄다. 중국집 배달원생활을 오래 했다. 성실하게 일을 해서 어느 정도 돈을 모았다.

 

나이 서른 살에 같은 고아원에서 생활하던 박복자(38세, 가명)를 만났다. 복자는 스무 살 어린 나이에 어떤 50살 된 유부남과 연애를 하여 딸 한명을 낳았다.

 

그 유부남은 어린 복자를 꼬셔서 방을 하나 얻어주고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 복자는 처음에는 세 차례나 임신중절수술을 했다. 그러다나 네 번째 임신을 했다. 이번에는 이상하게 아이를 낳고 싶었다.

 

가까운 친구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서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보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유부남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자, 그 유부남은 큰일 났다고 생각을 하고, 복자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건 태클은 복자가 처녀가 아닌 상태에서 자신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복자는 물론 처녀로서 그 유부남과 관계를 했던 것인데, 오래 전의 일을 가지고 그렇게 따지니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할 수 없었다.

 

그 유부남이 갑자기, “네가 나에게 왔을 때, 이미 너는 처녀가 아니었잖아? 나는 해보면 즉시 아는 전문가야. 너는 내가 볼 때 적어도 100번 이상 성관계를 했던 것이 틀림 없었어. 그런데도 내가 너를 데리고 있었던 것은, 네가 오갈 데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야. 그런데 아이를 낳았다고 하니, 그 아이는 내 아이로 인정할 수 없는 거 아니겠어? 이미 다른 놈과 붙어먹었는데, 어떻게 내 아이로 볼 수 있어? 그리고 설사 내 아이라고 해도, 그 아이를 내가 어떻게 책임지겠어? 그러니까 그 아이는 고아원에 맡기고 나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해!”

 

복자는 많이 울었다. 너무 억울했다. 복자는 비록 내연관계였지만, 자신이 유부남보다 30살이나 어리고, 유부남의 아이를 낳아주었기 때문에 유부남도 더 복자를 아껴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동안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던 처녀성 문제를 들고 나오니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복자는 그 유부남을 죽이려고 마음 먹었다. 어떻게 죽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제일 쉬운 방법은 그 유부남이 술을 마시고 깊이 잠들었을 때 칼로 찌르거나,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건 위험해보였다. 혹시 유부남이 잠에서 깨어나면 그 즉시 반격이 들어올 것이고, 그러다보면 거꾸로 복자가 죽임을 당할 위험이 있었다. 농약을 구입해서 몰래 술에 타서 먹이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으나, 농약 냄새가 나서 유부남이 눈치를 채면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징역만 갈 것이 뻔했다.

 

넥타이나 노끈으로 목을 졸라서 죽이는 방법도 생각해보았으나 역시 자신이 없었다. 복자는 결국 유부남을 죽인다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했다.

 

그 대신 유부남이 빨리 죽도록 백일기도를 드리거나, 부적을 사서 베개 속에 넣는 방법도 알아보았으나, 엉터니 사주역학자들이 돈만 받아먹고 아무런 효험이 없다는 인터넷 경험담을 읽어보고 그 방법도 포기했다.

 

복자는 아이와 함께 동반자살하는 방법도 생각해보았다. 복자는 자신이 죽는 것은 무섭지 않은데,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가 세상 경험도 해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은 절대로 안 될 일이었다. 이런 처참한 상황에서 복자는 그 누구에게도 상의를 할 사람이 없었다.

 

결국 복자는 그 유부남과 헤어지고 아이는 영아원에 맡겼다. 주위에서는 해외입양을 권했지만, 외국으로 보내서는 나중에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아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 아이를 영아원에 맡기고 나오면서 복자는 한 없이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복자의 눈물을 의미를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복자의 눈물을 오로지 복자의 몫이었다. 아무리 눈물이 흘러 쌓여서 강물을 이룬다 해도, 그것의 의미는 봄날 갓 피어나는 산수유의 작은 노란 꽃잎 하나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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