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창가에서>
짙은 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짓누르는 바위의 무게를 느낀다
커피를 들고 창밖을 본다
고양이가 의미없는 시선을 보낸다
비는 그쳤지만
아직 할 말이 남은 모양이다
비에 젖은 백일홍이 다가온다
한 때 사랑했던 흔적이
가지에 걸려있다
아픈 상처를 싸매고
하늘을 향한다
바람도 울고 꽃잎도 운다
오랜 침묵을 깨고
작은 새의 날개짓을 본다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하고
안타까운 눈길을 남긴다
너와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질퍽한 대지의 촉감은
하얀 화폭에 뿌려진
붉은 물감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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