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뱀탕을 많이 먹어서 도인이 된 사부님의 명강의를 듣다
민첩 아버지와 같이 술을 마시던 사부님께서는 마침 자신도 화장실에 용변을 보러 나왔다가 민첩 아버지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일으켜세운 다음 다시 식당으로 데리고 왔다.
“사부님! 다른 것은 다 괜찮은데, 혹시 제 중요 부위가 기능을 상실했는지 제일 걱정이 됩니다. 그것만 괜찮다면 저는 모든 걸 용서해줄 수 있습니다. 만일 제가 성불구가 되면 저는 더 이상 살 필요가 없습니다. 그 놈을 붙잡아 없애버리고 저도 이 세상을 떠나가야 합니다.”
사부님은 민첩 아버지의 중요 부위를 천천히 만져서 진찰을 한 다음 별 문제가 없다고 판정을 내렸다. 민첩 아버지는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통증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사부님은 민첩 아버지에게 그 정도 폭행을 당해 큰 외상이 없으면 민간요법으로 자신이 시키는대로 하라고 했다.
소주 <처음처럼> 한 병을 큰 대접에 모두 따라놓고, 그 위에 고춧가루를 뿌렸다. 그리고 민첩 아버지에게 시원하게 들이키라고 했다. 그리고 그 술을 마실 때 세모금 안에 마셔야 한다고 했다. 목에 넘길 때 목젖을 세 번 이상 껄떡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술을 다 마신 다음 얼굴을 찡그리면 모든 효과가 소멸한다는 것이었다. 술을 다 마신 다음에 대접을 뒤집어 민첩 아버지 머리 위로 떨어서 다 마셨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감사의 표시로 민첩 아버지의 급소이자 생명의 부위를 두 손으로 정성껏 감싸야 한다고 지시했다.
민첩 아버지에게 그 사부님은 <성에 관한 권위>그 자체였기 때문에, 목숨 보다 더 귀한 <성기능>을 사수하기 위해 사부님의 작전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이 시키는대로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한 병 들이켰더니 몸이 마비되어서 그런지 감각이 다 죽어서 그런지 통증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중요 부위가 우뚝 서는 것을 느꼈다.
사부님은 민첩 아버지가 폭행 당하기 이전 상태로 정신을 차린 것을 보고 천천히 민첩 아버지의 어리석은 질문에 지혜로운 답변을 해주었다. 민첩 아버지에게는 완전히 세상의 원리와 이치, 진리에 눈이 떠지는 것 같았다. 사부님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그야말로 꿀처럼 달고, 생수처럼 시원했다.
“12이라는 숫자는 아주 소중한 숫자야. 인간 주변에 인간과 같이 살아가는 동물 12 가지를 <12간지>로 정해놓았어. 12간지 동물 순서는,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야. 자네 같은 돼지는 맨 꼴찌에 있어. 유식한 한자어로 말하면,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로 읽어. <자축이 묘지를 사오면 신으로 술을 해>라고 풀어서 외우면 쉽게 외울 수 있어. 자네처럼 머리만 큰 돼지로 틀리지 않고 외울 수 있어.”
“사부님, 그런 12간지와 소주병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겁니까?”
“동물 12간지는 각 동물들이 활동하는 시간에 따라서 12개의 시간 단위로 구성되어 있어. 자시는 쥐띠의 시간을 말하는데,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를 말해. 쥐는 주로 밤에 활동을 하고 한번에 10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기 때문에 다산, 풍요을 상징해. 그래서 12간지 중 맨 첫 번째에 올려놓았어. 뱀띠는 9시부터 11시까지로 해서 사시라고 하는데, 이 시간대에는 뱀은 주로 잠을 자고 있어서 사람을 물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정한 거야.”
“그런데요?”
“그러니까 중요한 사람과 대작해서 술을 마실 때에는 12간지에 따라 12병을 채워서 마시고, 그 이상을 마시면 안 되는 거야. 더 마시고 싶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좋지 않은 거야.”
사부님은 정말 도를 닦은 사람 같았다. 모든 말이 생명의 말씀이었다. 민첩 아버지는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소주를 12병이나 마시고 전혀 취한 표시가 나지 않고, 민첩 아버지의 <성기능>이 죽지 않았다는 것까지 맨손으로 확인시켜 주었다. 게다가 동물 12간지의 우주법칙에 따라 12병만 딱 마시고 술을 참으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민첩 아버지는 같은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나서 군대까지 갔다 왔는데, 이렇게 밖에 술을 못마시고 그것도 취해서 구두를 신을 때 오른쪽 구두와 왼쪽 구두를 구별할 수 없어 헤매는 자신을 보니 무엇 때문에 살고 있나 싶었다.
민첩 아버지는 어디서 바꾸어 신었는지 집에 와서 구두를 벗을 때 보니 오른쪽과 왼쪽을 바꾸어 신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짝을 바꾸어 신어보니 그렇게 불편한 것도 아니었다. 민첩 아버지는 뱀을 먹었더니 발도 서로 바뀐 것으로 생각했다.
민첩 아버지는 자신은 아프리카 초원의 동물처럼 그냥 삶에의 맹목적 의지 때문에 죽지 않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는 뱀탕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소주 12병을 두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들이마시고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얼굴이 붉어진 것도 아니었다. 음성이 거칠어진 것도 아니고 차분했다. 마치 아이스커피만 몇 잔 마신 사람 같았다.
민첩 아버지는 뱀탕을 오래 먹고도 아무런 성능력에 변화가 없는데, 그 남자는 술을 저렇게 많이 먹고도 아무런 행동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었다. 두 사람 모두 처음과 나중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점에서는 똑 같았다. 똑 같은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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