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숙경이 서울로 가서 부잣집 외아들과 결혼했다가 고향으로 돌아오다
그 후 몇 년 동안 숙경은 그 지역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우둔도 숙경에게 연락할 길이 없었다. 질속은 정육의 소식은 가끔 들었다. 정육은 숙경과 헤어지고 술집에서 만난 다른 여자와 진한 연애를 하면서 아주 행복하게 지낸다는 소문이 들렸다.
질속은 숙경이 준 그림을 방에 걸어놓고, 숙경을 잊지 못했다. 일년 동안은 숙경 때문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숙경은 어떤 때는 천사의 모습으로 나타났고, 어떤 때는 악마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꿈속에서도 여러 번 숙경과 정사를 벌이는 장면이 나왔다. 한참 하고 있는 도중에는 꼭 정육이 나타나 사정만은 절대로 못하게 했다.
정육은 때로는 질속을 발로 걷어차서 숙경의 배 위에서 나가 떨어지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매우 긴 칼로 질속의 그 부분을 잘라버리기도 했다.
꿈속에서였지만 질속의 그것이 칼로 베어질 때는 너무 아팠다. 엣날 중국에서 행해졌다는 거세형도 낭심을 제거하는 것이었지, 남자의 그것 자체를 자르는 형이 아니었는데, 정육은 너무 잔인했다. 질속의 그것이 칼로 제거되자, 곧 바로 숙경의 그 부분에 남성이 솟아나고 있었다.
어느 날 꿈에서는 질속이 숙경을 임신시켰는데 초음파검사를 해보니 태아가 아니라, 숙경이 그린 그림에 있는 토끼가 들어있었다. 숙경은 그 토끼의 초음파사진을 보고 너무 행복해하고 있었다. 질속은 그 순간 숙경이 악마로 보였다. 이런 꿈을 꾼 다음 숙경은 질속의 꿈에 절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질속도 마음을 잡고 생활하고 있었다. 질속이 서른살 되던 해에 오랫동안 보이지 않던 숙경이 다시 나타났다. 숙경은 정육과 헤어지고 아이를 낙태한 다음 서울로 올라가서 지냈다.
그러다가 어떤 부잣집 외아들을 만나 연애를 했다. 그 외아들은 숙경의 그림에 빠져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돈많은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난감했다. 나중에 자신들의 전 재산이 외아들에게 돌아갈 것인데, 날나리 같은 여자를 데리고 와서 결혼시켜달라고 하니 골치가 아팠다.
그래서 흥신소를 시켜서 숙경의 뒷조사를 시켰다. 흥신소에서는 숙경이 대학교도 중퇴하고 정육의 아이를 가졌다가 낙태수술을 했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부모들은 펄펄 뛰면서 반대를 했다. 하지만 외아들은 막무가내였다. ‘예술을 하는 여자는 정신이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연애를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임신하였다가 낙태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오직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였지만, 나이 먹은 부모 입장은 전혀 달랐다. 대학교도 다니다 말고, 어린 나이에 임신 낙태를 한 여자를 무엇 때문에 부잣집에서 며느리로 받아들여야 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모는 외아들에게 이미 많은 재산을 사전증여형식으로 옮겨놓았다. 외아들은 숙경과 결혼식도 하지 않고 혼인신고를 했다. 숙경에게 화실도 차려주었다. 자가용도 사주었다. 숙경은 마음을 잡고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런지 숙경은 예전과 달리 동물 그림도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형태로 그렸다.
뱀이나 악어 등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새나 사슴 등이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림 속의 여자의 이미지는 부드럽지 않은 채 남성성이 강했다.
숙경은 외아들의 아이를 임신했다. 임신 5개월이 된 상태에서 두 사람은 중국 여행을 갔다. 5박 6일의 단체여행을 갔다가 버스가 마주 오던 트럭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때문에 숙경의 아이는 유산되고, 외아들은 현장에서 즉사하는 비극을 겪었다. 숙경은 병원에서 오래 입원해 있다가 퇴원하고 서울 생활을 정리했다.
남편이 받을 모든 손해배상금은 숙경이 받았고, 남편 앞으로 되어 있던 재산도 모두 숙경이 단독으로 상속을 받았다. 이럭 저럭 해서 숙경은 재산이 30억원이 되었다.
숙경은 서울 생활에 정이 떨어졌고, 사랑했던 남편이 없고, 뱃속에 있던 아이마저 유산되자 서울이 무서워졌다.
그래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으로 돌아온 숙경은 작은 화실을 하나 차리고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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